[편집국에서] 공정한 공모는 당연, 요즘은 쉽지 않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공정한 공모는 당연, 요즘은 쉽지 않다

내포본부 오현민 기자

  • 승인 2025-08-04 21:28
  • 신문게재 2025-08-05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오현민
내포본부 오현민 기자
국가 공모사업은 말 그대로 '공개 경쟁'이다. 정책 기획력과 추진 의지를 평가받는 자리, 정책이 정치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작동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를 바라보는 지역 현장의 분위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해당 공모는 동, 서, 남해안에 국가 대표 해양관광거점을 육성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의 일환이다. 충남도는 서해안의 섬 자원을 활용한 '오섬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공모에 도전했다.

보령 원산도를 중심으로 외연도, 삽시도 등 5개 섬을 하나의 관광클러스터로 연결해 해양레저 산업과 생태관광, 섬 문화 콘텐츠까지 포괄한 탄탄한 계획이다. 타 지역과 비교해도 기획력 면에서 독보적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결과는 '보류'였다. 해수부는 7월 29일 동해안, 남해안 각 1곳씩을 선정한 반면, 서해안에 대한 결정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결국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됐다"며 냉소 섞인 말이 나온다.



서해안권 공모는 충남(보령)·인천(송도)·경기(시흥) 3파전 구도였다. 이 가운데 충남은 상대적으로 '정치력이 약했다'는 평가다. 다수의 공무원은 타지역 국회의원이 해수부에 직접 사업 필요성을 강하게 전달했고, 이는 평가 과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한다.

즉 결과를 좌우한 건 정책 논리가 아닌 '입김'이었다는 자조가 공직사회에 퍼지고 있다.

이쯤 되면 공모사업의 본질이 흐려진다. 타당성과 실행력보다 정치적 인맥과 로비력, 지역구 의원의 영향력이 당락을 가르는 구조는 공정한 경쟁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공모는 원래 공정해야 한다. 더 많은 지역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정책 설계의 기본이다. 그러나 국가 공모사업에 정치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면, 기획력과 행정력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책이 정책으로 평가받지 못할 땐 결국 행정은 자신감을 잃고 지역은 구조적인 낙오를 반복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충남은 아직까지 완전한 탈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수부는 올해 추가경정 예산(추경)에 관련 사업비가 반영된 만큼 올 하반기에 공모를 거쳐 추가로 1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대규모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내년에도 추진될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남은 한자리가 충남도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수부는 지금이라도 공모의 공정성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 명확한 기준과 일정, 평가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야 한다. 충남과 같이 사업성과 타당성으로 승부하려는 지자체가 '정치력 부족'이라는 말로 밀려나지 않도록 공모는 공정해야 한다. 그 당연한 말이 오늘날엔 너무도 간절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트램 공사로 인한 교통제도 개편
  2. [시리즈]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②
  3. 한 발짝 남은 본지정… 대전지역 글로컬 소외 없어야
  4. [오늘과내일] 대전에도 시민이 있어요
  5. 충청권 시도지사, 이 대통령 만나 지역 현안 건의
  1. 충청 정가, 여야 전당대회 결과 따라 정치지형 변화?
  2. 대전 서구, 정림동 붕괴위험지역 위험 수목 제거
  3. 대전시, 국토부'제3차 드론특별자유화 구역' 선정
  4. 李정부 국정과제에 대전 현안 사업 담길까 촉각
  5. 대전관광공사 "스포츠와 관광 한 번에 즐겨요"

헤드라인 뉴스


"국내 자립도 위해"… 대전 국방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국비 절실

"국내 자립도 위해"… 대전 국방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국비 절실

대전시가 국방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순탄치 않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방 반도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전에 관련 연구와 국내 생산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국방반도체 양산 지원을 위한 대형 클린룸 및 공공 반도체 생산 시설(Fab)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1월 행정당국과 방위사업청이 국방반도체 발전과 상호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으며 공론화됐다. 국방용 반도체는 무기체계와 미사일, 레이더, 위성 등..

여야 정파 초월, 철강산업 살리는 ‘K-스틸법’ 제정안 공동 발의
여야 정파 초월, 철강산업 살리는 ‘K-스틸법’ 제정안 공동 발의

국회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4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인 일명 ‘K-스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정파를 초월한 여야의 협치가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과 탄소 규제, 보호무역 장벽 등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를 제대로 돌파하는 엔진이 될지 주목된다. 이 법안은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과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경북 포항남구·울릉군)이 4일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 발의에 앞서 국회철강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의..

소상공인 울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악용... 환불부터 주문지연 등 불만 지속
소상공인 울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악용... 환불부터 주문지연 등 불만 지속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불법 현금화 시도와 가게별 대면 결제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며 소비쿠폰 사용 후 현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탓에 주문이 밀리는 등의 고충이 이어진다. 4일 대전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7월 말부터 신청·발급이 시작된 민생소비쿠폰을 두고 이 같은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우선 소비쿠폰으로 결제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불법 현금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