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피지컬 AI의 시대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피지컬 AI의 시대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 승인 2025-08-13 15:41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목요광장)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장기태 소장
인공지능(AI)는 단순 기술혁신을 넘어서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미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국제사회는 AI 기술을 둘러싼 패권전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AI 선도국가들은 국가 차원의 전략을 총동원해 AI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롭게 출범한 우리나라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또한 AI 인프라와 연구개발을 국가 핵심 전략사업으로 격상시키고, 전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범국가적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는 본래 인간의 지능 곧 인간이 학습, 지각, 추론하는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컴퓨터 과학을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피지컬(Physical) AI는 인간의 두뇌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행동까지 수행하는 지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즉, 기존 데이터 기반 정보처리 수준에서 나아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움직임과 상호작용까지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 지능을 뜻한다. 이제는 컴퓨터 과학에서 벗어나 실제 물리적 객체의 움직임을 검지하기 위한 센서 기술,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등 다양한 기술을 결합하고 융합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상황과 주어진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린 뒤 물리적 행위를 실행하는 인공지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모빌리티 산업은 대표적으로 피지컬 AI가 이미 적용되고 있는 사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형 로봇 또는 자동차에 장착된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여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물리적 객체인 이동체를 제어하여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체는 다양한 주변 환경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대응하고, 승객이나 화물을 효율적으로 수송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제조 분야는 어떠한가? 과거 공장 자동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대신하여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또한 피지컬 AI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초기 형태를 벗어나 AI와 결합된 다양한 작업 로봇 및 이동 로봇이 복잡한 공정에서도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아직 전면적인 상용화 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족보행 로봇이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가 구동되는 모습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여 공장 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조산업에 이들 기술을 투영하여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감소하는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을 보완하고, 산업 안전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것이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로 멀게만 느껴졌던 기술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AI 기술 선도국들은 피지컬 AI를 산업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다양한 실증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AI 선진국들은 이미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인 수용성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이러한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물리적 객체와 결합한 AI가 초래할 수 있는 안전, 책임, 윤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피지컬 AI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할 사회적 기반이 없다면, 우리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며, 제조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는 AI 선도국의 기술에 잠식되거나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국내 인공지능 분야 과제는 분명하다. 더 똑똑하고, 더 안전하며, 더 사람 중심적인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우리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이 과업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과 제도의 두 톱니바퀴를 균형 있게 굴려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AI 중심 과학기술 정책이 세부적인 분야까지 잘 설계되어 기술과 제도의 톱니바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강력한 동력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 2026년 스마트팜서 상용화 기대
  2. 예산 관광의 새 마루지… 예당호 착한농촌체험세상 개장
  3. [현장] 유학생에겐 외로운 명절 연휴… 전통문화로 정 나누는 대학가
  4. 충청지방우정청, 추석 앞 아동복지시설에 '추석빔' 전달
  5. 한화이글스 2025 포스트 시즌 경기 날짜는?
  1. [국군의날] #아내는 TOD 남편은 육군경비정…충남서해 수호 부부군인의 '하모니'
  2. [추석특집] 긴 한가위 연휴 '고향 사랑' 지역명소 여행은 어때요?
  3. 과학기술 출연연 성과 한 곳에… 국립중앙과학관 '출연연 통합 홍보관' 개관
  4. 세종 '데이터센터' 딜레마… '정부부처 이전' 역제안
  5. 충남개발공사, 홈페이지 AI 챗봇 서비스 시작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로 여느 때보다 길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연휴 중 국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해외로 떠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기억에 남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민 9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40.9%가 추석 연휴 여행을 계획했다. 이중 국내 여행은 89.5%, 해외여행은 10.5%다.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뿐 아니라 하늘길도 붐빌 전망이다. 유독..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대전 유성구 진잠도서관 디지털배움터. 낯선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한 수강생의 말에는 디지털 사회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지털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교육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국정자원관리원과 배터리 이전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체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자들 진술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류와 데이터 등을 확보해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실시한 이들의 고용과 하청 계약서를 확보해 정당한 업무가 이뤄졌던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배터리를 옮..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 열려라 취업문 열려라 취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