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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태 소장 |
AI는 본래 인간의 지능 곧 인간이 학습, 지각, 추론하는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컴퓨터 과학을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피지컬(Physical) AI는 인간의 두뇌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행동까지 수행하는 지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즉, 기존 데이터 기반 정보처리 수준에서 나아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움직임과 상호작용까지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 지능을 뜻한다. 이제는 컴퓨터 과학에서 벗어나 실제 물리적 객체의 움직임을 검지하기 위한 센서 기술,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등 다양한 기술을 결합하고 융합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상황과 주어진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린 뒤 물리적 행위를 실행하는 인공지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모빌리티 산업은 대표적으로 피지컬 AI가 이미 적용되고 있는 사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형 로봇 또는 자동차에 장착된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여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물리적 객체인 이동체를 제어하여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체는 다양한 주변 환경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대응하고, 승객이나 화물을 효율적으로 수송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제조 분야는 어떠한가? 과거 공장 자동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대신하여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또한 피지컬 AI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초기 형태를 벗어나 AI와 결합된 다양한 작업 로봇 및 이동 로봇이 복잡한 공정에서도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아직 전면적인 상용화 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족보행 로봇이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가 구동되는 모습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여 공장 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조산업에 이들 기술을 투영하여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감소하는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을 보완하고, 산업 안전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것이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로 멀게만 느껴졌던 기술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AI 기술 선도국들은 피지컬 AI를 산업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다양한 실증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AI 선진국들은 이미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인 수용성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이러한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물리적 객체와 결합한 AI가 초래할 수 있는 안전, 책임, 윤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피지컬 AI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할 사회적 기반이 없다면, 우리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며, 제조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는 AI 선도국의 기술에 잠식되거나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국내 인공지능 분야 과제는 분명하다. 더 똑똑하고, 더 안전하며, 더 사람 중심적인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우리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이 과업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과 제도의 두 톱니바퀴를 균형 있게 굴려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AI 중심 과학기술 정책이 세부적인 분야까지 잘 설계되어 기술과 제도의 톱니바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강력한 동력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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