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서적 육성의 흐름은 21세기 들어 '펫로봇'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펫로봇은 실제 반려동물처럼 사용자와 감정을 교류하며,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이 어려운 환경 - 예를 들어 반려동물 금지 아파트나 바쁜 일상 속에서 - 펫로봇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9년 소니가 출시한 초대 aibo가 펫로봇 시장의 문을 열었다. aibo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성격이 변화하는 육성형 로봇이다.
이후 일본은 감정 교류형 펫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로봇들이 있다. LAVOT은 터치 센서를 탑재한 로봇으로, 만졌을 때 은은하게 따뜻한 촉감을 지니며, 돌봐주는 주인을 기억하고 점차 애정을 형성해간다. 두 손을 파닥거리며 안아달라고 조르거나, 주인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한다. Romi는 최신 AI 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펫로봇으로, 장기 기억이 가능하며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고독한 노인층과 1인 가구를 위한 정서적 지원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일본의 고령화율은 약 29%에 달하며, 1인 가구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펫로봇은 단순한 기술 제품을 넘어 '살 가치가 있는 친구'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펫로봇을 구매하며, 정서적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감정 교류보다는 생활 편의성과 안전 관리에 초점을 맞춘 펫로봇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Macroact에서 개발한 Maicat이 있다. Maicat은 얼굴 인식과 감정 추정 기능을 갖춘 고성능 로봇으로, 사용자의 표정을 분석해 반응하며 교감을 시도한다. 다만, Maicat의 감정 기능은 정서적 유대보다는 생활 지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복약 알림이나 모니터링 같은 실용적 기능이 중심이 된다.
올해 삼성전자가 IoT 기반 펫로봇 Ballie를 출시했다. Ballie는 집 안의 스마트 기기들과 연동되어 조명, TV, 청소기 등을 제어하며, 사용자의 생활을 자동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계층에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PEDDY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독거노인에게 지급된 사례가 있으며, 복약 알림, 긴급 호출, 영상 통화, 행동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생활 지원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펫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인공지능, 센서 기술, IoT가 결합된 이 로봇들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보호자처럼 작동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립감과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펫로봇은 정서적 치유의 도구로도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펫로봇이 향후 돌봄 로봇, 교육 로봇, 감성 치료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감정 교류형 펫로봇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은 IoT 기능과 생활 관리 중심의 지킴형 펫로봇을 통해 실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감성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펫로봇은 새로운 삶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로봇과 웃고, 대화하고, 위로받게 될까. 펫로봇이 만들어갈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아사오까 리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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