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84-난공불락의 전적지 남한산성의 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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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84-난공불락의 전적지 남한산성의 맛을 찾아서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8-18 16:58
  • 신문게재 2025-08-19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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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서울 근교 광주시(廣州市)에 위치한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가족과 함께 떠났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필자가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지만 25년 전 효종갱(曉鐘羹)발굴을 위해 자료 조사차 왔던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이곳 남한산성에는 상주인구나 광주시 사람들보다 역사 문화를 즐기며 자연 속의 힐링과 함께 맛집을 찾는 서울, 성남, 하남 쪽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이다.



이렇듯 광주시 남한산성면은 볼거리와 함께 시원한 계곡 그리고 다양한 맛집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함락되지 않은 대외 항전의 전적지 남한산성(南漢山城)은 행궁에 정무 시설이 있고 다른 지역 행궁에 없는 종묘사직 위패 봉안 건물을 갖추고 있다.

전란시 도성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남한산성 행궁은 상궐, 하궐, 좌전, 인화관 등 전체 320여 칸에 이르렀으며 한때 광주부 읍치로서 기능을 하였다.

한편 광주읍치를(廣州邑治)를 산성으로 이전 한 1626년부터 광주군청이 경안으로 이전한 1917년까지 3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광주(廣州)를 다스리는 행정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관아의 이전과 때를 같이해 조정에서는 일정 규모의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원주민과는 별도로 인근 마을에서 이주민을 모집하였다.

인조 (仁祖14년) 1636년 병자호란 때는 왕이 남한산성(南漢山城) 머믈며 47일간 항전하였으며, 광주유수(廣州留守) 등을 지낸 벼슬아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당시 광주유수부(廣州留守府)의 부윤(府尹) 등을 지낸 벼슬아치들에 의해 산성(山城)내에서 끓였던 해장국은 재상(宰相)들 집에까지 소문이 나 조선의 배달음식으로 자리를 잡아 새벽((曉) 종(鐘) 울릴 때 배달 된 국(羹)이라 해서 '효종갱(曉鐘羹)'이라는 이름 까지 얻게 되었다.

이 '효종갱(曉鐘羹)'은 세종21년(1438)에 세운 송파나루와 5일장으로 열리는 송파장의 영향을 받아 해장국 재료 구입이 용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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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백제장. (사진= 김영복 연구가)
송파나루는 광주(廣州) 읍치(읍소재지)가 남한산성으로 옮겨지는 병자호란(1636년) 직후부터 서울과 광주를 잇는 가장 큰 나루터였으며, 해안과 한강을 통해 송파장(松坡場)의 물산을 풍부하게 하는 교통 요충지였다.

필자는 2000년 전국의 전통음식 및 향토음식의 자료를 찾아 다니던 중 김제도서관을 방문 고문헌을 보다 구한말 일제 때 석학 매하(梅下) 최영년(崔永年, 1859년 음력 2월 6일~1935년 양력 8월 29일)이 쓴 『해동죽지(海東竹枝)』를 읽다가 효종갱(曉鐘羹)이라는 내용을 읽게 되었다.

그 전문은 이렇다.

"廣州城內善調此羹造法(광주성내선주차갱조법)광주성(남한산성) 내에는 효종갱을 잘 끓인다. 心爲主菽芽松標高牛肋陽骨海蔘全鰒和土醬終日煮熱(숭심위주숙아송이표고우늑골해삼전복화토장종일자숙)배추속대와 콩나물, 송이버섯과 표고버섯, 소갈비, 해삼, 전복을 토장에 섞어 종일 푹 곤다.

夕天以線缸擔送于京城時宰家時値曉鐘(석천이선과항담송우경성시재가시치효종)밤에 이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로 보내 새벽종이 울릴 때면 재상집에 이른다. 羹缸猶溫爛酒羹甘澹香(갱항유온난주철갱감담향이)국 항아리가 아직 따뜻하고 속풀이에 더없이 좋다.

名擅一世或目之以北村羹(명천일세혹목지이북촌갱) 한때 이름을 날렸으며, 어떠한 사람은 이를 북촌갱이라고도 한다."

나는 반가운 김에 당시 SBS 민인식 PD에게 전화를 걸어 "배달 해장국 효종갱(曉鐘羹)을 찾았으니 이를 재현하는 방송을 하자"고 제안하여 용인민속촌에서 소와 달구지를 빌려 문헌에 나오는 대로 '효종갱(曉鐘羹)'을 끓여 항아리에 담고 솜이불에 싸 소 달구지에 싣고가는 장면을 촬영하여 내보내게 되었다.

드디어 『해동죽지(海東竹枝)』 책 속에만 존재하던 남한산성의 효종갱(曉鐘羹)은 이때부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 KBS, MBC 등에서 방송 요청으로 효종갱(曉鐘羹)을 재현하는 방송을 하게 되었다.

중앙대학교 가정대학 윤서석(尹瑞石, 1923년~)명예교수의 『한국음식세시기(韓國飮食歲時記)』에 의하면 조선 후기 고종 때는 창의문 밖 된장, 남한산성 된장, 전주 남문 된장, 양산 통도사 된장이 유명했다고 한다.

우리말에 '광속에 인심 나고 장독에서 맛 난다.'라는 말이 있고,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장(醬)은 장(將)이라 했다. 장(醬)은 모든 맛의 근본이 된다. 아무리 맛있는 생선과 채소가 있어도 근본적인 간이 되는 장맛이 좋아야 한다. 즉 장(將)이라는 말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듯 백 가지 맛을 다스리는 게 장(醬)이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조선의 4대 된장 중에 하나로 맛을 자랑하던 남한산성 된장으로 끓인 해장국이 북촌에 사는 재상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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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장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북촌갱(北村羹)이라고도 불렸던 '효종갱(曉鐘羹)'을 정확히 언제부터 배달시켜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헌에 나타는 배달음식은 이보다 한참 오래전이었던 조선 영조 때의 학자 1695년 식산(息山) 이만부(李萬敷1664~1732)가 편찬한 성균관 규정집 『태학성전(太學成典 )』권2 〈새로 정한 성전의 절목〔新定成典節目〕〉에 나타나는데, '반촌(泮村)에 나가 지내면서 성균관 식당에 직접 오지 않고 밥을 배달시켜 먹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상세히 보인다.

당시 성균관(成均館) 일부 유생(儒生)들이 1695년 그 이전부터 성균관 식당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것이 된다.

특히 장날이면 한강을 통해 80여 척의 배가 송파나루에 정박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말행상(馬行商)들이 몰렸으며, 3남지방에서 까지 소장사들이 소를 끌고 올라와 거래할 정도로 송파장은 소(牛) 시장으로도 유명해 한양의 푸줏간 주인들이 소를 사기 위해 몰려 왔다.

이러한 영향으로 소갈비, 해삼, 전복 등을 사 밤새도록 해장국을 끓여 우마차에 싣고 남한산성(南漢山城)을 떠나 송파나루에서 배를 타고 잠실섬을 지나 뚝섬나루에서 한강을 건너 동대문을 거쳐 장안으로 들어가 재상집마다 돌며 솜이불에 싼 따뜻한 국항아리에 담긴 '효종갱(曉鐘羹)'을 재상집 여종 언년이가 내민 뚝배기에 퍼 주었다.

그러나 270호의 객주가 성업을 이루었던 송파장(松坡場)도 을축년(1925) 대홍수와 1929년 숭인동(현 숭신초등학교 자리)에 도축장을 신축하면서 같이 우시장을 세우는 바람에 자연히 송파 우시장과 함께 쇠퇴하였고, 급기야 1971년 4월 15일 잠실도(島)와 송파 사이로 흐르던 한강 지류를 막아 물길을 끊었다. 수천수만 년을 내려온 섬이 육지가 된 것이다.

주민이 몰려 물고기를 잡느라 아우성을 쳤고 조상 대대로 잠실도∼송파 간 나룻배를 저어왔던 사공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송파구 일대는 크고 작은 아파트와 함께 지상 123층, 높이 555m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와 세계 5번째로 높은 롯데빌딩이 우뚝 서 있는 천지개벽이 이루어졌고 남한산성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산성리 마을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는 70∼80호로 줄어, 산성리는 산촌 벽지로 변하였고, '효종갱(曉鐘羹)'집은 물론 국밥집 등도 사라졌다. 몇 년 전 까지 광주시에서 '효종갱(曉鐘羹)'을 복원하여 전통을 살려 대중화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미미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남한산성에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 다양한 맛집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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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장 한 상. (사진= 김영복 연구가)
남한산성에 두부요리, 백숙, 불고기 묵집 등 다양한 음식과 맛집들이 있지만 필자의 오랜 단골 맛집은 약 25가지 반찬이 계절마다 달리 나오는 '백제장'이다.

이 집은 남한산성 안에 위치해 있어 경치 좋고 공기 맑은 한식집이다. 산 입구에서 10여 분 차를 타고 올라가면 수십 여 개의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남한산성 로터리가 나온다. 이 집은 로터리 북문 쪽 길 초입에 있다.

인조 때 정3품인 훈련도감을 지낸 분의 자손인 백제장 주인은 9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토박이로 고 석진숙 씨가 백제장을 1966년에 개업하였고 현재 석남징씨가 2대로 이어오고 있다. 이 집 음식은 조선 시대부터 남한산성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선친이 남한산성의 훈련도감을 지낼 때, 할머니가 왕실 출입을 하며 익힌 양밥집 상차림이 배어있다고 한다.

2대 석남징 씨의 모친은 김제 부호집에서 태어나 석씨 가문으로 출가해와 서울 양반집 음식과 호남지방의 음식을 모두 손에 익혀 찬모들에게 물려주었다고 한다. 주방에는 주인 말고도 할머니와 모친의 손맛을 익히며 일하고 있는 서애모씨가 상차림을 맡고 있어 음식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1인당 2만 1000원 약간 부담이 갈 수 있는 음식값이지만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 서울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집은 석쇠불고기나 더덕구이 찜닭 등은 추가 주문해야 한다. 산채 정식과 석쇠불고기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조금 있으니 종업원들이 상차림을 해 두 사람이 마주 들고 들어온다. 마치 교자상(交子床)을 받는 느낌이지만 엄밀히 말해 교자상은 아니다. 교자상은 잔치나 의례를 위해 차리는 상이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산채정식'이라고 한다. 차라리 채식을 주로 차려 내는 정식(淨食)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산채반상(山菜飯床)'이라야 맞는 말이다.

상(床)에는 버섯무침, 호박, 가지. 도라지나물, 고구마순, 참나물, 도토리묵, 오이장아찌, 김치, 동태전, 찜닭, 된장찌개, 오이소박이, 달래, 열무김치, 마늘쫑, 조기장조림, 우엉, 멸치고추볶음, 고사리나물 등 대충 세어 보니 25가지 정도의 반찬이 올려져 있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맛의 차이에 대해 쉽게 단정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가족의 맛은 비교적 심심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집의 음식들이 대체적으로 입에 맞는다.

이 집은 두 채의 한옥으로 손님을 받고 있는데 'ㄱ'자 모양의 한옥이 일반실, 입구 옆 '一'자 모양의 한옥이 귀빈실인 격이다. 귀빈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문 사진도 걸려 있다.

1974년 2월 19일 故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일약 유명해지기도 했다. 백제장 뒷동산으로 통하는 수어장대길은 가장 빠르고 운치있는 옛길로 서울이 한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며 백제장 마당에 있는 우물은 선대 때 양조장에서 쓰던 물 맛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때 사용하던 오래된 술독이 장독대 왼편에 놓여져 있다. 또한 백제장은 오래된 전통 한옥으로 5대조 할아버지의 정3품 공덕비가 서 있고 장독대 옆으로는 현대의 냉장고 격인 오래된 토굴이 아직까지 보존돼 사용되고 있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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