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논란의 영역이었던 심판 판정까지 AI가 자리 잡고 있다. 생활체육 분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스마트 기기와 AI 코치 앱을 통한 동작 교정, 개인 건강·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운동 프로그램 추천, 가상 스포츠 시뮬레이션 등은 누구나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AI 기술이 융합된 스포츠의 변화와 미래 스포츠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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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첨단화된 경기방에서 AI에 의해 만들어진 홀로그램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스톡 비디오 미디어 마켓 모션엘리먼츠 AI생성 이미지) |
한화이글스는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한화가 2020년에 도입한 히츠(HITS-Hanwha In-game Tactic Solution)프로그램은 선수들의 상황별 경기 영상과 각종 데이터가 세밀하게 분석돼 있으며 투수나 타자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실전에 접목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여기에 육성군-퓨처스-1군 기록을 통합해 데이터 관리를 효율화시킴으로써 코치진과 선수관리팀이 언제든 데이터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한화에 이어 KBO리그의 다른 구단들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수단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NC다이노스는 모바일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 D-Locker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고, 삼성라이온즈는 포지션별 선수들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분석한 트랙맨(TrackMan)을 운영하고 있다. LG, 키움, 두산, KIA 등 다른 구단들도 데이터 기반 시프트, 타순 최적화 등 전술적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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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진 데이터를 분석관 1명이 경기 분석은 물론 판정 화면까지 지켜보고 있다.(스톡 비디오 미디어 마켓 모션엘리먼츠 AI생성화면) |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도입한 투구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하?ABS)은 AI 기술이 프로스포츠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ABS는 야구장에 설치된 트래킹 장비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분석해 스트라이크/볼을 판독한 결과를 구심에게 송출하는 방식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BS의 도입은 프로야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볼 판정 항의가 대폭 줄었고 투수의 투구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이 도입되면서 경기는 한층 빠르고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KBO는 체크스윙 비디오 분석 시스템도임 등 AI 기술을 대폭 확대해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판정은 축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판정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SAOT(Semi Automated Offside Technology)이 도입됐다. 오프사이드는 월드컵은 물론 리그 경기나 A매치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카메라 트래킹 기술과 인체 모션 인식 기술을 이용한 AI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고 공인구에 IMU센서까지 삽입해 정확도를 높였다. SAOT는 이듬해 열린 아시안컵과 유로 2024에도 적용됐다. 인간 심판 고유의 해석과 감각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AI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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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학습된 로봇 코치가 일반인을 상대로 트레이닝을 시연하고 있다. (스톡 비디오 미디어 마켓 모션엘리먼츠 AI생성 이미지) |
AI는 전문스포츠 영역을 넘어 생활체육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을 즐기던 시대를 넘어, AI 기반의 맞춤형 운동 분석과 가상 피트니스 서비스가 보편화하며 생활체육은 새로운 혁신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각종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심박 수, 운동량,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개인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을 제안한다. 여기에 AI 코칭 프로그램이 조합되면서 개인 트레이너가 옆에 있는 듯한 맞춤형 피드백이 가능해졌다.
AI 시대의 생활체육은 이제 단순한 조깅이나 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조합된 '스크린 스포츠'가 생활체육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의 원조 격인 스크린골프는 고급스포츠로 여겨진 골프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스크린 골프 인구는 210만 명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 스크린 골프 매장만 8,650개소에 달한다. AI 기술은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분야 역시 골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골트랙맨(TrackMan), GC쿼드(GCQuad), 골프존 GDR의 'AI 코치' 등 세계적 수준의 분석 장비가 보급되면서, 과거 감각 위주의 지도가 데이터 기반 맞춤형 훈련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훈련프로그램과 스케줄까지 AI가 최적의 조건을 맞춰주고 있다.
대전에서 키즈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박현경 레슨프로는 "AI 트레이닝은 선수의 성장 과정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 훈련 효율을 높인다"며 "프로 무대에 도전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멘탈, 경기운영까지 갖춰야 한다. AI 데이터는 선수의 강·약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코치와 선수 모두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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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장비를 착용한 태권도 선수가 가상의 상대와 대련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버추얼 스포츠협회) |
AI가 보편화된 미래 스포츠 환경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스포츠 현장에서 미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7일 부산 기장에서 열린 고신대 총장 배 전국 생활체육 태권도 대회에선 VR 태권도 시연 이벤트가 선보였다. 현역 선수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의 상대와 대련을 선보였는데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과 어린이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행사를 주관한 (사)버추얼스포츠협회 관계자는 "AI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상대와 운동을 하기 때문에 부상의 염려가 없고 단계별 난이도가 학습되어 있어 실제 태권도와 같은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전국 100여 개 태권도장이 가맹점으로 등록해 VR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선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가 열렸다. 육상과 축구, 복싱 등 인간 스포츠와 같은 종목에서 로봇들이 경쟁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선 이전에 선보였던 이벤트성 대회와 달리 원격조정이 아닌 AI로 학습된 로봇들이 자율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에서 인간과 로봇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먼 미래가 아님을 시사해준 대회였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AI가 생활 스포츠와 융합 위해선 더욱 고도화되고 세밀한 프로그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충분한 운동량을 소화할 정도로 세밀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국내 스포츠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수익성과 상업성 등 사회적인 수요가 있어야 활성화되고 환경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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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장비를 착용한 관중이 실제 경기장에서 보는 듯한 효과를 경험하며 열광하고 있다.(스톡 비디오 미디어 마켓 모션엘리먼츠 AI생성 이미지) |
스포츠의 본질은 신체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고 도전과 경쟁을 통해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AI의 보편화가 지금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과 스포츠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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