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디지털 ‘유령’의 실체: 딥페이크 범죄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디지털 ‘유령’의 실체: 딥페이크 범죄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5-09-02 15:20
  • 신문게재 2025-09-0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2025061001000555500023201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인공지능 기반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는 어느덧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현실을 위협하는 범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얼굴과 목소리를 사실처럼 조작해 성적 욕망을 자극하거나 신상을 유포하는 이 범죄는, 한 번 발생하면 인터넷의 확산력으로 인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피해자가 겪는 충격은 과거의 어떤 범죄보다 훨씬 깊고 장기적이다. 딥페이크는 한 사람의 얼굴을 학습한 뒤 다른 영상에서 얼굴을 바꿔치기 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유래됐다. 현재는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처럼 보이도록 조작, 생성된 모든 자료를 총칭하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과수는 'AI 딥페이크 분석모델'을 개발해 변조 흔적을 탐지하고, 이미 손상된 영상에서도 진위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부서를 통해 집중단속을 벌이며, 딥페이크 제작·유포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보고 최대 7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아청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안이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분석한 1심 판결문 152건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사건의 약 절반이 집행유예로 마무리되었다. 가해자 중 15%는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2020년 서울대 여학생들의 졸업사진을 불법 합성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사건에서는 주범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되었으나, 다수의 공범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피해자의 삶은 영구적으로 파괴되는데, 가해자에게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피해자의 비중도 높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개월간 검거된 963명 중 70% 이상이 10대였으며, 피해자의 92%는 10대와 20대였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또래 문화라는 변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플랫폼과 SNS에서 공유되는 합성 영상에는 얼굴뿐 아니라 개인정보, 연락처 등이 결합되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금전 갈취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피해가 개인의 명예 훼손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생존 기반까지 위협하는 셈이다.



피해자 대응은 속도가 생명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신속히 영상 삭제를 신청해야 하고, 경찰·검찰에 형사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초기 대응이 지연될 경우 영상은 순식간에 해외 서버와 다크웹까지 확산되어 회수 불가능해지므로,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가능한 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해자 측에서는 자수, 영리 목적 부재, 반성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을 내세워 양형을 줄이려 한다. 그러나 '처음이라서', '어려서'라는 이유로 내려지는 관대한 판결은 사회적 분노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교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합성물을 제작·배포한 사건에서조차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이는 피해자가 겪는 상실과 고통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딥페이크는 단순한 장난이나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이다. 피해자는 신속히 대응해야 하고, 사회는 제도적 장치와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법원 역시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딥페이크 시대, 우리는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될 존재 앞에 서 있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정의의 모습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명무실한 대전시·교육청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치유 조례
  2. GM세종물류 노동자들 다시 일상으로...남은 숙제는
  3. “정부 행정통합 의지 있나”… 사무·재정 담은 강력한 특별법 필요
  4. 성장세 멈춘 세종 싱싱장터 "도약 위한 대안 필요"
  5. 한국효문화진흥원 설 명절 맞이 다양한 이벤트 개최
  1. 충남대병원 박재호 물리치료사, 뇌졸중 환자 로봇재활 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2. 으뜸운수 근로자 일동, 지역 어르신 위한 따뜻한 나눔
  3. 지역대 정시 탈락자 급증…입시업계 "올해 수능 N수생 몰릴 것"
  4. [사설] 김태흠 지사 발언권 안 준 '국회 공청회'
  5. 무면허에 다른 이의 번호판 오토바이에 붙이고 사고낸 60대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블랙홀로 떠오른 행정통합 이슈에 대전 충남 등 전국 각 지자체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 통합 당사자인 광역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권한 이양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데 시민단체는 오히려 시민단체는 과도한 권한 이양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등 행정통합 배제 지역은 역차별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3개 권역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병합 심사에 돌입했다. 이..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호조세와 피지컬 AI 산업 기대감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충청권 상장사의 주가도 함께 뛰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서의 강세로,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40조 1170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0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211조 8379억 원으로 전월(171조 7209억 원)보다 23.4% 증가했다. 이 기간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시총은 14.4%, 충북은..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세종에서 해장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A 씨는 2024년 한 대기업 통신사의 '테이블오더(비대면 자동주문 시스템)'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매장 운영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테이블오더 시스템은 자리 잡지 못했다. A 씨의 매장은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지역에 있었고 대다수 손님이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주문법을 설명하고 결제 오류를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며 직원들은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을 떠안게 됐다. A 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