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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이 4일 '부여 나성 제12차 발굴조사'와 '기림성 제 9차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사진은 가림성 서문지 발굴조사 현장.(부여군 제공) |
먼저 부여 나성은 백제 사비도성의 외곽 방어를 담당한 핵심 시설로, 사비 천도(538년)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는 북나성과 부소산성의 연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으나 직접 연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부소산성 판축성벽과 새로운 성문지(북동문지)가 확인돼 사비도성의 방어선과 내부 교통 체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마련됐다.
북동문지는 부소산 북동 능선에서 확인됐으며, 백제 사비기에 초축된 뒤 통일신라까지 세 차례 이상 수·개축이 이어졌다. 면석과 대지 조성 흔적이 뚜렷해 당시 성문 축성 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부소산성 판축성벽 역시 보강석렬·구상유구 등이 확인돼 시대별 구조 변화가 밝혀졌다.
가림성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사비도성의 거점 산성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서문지와 남·북측 연결 성벽을 중심으로 발굴이 이뤄졌다. 서문지는 백제 초축 단계에서 단시설과 배수시설이 설치되었고, 통일신라·고려 전기에는 초석과 계단시설이 추가된 성문 진입부가, 고려 시기에는 약 5m 후퇴한 새로운 문루가, 조선 시기에는 '凸'자형 방어 구조가 차례로 확인돼 시대별 축성 변천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북측 성벽은 백제의 '品'자형 석축을 시작으로 고려·조선 시기까지 반복 개축되었으며, 특히 서문지 남측은 급경사 지형을 성토해 성내 공간을 형성한 백제 토목기술의 흔적이 확인됐다.
이번 발굴 성과는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는 장기간의 성문·성벽 구조와 축조 기술 변화를 실증적으로 규명한 중요한 학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부여군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나성과 가림성 유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정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유산청 및 백제문화재단과 협력해 후속 조사와 보존·활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현장 공개는 학계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발굴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조사단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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