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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다 기자회견 개최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항의를 받은 뒤 설전을 벌이고 있다. |
8·15 광복절 기념사 왜곡과 광복회원 농성의 부당성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면서 쫓기듯 국회를 벗어날 정도였다.
김 관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주선했다. 김민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 후 올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한남동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자신들을 ‘백골단’으로 소개한 ‘반공청년단’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선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 관장의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충돌이 일어났다. 김 관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단체가 찾아와 "매국노", "김형석 해임"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소통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광복을 찾은 지 80주년이 된 이 귀중한 때에 이런 발언을 하는 자가 기자회견을 하게 두어서 되겠나"라며 합세했다.
그런데도 김 관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언론이 (광복절) 기념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마치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을 폄훼한 것처럼 보도했고, 이를 악용한 정치권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당시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내용은 '세계사의 눈으로 보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된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 구절은 광복을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며 “이런 관점은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한 후에 3·1 운동과 임시정부의 투쟁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극소수 광복회원을 앞세운 정치세력이 겨레누리관을 20일째 불법 점령한 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며 "유튜버 등은 경내를 무단 침입해 관장과 직원 차량을 미행하면서 공갈과 협박을 일삼아 업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관사에 드론을 띄워 생중계해 사생활 노출과 신변안전이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회견 도중 김민전 의원이 회견장을 떠나자 이번엔 민주당 의원들이 거센 항의에 합류했다. 문진석(충남 천안시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회사무처 직원을 향해 "소통관을 이렇게 운영할 것이냐"라고 따졌고, 이재관 의원(충남 천안시을)도 거세게 항의했다.
회견 후에도 진통은 이어졌다.
회견 후 퇴장하는 김 관장을 향해 '김형석 파면', '해임'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이들은 "매국노", "파면하라",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 관장을 에워싸고 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상황도 있었고, 김 관장이 앞을 가로막는 남성을 향해 "당신은 누구냐. 왜 못 지나가게 막는 것이냐"며 소리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주차장까지 100m가량 걷는 동안 15분 넘게 대치했고, 곳곳에서 서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넘어져 구급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소란이 정리된 후 민주당 서영교·민병덕·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곳에 김형석을 불러 기자회견을 (하도록) 합의했다는 것만으로도 (김민전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며 "당에서 필요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김민전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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