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결혼이주 여성의 요양보호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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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결혼이주 여성의 요양보호사 도전기

  • 승인 2025-09-10 09:08
  • 신문게재 2025-09-11 9면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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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다아야꼬 명예기자가 요양보호사 시험 합격증 받고 있다. (본인 제공)
시계의 바늘이 10시를 가리키던 순간, 휴대폰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요양보호사 시험 합격 알림이었다.

"설마 내가 합격을 했을까?" 잠시 눈을 의심했다. 합격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그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도 어느덧 30년. 관상이 세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일본어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와 한국어 능력시험을 볼 때 외에는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았다. 몇십 년 만에 다시 연필을 잡고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올해 봄, 대덕구가족센터의 안내장 하나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시대의 흐름에도 잘 맞고 앞으로 수요가 많아지는 직업이기도 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요양보호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했다. 첫 번째는 사전 교육으로 '취업 한국어'를 배우고 시험이 컴퓨터로 치러지기에 컴퓨터 기초교육을 익혔다. 사전 교육이 끝나고 나니 엄청나게 두꺼운 교재와 함께 다섯 분의 개성 있는 훌륭한 강사님, 그리고 여덟 명의 친구들과 함께 약 30일간의 본격적인 요양보호사 직무교육이 시작되었다.

교육은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이어졌고, 점심시간과 1교시부터 8교시 사이의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이론과 실기를 집중해서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론 교육이 끝나자 마지막 관문인 10일간의 실습이 다가왔다. 책으로만 배우던 내용을 실제 요양원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거의 해보지 못한 나에게 첫 출근은 큰 두려움이었다. 전날 밤, 긴장과 불안으로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3일째가 되어서야 조금씩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막 익숙해질 즈음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지만, 결국 10일의 실습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석 달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 이번 공부를 통해 새로운 친구들, 아니 '동지'라는 소중한 보물을 얻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처음 맛본 한국의 사회생활은 매운맛도 있었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것마저도 나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이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구스다아야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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