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앞서…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앞서…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승인 2025-09-11 16:48
  • 신문게재 2025-09-12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성낙문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요즘 우리사회의 주목 받는 담론이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곳곳에 만들어 지역발전의 허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고사상태에 빠진 대학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의 기대가 크다. 대학은 도시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와 MIT가 위치해 있는 미국의 캠브리지, 영국의 옥스포드, 네덜란드의 델프트,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등은 대표적인 대학도시이다. 이들 도시들은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교수, 학생, 연구와 연계된 창업기업들이 뿜어내는 소비력으로 매우 높은 소득수준의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품은 이러한 대학도시들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30~40년 혹은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장대한 프로젝트이다. 아직은 구상단계라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는 알 수 없으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대학사회를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우선 개선할 필요가 있다. 큰 재원을 들여 몇 개 대학을 통합하여 규모를 키우는 기존의 방식은 성공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학생선발, 엄정한 교수채용, 그리고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중 학생선발은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여러 번의 보완 과정이 있었다. 현재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교수채용방식은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되는 가장 힘든 사람은 하버드 출신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듯 미국의 대학들은 여간해서는 본교 출신의 교수를 선발하지 않는다. 교수사회가 동문 선·후배로 얽혀지면 학문의 다양성과 교수 서로간의 경쟁과 견제기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이다. 온갖 인연을 찾아 패밀리를 만든다. 모교를 비롯한 특정대학 출신이 전체 교수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어찌 보면 미풍양속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을 망치는 '독'으로 혈우병, 기형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근친혼과 다를 바 없다.

이참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워싱턴 D.C. 소재의 세계은행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지도교수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교수가 나를 맨 먼저 데리고 간 곳은 오래전 다닌 대학이었다. 교정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교수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를 가르친 교수들도 있었다.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지만 나를 정말로 놀랍게 만든 건 활력이 넘치는 복도의 모습이었다. 금요일 늦은 오후인데도 말이다. 회상해보니 내가 공부할 때도 그러했다. 교수들은 항상 교수실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교수실을 들락거리는 학생들로 복도는 늘 북적거렸다. 우리나라의 대학,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의 복도를 금요일 오후에 거닐어 보시라. 이것이 대학인가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고요하다.

외국의 유명대학 교수사회는 철저하다. 주 5일 출근에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을 지킨다. 부득이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에는 그 시간과 사유를 학생들에 알린다. 우리처럼 학교에 나와 강의만 하고 잠시 머물다 퇴근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다 보니 이들 교수들은 딴 곳에 눈을 돌릴 수 없다. 강의가 있건 없건 교수는 학교에 나와 교수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을지 모를 학생들의 질문과 상담을 기다린다. 이건 가르치는 교수의 의무이고 배우는 학생의 권리란 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니 학교는 항상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하고 복도는 늘 북적인다.



이와 같은 철저한 교육시스템이 명문대학을 만들고 이 대학이 지역발전의 허브로 도시 발전을 이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것의 출발점은 치열하게 공부하는 대학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학 교직원 사칭한 납품 주문 사기 발생… 국립한밭대, 유성서에 고발
  2. [문화 톡] 대전 진잠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를 찾아서
  3. 대전특수교육수련체험관 마을주민 환영 속 5일 개관… 성북동 방성분교 활용
  4. 단풍철 맞아 장태산휴양림 한 달간 교통대책 추진
  5. 대전 중구, 교육 현장과 소통 강화로 지역 교육 발전 모색
  1. "함께 땀 흘린 하루, 농촌에 희망을 심다"
  2. 대전도시공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 수상
  3. 공장·연구소·데이터센터 화재에 대전 핵심자산 '흔들'… 3년간 피해액 2178억원
  4. 대전 대덕구, 자살률 '뚜렷한 개선'
  5. 대전 서구, 간호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으로 전문성 강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