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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학생선발, 엄정한 교수채용, 그리고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중 학생선발은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여러 번의 보완 과정이 있었다. 현재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교수채용방식은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되는 가장 힘든 사람은 하버드 출신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듯 미국의 대학들은 여간해서는 본교 출신의 교수를 선발하지 않는다. 교수사회가 동문 선·후배로 얽혀지면 학문의 다양성과 교수 서로간의 경쟁과 견제기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이다. 온갖 인연을 찾아 패밀리를 만든다. 모교를 비롯한 특정대학 출신이 전체 교수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어찌 보면 미풍양속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을 망치는 '독'으로 혈우병, 기형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근친혼과 다를 바 없다.
이참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워싱턴 D.C. 소재의 세계은행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지도교수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교수가 나를 맨 먼저 데리고 간 곳은 오래전 다닌 대학이었다. 교정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교수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를 가르친 교수들도 있었다.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지만 나를 정말로 놀랍게 만든 건 활력이 넘치는 복도의 모습이었다. 금요일 늦은 오후인데도 말이다. 회상해보니 내가 공부할 때도 그러했다. 교수들은 항상 교수실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교수실을 들락거리는 학생들로 복도는 늘 북적거렸다. 우리나라의 대학,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의 복도를 금요일 오후에 거닐어 보시라. 이것이 대학인가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고요하다.
외국의 유명대학 교수사회는 철저하다. 주 5일 출근에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을 지킨다. 부득이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에는 그 시간과 사유를 학생들에 알린다. 우리처럼 학교에 나와 강의만 하고 잠시 머물다 퇴근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다 보니 이들 교수들은 딴 곳에 눈을 돌릴 수 없다. 강의가 있건 없건 교수는 학교에 나와 교수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을지 모를 학생들의 질문과 상담을 기다린다. 이건 가르치는 교수의 의무이고 배우는 학생의 권리란 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니 학교는 항상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하고 복도는 늘 북적인다.
이와 같은 철저한 교육시스템이 명문대학을 만들고 이 대학이 지역발전의 허브로 도시 발전을 이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것의 출발점은 치열하게 공부하는 대학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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