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손바닥 위의 정치, 사라져야 할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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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손바닥 위의 정치, 사라져야 할 유혹

  • 승인 2025-09-17 07:08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평소 잘 보이지 않는다.

정작 필요할 때는 사라진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그림자조차 없다.

그러나 선거철이 다가오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나타난다.



행사장에 얼굴만 비추고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이 기시감 같은 장면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은 단순히 의회나 관공서 출입증을 얻는 사람이 아니다.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의원이든,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이든, 그 자리는 권력이 아니라 봉사의 무대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정치인들은 자리에 오르는 순간 정치가 완성됐다고 착각한다.

지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고, 홍보 사진과 보여주기 행사만 늘어난다.

정치는 삶을 내놓는 일이다.

그 길은 권리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다.

백성의 고통을 함께 짊어졌던 옛 수령들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불편을 감당하며 지역민 곁에 서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인들은 백성들 아우성에는 보이지 않고, 축사와 기념촬영에는 발 빠르다.

표를 얻기 위한 허리 숙임일 뿐, 진정한 봉사는 그림자조차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가 봉사가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지금 정치는 기이하다.

정치만 하면 재산이 는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눈에 띄게 는다.

매년 공개되는 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수천만 원씩 불어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희생과 헌신을 말하지만, 현실은 특권과 이익이 쌓이는 구조다.

정치가 삶을 내놓는 길이 아니라, 삶을 챙기는 통로가 돼 버렸다.

"큰 비리만 없으면 된다"는 인식도 병폐다.

의회가 행정을 감시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를 잃는다.

단체장이 지역민 삶을 개선하지 못하면 자리 자체가 공허해진다.

백성들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권한을 위임받은 이상, 정치인은 성과와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치인을 뽑아왔는가.

과거 의정 활동과 행정 성과를 냉정히 검증했는가.

아니면 정당 공천과 행사장 인사만 보고 선택했는가.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결정적 원인은 바로 유권자의 안일한 선택에 있다.

대안은 명확하다.

첫째, 공천은 봉사와 성과를 기준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

둘째, 유권자는 후보가 지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셋째, 정치인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군민을 위해 철저히 봉사해 왔는가.

다시 선택받더라도 지역민의 행복을 위해 나를 희생할 만한 그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출마할 자격조차 없다.

표는 권리이자 심판이다.

먼저 유권자가 바껴야 한다.

냉정한 검증과 단호한 선택만이 정치를 바로 세운다.

그리고 정치인은 그 표 앞에서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

스스로 봉사의 길을 걸어왔는지, 다시 삶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물음에 떳떳이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치인 자격이 있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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