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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불<사진=김정식 기자> |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책임을 특정인에게 돌린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당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로 방향을 바꿨다"며 "재난 대응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과실치사를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방공무원이 불을 끄다 순직할 경우 상급 지휘관까지 모두 같은 혐의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크다"고 반문했다.
현장에서는 처벌 강화가 오히려 대응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이 타 지역 산불이나 수해 현장에 응원 출동을 갔다가 사고가 나면 언제든 과실 책임을 지게 된다면 누가 위험한 현장에 나서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자체 간 협력 체계를 흔들고, 재난 대응 초기 단계에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산불 당시 진화 인력은 보호 장비와 회피 경로 확보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무리한 진화 투입과 안전 대책 부재를 문제 삼으며, 개인 처벌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수사의 초점은 개별 공무원의 과실 여부에 맞춰져 있어, 구조적 책임 논의와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사후 처벌 중심으로 귀결되면 현장 공무원들에게는 또 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난 현장은 위험이 내재된 만큼, 대응 체계는 사후 법적 책임 강화보다 사전 안전 매뉴얼 준수와 장비 확충, 합리적 면책과 보상 장치 마련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
지난 3월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10명 사상자를 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숨졌다.
경찰은 당시 현장 지휘 라인에 있던 경남도 소속 공무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번 수사 향방은 재난 대응 현장에서의 공무원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나아가 지자체 간 협력 체계 유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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