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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수입산 철강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12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최대 50%로 높이고, 무관세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에 대응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업계는 미국발(發) 보호무역 조치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업계는 미국에 이어 EU마저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글로벌 철강 시장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EU는 우리나라 철강 수출의 양대 축으로, 두 시장이 동시에 관세장벽을 높일 경우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EU 철강 수출 규모는 44억8000만 달러, 미국은 43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양대 시장이 모두 관세율을 높이면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환율 변수도 부담이다. 지난 10일 주간거래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원 급등한 1421.0원으로 마감하며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관세 부과' 발언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1434.5원까지 올랐다. 철강업계 역시 원재료 대부분을 달러로 거래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역 경제계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철강을 2차 가공·판매하는 중소업체로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EU가 미국처럼 철강 파생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용 고강도 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현대제철뿐 아니라 수도용 밸브·파이프 등 2차 가공품을 수출하는 지역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며 "미국과 EU가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에 대체시장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U가 국가별 수입 쿼터는 향후 개별 협상을 통해 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긴급회의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하고, 불공정 수입 철강재 유입 차단을 위한 강력한 통상 대응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EU가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을 쿼터 배분 시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국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품목별 대응 전략 및 지원책 마련, 불공정 수입 대응 강화 등이 담긴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전망이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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