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풍놀이'는 활기찬 등산 문화와 맞닿아 있다. 서산에서도 주말 아침이면 충남 서부 지역의 최고봉인 가야산(678m) 등산로 입구가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시민들로 붐빈다. 해미면에 위치한 가야산은 서산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단풍 명소로, 산길을 오르며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 사이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등산객들은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는 김밥과 삶은 달걀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며 막걸리 한 잔으로 땀을 식힌다. 하산 후에는 근처 식당에서 해장국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자연과 함께 성취감을 느끼는 것 ― 이것이 바로 한국식 가을 즐기기다.
반면 일본의 '모미지가리(紅葉狩り)'는 보다 정적이고 관조적인 문화다. 사찰이나 신사, 정원 등 역사적 공간에서 단풍과 건축물의 조화를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리(狩り, 사냥)'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를 눈으로 "사냥한다"는 표현이다.
만약 서산의 해미읍성 같은 역사 유적지에 단풍이 물든다면, 일본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며 풍경을 감상할 것이다. 일본의 단풍 명소에서는 야간 조명(라이트업)을 통해 밤에도 단풍을 즐길 수 있고, 말차를 마시며 마루에 앉아 조용히 단풍을 바라보는 풍경은 일본식 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두 나라 모두 가을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한국식 단풍놀이와 차분히 자연과 역사를 음미하는 일본식 모미지가리는 서로 다른 문화의 감수성을 담고 있다.
같은 단풍이라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면 그 즐거움도 달라진다. 가야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나누는 서산의 가을과, 정원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는 일본의 가을 ― 방식은 달라도 계절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같다.
올해 11월, 가야산의 붉은 숲길은 또 한 번 서산시민들의 추억을 물들이며, 아름다운 가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아타리사에코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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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