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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덕 국장 |
행사장 곳곳에서는 세계의 음식과 전통 의상이 어우러졌고, 무대 위에서는 다문화 공연단의 전통춤이 선보였다. 국적과 언어, 세대를 넘어 모두가 어울려 소통하는 현장은 대전이 지향하는 포용적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축제의 여운을 일상의 변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대전의 다문화가족은 2만 5천여 명에 다다르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자산이자 성장 동력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그동안 대전시가 추진해 온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이 소통과 체험을 통해 사회통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계기였다.
대전시는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 자녀 언어발달 지원, 이중언어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왔으며, 그 결과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자녀들이 차별 없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대전시의 행정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생활 속 교류와 참여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다듬어가고자 한다.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지이자 국제 협력의 무대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 학생, 기업인들이 대전을 찾는 가운데, 다문화가족은 이들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이중언어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지닌 다문화 청소년들은 잠재적 글로벌 인재로서 도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대학, 연구기관,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언어·진로 지원을 체계화하고, 지역 현장에서의 경험을 학습과 진로 탐색으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지역의 혁신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문화적 다양성은 사회적 자산이 되어 경제적 활력으로 이어지리라 본다. 세계의 생활과 놀이, 음식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경험은 지역 상권과 문화산업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대전시는 이 같은 교류를 일상 속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누구나 가까운 생활권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것이다. 아울러 통·번역서비스와 상담, 부모교육과 가족관계 회복 지원 등 특화사업을 촘촘히 이어가며, 초기 정착부터 자립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을 강화하겠다. 정책 현장에서의 작은 개선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포용이 제도와 서비스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
다문화는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다문화 화합한마당 다(多)이음'이 보여준 화합과 어울림의 힘을 바탕으로, 대전은 시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의 성과를 데이터로 점검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 평가를 강화하여 현장의 변화를 정책 개선으로 신속히 연결하겠다.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는 시민 인식개선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이어가겠다. "한 그루의 나무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처럼, 여러 뿌리가 모여야 비로소 넓고 깊은 숲을 이룰 수 있다. 대전의 미래가 다문화가족과 함께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고현덕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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