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백신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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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백신 음모론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5-10-21 17:03
  • 신문게재 2025-10-2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지금 '수혈(輸血)'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100년 전까지 수혈은 의료계의 큰 화두였다. ABO로 대변되는 혈액형에 대한 연구는 이미 진행 되었고, 혈액형이 맞지 않는 대상 간의 수혈은 치명적이지만 맞는 사람들 간에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론을 사람에게 실제로 적용할 용기가 있는 의사나 과학자는 없었다. 캐나다 출신 흉부외과 의사인 노먼 베쑨은 스페인 내전 당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의사로 내전에 참전한다. 그리고 피를 흘려가며 죽어가는 수많은 군인들을 보면서 혈액형 이론을 실제 '인체'에 적용한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그의 용기 덕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의학계의 엄청난 진전을 이룩한다.

백신의 역사는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라는 사람에서 시작한다. 젖소 젖 짜는 여성들은 당시 만연하던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듣고 조사해 보니 소에 걸리는 천연두인 우두(牛痘) 바이러스에 접촉하면서 면역이 생겼다는 것이다. 천연두는 사람에게만 전염되는 질병이다. 우두는 천연두의 사촌이지만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병이기에 소의 고름을 정제해서 사람에게 접종한다면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안하였고, 결국 천연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인류가 최초로 하나의 질병을 없앤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다.

요즘 미국에서 백신 유해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수장으로 의학계와는 관계없는 투자자인 짐 오닐이 임명되면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CDC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해고되었다고 하고, 이 사람들이 '미국의 전염병 통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기고문을 신문에 게재한다는 말도 들린다. 백신 음모론은 그 역사가 제법 길다. 제너의 천연두 백신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이니 백신과 역사를 같이 한다. 소의 고름을 사람에게 주입한다고 하니 그 시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100년 넘는 경험과 연구를 거치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왔고, 지금도 해결해 나가는 중이다. 한동안 우리 아이들이 필수적으로 맞고 있는 MMR 백신에 포함된 미량의 치메로살이라는 방부제로 인해 치매가 생긴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치메로살에는 인체에 영향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극미량의 수은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런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제약회사에서는 치메로살이 포함되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백신을 개발해 이 논란을 해결했다. 그렇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코로나 백신으로 사망하고 후유증 생긴 사람들 가족들이 농성하는 천막이 남아 있고, 주변에 백신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교통사고를 비롯한 많은 사건, 사고로 사망하는 뉴스를 접한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같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아니라면 그 일이 바로 내 일이라고 믿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건강과 관련한 뉴스는 바로 내 일 같이 느낀다.

예방의학계에서는 전염병이 돌 때 항체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항체 갖지 않은 사람도 감염 위험이 적다는 이론을 갖고 있다. 백신을 접종해서 내 몸에 항체가 생기면 다른 사람의 감염도 어느 정도 막아내는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집단 백신 접종'은 '집단 면역'을 만들어내고, 사회 전체가 안정화되는데 기여한다.

백신 유해론을 굳게 믿는 사람은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바뀌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네 범부(凡夫)로서는 과거와 달리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의학을 믿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올 가을에 독감과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 한다. 나이 먹은 덕에 국가에서 공짜로 놔준다고 하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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