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즐거움과 가치를 전하는 부모참여 전통놀이 한마당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즐거움과 가치를 전하는 부모참여 전통놀이 한마당

이수미 문지유치원 교사

  • 승인 2025-10-23 15:08
  • 신문게재 2025-10-2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1023093450
이수미 문지유치원 교사
한국 드라마, 가요, 음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K열풍이 불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세대와 공간을 막론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로 인한 즐거움은 유치원 교육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송편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등원해 명절의 의미를 함께 나누기도 한다. 그중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은 단연 '전통 놀이 체험 시간'이다. 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옛 놀이가 가진 독특한 매력 덕분일 것이다. 전통 놀이에는 신명 나는 소리와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익살스러운 탈을 쓰고 추는 탈춤에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흥이 있고, 윷가락을 던지고 제기를 차는 순간에는 웃음이 흘러넘친다. 둥근 달빛 아래 어우러져 부르는 강강술래에는 자연의 정취와 조화를 즐기던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겨 있다.

옛날에도 그랬겠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도 이것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즐거운 놀이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즐거움과 가치를 아이들과 부모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우리 유치원은 '학부모 참여 전통놀이 한마당'을 기획했다. 전통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가교이자 오늘날에도 새롭게 체험되고 나눌 수 있는 문화적 자산임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clip20251023093627
전통놀이 한마당은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북과 장구, 꽹과리 소리에 맞춰 울려 퍼지는 리듬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았고 곧이어 이어진 체험 활동으로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총 7가지의 전통놀이와 음악, 춤이 마련됐는데, 유아와 학부모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옛 놀이의 멋과 재미를 맛보았다. 유아들은 '탈 떡먹이기', '죽마타기', '버나 돌리기' 등을 하면서 놀이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동작을 시도하며 즐거워했다. 단체 활동으로 진행된 '게 줄다리기'에서는 웃음과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유아들끼리 편을 나눠서도 해보고 엄마팀과 유아팀, 아빠팀과 유아팀으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해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각양각색의 표정과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엄마 아빠를 이겨보겠다고 작은 주먹을 꽉 쥐고 안간힘을 쓰는 유아들, 그런 유아들을 보며 사랑스런 미소 지으며 끌려가 주는 엄마들, 우린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보여주듯 덤덤한 표정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쉽게 져주진 않았던 아빠들의 표정에서 동심이 묻어났다.



clip20251023093544
이어진 '북 장단치기', '강강술래'에서는 전통음악의 흥겨운 장단과 소리를 배워보고 우리에게 이런 명창의 DNA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보기도 했다. '사자 탈춤' 시간에는 커다란 탈이 달린 큰 보자기 속에 줄을 지어서 흥겨운 장단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췄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의 키에 맞추기 위해 허리를 한껏 구부리고 작은 보폭을 맞추느라 종종걸음을 하며 함께했다. 이 모습은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우리 유치원에는 인도, 콩고, 중국 등 타국에서 온 외국인 가정이 있다. 한국의 전통 놀이를 경험할 때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고, 전통문화 체험이 외국인 가정에게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 될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원더풀!" 콩고인 아빠가 참여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건넨 인사였다. 우리 문화와 놀이에 대해 긍정적인 정서를 지니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국 문화를 알렸다는 애국심과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샘솟았다.

이번 부모 참여 전통 놀이 한마당은 참여한 모두에게 우리 문화와 놀이 속에 은은하게 자리한 멋과 지혜를 느끼게 했다. 부모들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가족이 함께하며 세대 간의 공감과 유대를 다질 수 있었다. 미디어 사용에 많은 시간을 보내던 유아들은 온몸으로 놀이에 참여하며 신체 발달을 이루고, 전통 놀이에 녹아있는 질서와 협력을 배우는 의미있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을 씨앗으로 전통의 뿌리 위에 지혜의 꽃을 피우고, 우리 문화의 가치와 기치를 이어가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소망한다. 이수미 문지유치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4. 대전 중구,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협약식 개최
  5. 충청권 국립대·부속병원·시도교육청 23일 국정감사
  1. '충남 1호 영업사원' 김태흠 충남지사, 23일부터 일본 출장
  2.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3. 대전관평초 '학교도서관 운영 유공' 국무총리 표창
  4. 대전권 대학 산학협의체, ‘한국-베트남 글로벌 청년 경진대회 행사 개최
  5.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국내 최대 규모 '개방형 양자공정 인프라'(이하 개방형 양자팹) 구축에 대전시와 KAIST가 나섰다. 대전시와 KAIST는 23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KAIST 이광형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KAIST 본원에서 '개방형 양자팹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자 산업화 시대를 대비한 필수 기반 시설인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KAIST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양자팹 건립과 양자 인프라 시설 및 장비 구축을 포함한 사업으로, 2031년까지 국비 2..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차입금 부담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충남대병원의 누적 적자액이 1300억 원이 넘고 재원 환자도 줄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23일 충북대에서 연 충남대·충북대·부속 병원 국정감사에서다. 이날 오전 피감기관 대표로 조강희 충남대병원장과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문정복(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갑) 의원은 "누적적자가 충남대병원은 1374억 원, 충북대병원은 1173억 원"이라며 "독립 재산제로 운영되는 국립대병원에서 차입금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최근 3년간 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