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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교도소 교도관 박용배 교감이 교정의날을 앞두고 중도일보와 만나 '믿음'과 '변화'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제80주년 교정의날을 하루 앞둔 27일 대전교도소에서 만난 박용배 교감은 올해 18년 차 교도관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교도소를 묘사하고 교도관을 그릴 때 독방에 가두거나 무차별 폭행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서 교정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이 중요한지 말하고 싶어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박용배 교감은 "경찰이 범죄를 막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 뒤에는 결국 교정기관과 교도관이 수형 기간 그 사람의 변화를 도와서 사회에 돌아갈 때는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교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중요한 일이고, 따뜻한 관심으로 교정을 바라봐 주신다면 저희 노력도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지금 대전교도소 분류심사과에서 형이 확정된 수형자를 면담해 성장 과정과 범죄경력,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해 개별 수형자에게 맞는 처우를 정하고 있다. 교도소가 형이 확정됐다고 해서 단순히 형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 교감은 "분류심사는 수형자의 교정방향을 정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사회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인데 오전에는 주로 수형자들을 면담하고 교정심리검사 등을 시행한다"라며 "수형자를 면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변화할 가능성을 찾아주는 일이면서 진정성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분류심사 결과에 따라 네 가지 등급이 정해지고 전화나 면회 횟수부터 수형 기간 학습활동을 허가하고 어떠한 직업훈련을 받을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석방 여부까지 분류심사 과정에서 검토된다. 성범죄자는 성인지 감수성 회복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폭력 성향이 강한 수형자는 분노조절 교육과 갈등해결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프로그램에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그는 교도관 3년 차에 만난 독거실 한 수형자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 아침 기상점검을 실시할 때 자신은 밖에서 야간업소에서 오래 일해 아침에는 일어나지 못한다며 교도관의 점검을 무시하던 수형자였다. 박 교감은 그를 곧바로 제재하는 것보다 진솔하게 이야기를 듣고 설득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상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그때는 상급자에게 지적을 당했으나, 다음 야간근무 때 "수형자 안전을 위해 기상점검이 꼭 필요하다"라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당신이 스스로 일어날 것을 믿어 내일 아침부터 기상시간에 당신을 깨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형자는 다음날 기상시간 전부터 정자세로 앉아 기상점검에 응했는데,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 처음이었고 그 믿음을 깨트리지 않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그 수형자에게 일기를 써보도록 권유했고, 실제로 그 수형자는 수형 기간 내내 일기를 쓰고 더 이상의 규율 위반 없이 출소에 이르렀다.
박 교감은 "사회에서 잘못을 저질러 이곳에 수형된 이들에게 변화할 마음을 갖도록 돕고,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사회에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와 함께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며 "작은 믿음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경험하면서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를 위해 교정공무원들이 오늘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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