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날] "사회 지탱하는 교정, 첫 단추는 믿음" 대전교도소 박용배 교감

  • 사회/교육
  • 미담

[교정의 날] "사회 지탱하는 교정, 첫 단추는 믿음" 대전교도소 박용배 교감

10월28일 제80주년 교정의날 인터뷰
교도소·교도관 하는 일 제대로 소통하려
"수형자 가능성 찾고 믿음으로 돕는 일"

  • 승인 2025-10-27 17:57
  • 신문게재 2025-10-28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5672
대전교도소 교도관 박용배 교감이 교정의날을 앞두고 중도일보와 만나 '믿음'과 '변화'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교정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교도관은 그 믿음을 지키며 오늘도 수형자 곁을 지키고요."

제80주년 교정의날을 하루 앞둔 27일 대전교도소에서 만난 박용배 교감은 올해 18년 차 교도관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교도소를 묘사하고 교도관을 그릴 때 독방에 가두거나 무차별 폭행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서 교정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이 중요한지 말하고 싶어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박용배 교감은 "경찰이 범죄를 막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 뒤에는 결국 교정기관과 교도관이 수형 기간 그 사람의 변화를 도와서 사회에 돌아갈 때는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교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중요한 일이고, 따뜻한 관심으로 교정을 바라봐 주신다면 저희 노력도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지금 대전교도소 분류심사과에서 형이 확정된 수형자를 면담해 성장 과정과 범죄경력,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해 개별 수형자에게 맞는 처우를 정하고 있다. 교도소가 형이 확정됐다고 해서 단순히 형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 교감은 "분류심사는 수형자의 교정방향을 정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사회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인데 오전에는 주로 수형자들을 면담하고 교정심리검사 등을 시행한다"라며 "수형자를 면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변화할 가능성을 찾아주는 일이면서 진정성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분류심사 결과에 따라 네 가지 등급이 정해지고 전화나 면회 횟수부터 수형 기간 학습활동을 허가하고 어떠한 직업훈련을 받을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석방 여부까지 분류심사 과정에서 검토된다. 성범죄자는 성인지 감수성 회복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폭력 성향이 강한 수형자는 분노조절 교육과 갈등해결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프로그램에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그는 교도관 3년 차에 만난 독거실 한 수형자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 아침 기상점검을 실시할 때 자신은 밖에서 야간업소에서 오래 일해 아침에는 일어나지 못한다며 교도관의 점검을 무시하던 수형자였다. 박 교감은 그를 곧바로 제재하는 것보다 진솔하게 이야기를 듣고 설득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상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그때는 상급자에게 지적을 당했으나, 다음 야간근무 때 "수형자 안전을 위해 기상점검이 꼭 필요하다"라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당신이 스스로 일어날 것을 믿어 내일 아침부터 기상시간에 당신을 깨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형자는 다음날 기상시간 전부터 정자세로 앉아 기상점검에 응했는데,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 처음이었고 그 믿음을 깨트리지 않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그 수형자에게 일기를 써보도록 권유했고, 실제로 그 수형자는 수형 기간 내내 일기를 쓰고 더 이상의 규율 위반 없이 출소에 이르렀다.

박 교감은 "사회에서 잘못을 저질러 이곳에 수형된 이들에게 변화할 마음을 갖도록 돕고,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사회에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와 함께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며 "작은 믿음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경험하면서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를 위해 교정공무원들이 오늘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원임용시험 합격 응원해요" 공주대 사범대 응원 간식 선물
  2. 우승 겨냥한 한화이글스 응원전 대전이 '들썩'…야구장에 7천명 운집
  3. [2025 국감] R&D 예산 삭감 여파·포스트 PBS 대응 등 과기계 현안 점검
  4. '아쉬운 첫 출발'…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1차전 LG 트윈스에 패배
  5. [대전시 국감]농수산물시장 도매법인과 하역노조 갈등 수면 위
  1. [르포] 한남대 학생이 체험한 행복동행 힐링축제
  2. [월요논단] 대전체육 역대 최고 성적, 최고 흥행
  3. 대전 동구, '2025 대전 동구동락 축제'… 3년 연속 흥행
  4. [대입+] 의대 쏠림 꺾이고 이공계 부상하나… 과기원 수시 지원 5년 새 최고치
  5. [2025 함께 가는 행복동행 힐링축제]"전국 최고 사회복지 서비스에 감사"

헤드라인 뉴스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 `수면 위로 언제 드러날까`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 '수면 위로 언제 드러날까'

대전 서북권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어 지역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요구된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은 유성구 자운·신봉·방현·추목동 일원 약 555만㎡ 부지에 위치한 군사시설을 재배치하고 현대화하는 동시에, 확보된 유휴부지를 대전 서북권의 신성장 거점으로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 기간은 2030년까지며 추정 사업비는 3조 7000억 원이다. 자운대는 1992년부터 육군 교육사령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21개 부대가 주둔해 있..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박경호·이은권·조수연` 3파전 승자는?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박경호·이은권·조수연' 3파전 승자는?

고(故) 이상민 위원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박경호, 이은권, 조수연 후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두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지역 보수진영의 변화와 쇄신을 약속한 가운데 투표권을 쥔 대의원들의 표심이 누구에게 향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29일 대의원을 대상으로 시당위원장 선출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앞서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박경호(대덕), 이은권(중구), 조수연(서구갑) 당협위원장이 접수..

코스피 사상 첫 4000선 돌파… 4042.83원으로 마감
코스피 사상 첫 4000선 돌파… 4042.83원으로 마감

코스피 지수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 증시 1위 삼성전자는 사상 최초로 '10만 전자'를 달성했고, SK하이닉스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27일 코스피는 주간거래 종가 기준(오후 3시30분) 전 거래일 대비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에 장을 마쳤다. 장 시작과 함께 4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빅테크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폭을 확대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지난 6월 20일 3000선을 넘어선 지 약 4개월 만에 4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

  •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대전 시민들 한화 응원전 ‘후끈’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대전 시민들 한화 응원전 ‘후끈’

  • 2025 함께 가는 행복동행 힐링축제 성료 2025 함께 가는 행복동행 힐링축제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