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실과 삶에서 성장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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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교실과 삶에서 성장하는 우리

이유진 어진중학교 교사

  • 승인 2025-11-06 17:32
  • 신문게재 2025-11-07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어진중 이유진 선생님
이유진 어진중학교 교사
"선생님, 저는 한국 사람인데 영어는 왜 배워야 해요?"

중학교 영어 교사인 내가 수업 시간에 늘 학생들에게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중학교에서 20년 넘게 영어를 가르쳐 오는 동안 학생들의 한결같은 질문에 명쾌하게 들려줄 답은 늘 어려운 고민이다.

우리 중학생들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이 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간단하고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나와 학생들의 고민은 '교과'로서의 영어와 '언어'로서의 영어의 괴리에서 오는 혼란임은 분명해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영어 노래를 배우고, 게임도 하며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수업하다가 중학교에서는 한자로 된 문법 용어에다 길어진 지문들로 마냥 어려운 느낌이니 아이들 마음도 답답할 수 있겠다 싶다.

시험과 성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교과'와 즐겁게 흥얼거리며 말로 배우는 '언어' 사이의 고민은 중학교 교사인 나에게 어떤 수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수업의 방향성 찾기로 이어졌다. 교직 생활 중 절반을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함께 교사로서, 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에게 '영어'가 무작정 암기하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얻어지는 무언가라는 경험을 주고 싶진 않았다. 하나의 교과이기 전에 영어도 언어인 만큼, 영어 수업을 통해 스스로 영어를 사용한다는 자신감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운다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기에 교과서에만 갇혀있는 수업이 아닌, 교실 속 친구들뿐만 아니라 교실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가 사는 주변을 둘러보고 세상을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수업을 실천하고 싶었고, 이로써 '세상과 만나기'라는 수업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세상과 만나기'의 첫 번째 이야기는 자유학기 주제선택 활동을 활용한 '세계시민되기 프로젝트 수업'이다. 자유학기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 심화 활동으로서 교과와 관련한 주제에 대해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나 탐구 활동 등 다양한 수업 방법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영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사는 환경을 돌보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아 일상에서 실천한 사례를 공유하는 경험을 나누었다. 프로젝트 활동이 단순히 해결방안 찾고 다짐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험에 초점을 두었다. 플로깅 등 직접 실천한 활동을 담은 영어 영상을 활용하여 국제 청소년 포럼 참여로 확장하여 정책을 제안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로서의 경험을 가졌다.

'관계 맺기'의 두 번째 이야기는 '국제 교류 활용 수업'이다. 학생들이 막연히 영어를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통하며 영어를 직접 활용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참일 시기, 처음으로 대만의 중학교 학생들과 수업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직접 대면이 어려워 양국의 수업 결과를 주고받으며 온라인에서 만나는 수업을 했다. 그들이 보내 준 대만 문화에 관한 영어 포스터, 대만을 알리는 선물 등을 활용한 수업은 우리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도 부쩍 키울 수 있었다. 엔데믹 후 대만의 또 다른 중학교와 국제 교류를 활용해 영어 수업을 했을 때의 경험은 너무도 특별하다. 대만 친구들을 위해 학생들 스스로 학교와 지역 사회를 소개하는 영어 대본을 직접 작성하고 함께 영상 촬영을 다녔고, 온라인 소통 도구를 활용하여 양국 학생들이 만나 영어로 소통했다. 1년 동안 수업에서 만난 두 학교의 'on line' 친구들은 마침내 방문 교류로 '축제'의 장을 펼친 기억은 너무도 특별하다. 학생들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고 영어로 소통하며 웃음을 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벅참으로 그해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여러분들의 오늘의 경험이 씨앗이 되어 분명 멋진 세계인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외국어는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창문을 만들어 주고, 그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영어 수업을 통해 지금의 학생들과, 그리고 앞으로 만날 학생들과의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학생들과 함께 삶을 사는 교사로서, 우리 학생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돌보며 자신의 '삶'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도록 이들과 늘 함께 하고 싶다.
/이유진 어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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