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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양중학교 교감 박윤숙. |
수업으로 힘을 얻고 수업으로 실망하는 아주 보통의 한 교사가 봄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나은 선생이 되고자 노력했던 35년이었기에 '학생들의 성장'과 교사인 '나의 발전'이라는 말은 언제나 동의어였다.
젊은 시절 나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교과서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정성껏 수업을 준비했고, 지식 전달에 온 힘을 쏟았다.
목소리를 높이고 칠판 가득 판서를 하고, 교과서를 한 줄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나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났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실에서 졸지 않고 때로는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수업을 받던 아이들은 젊은 교사의 열정이 신기하여 구경한 것일지 모를 일이었다.
교실 수업에서 한 걸음 물러난 지금에야 깨닫는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의 문을 여는 사람임을.
또한 '가르침'보다 '함께 함'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으나 이 역시 그 구체적 방안을 알지 못한다.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그 속도에 발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후배들에게 나의 실수와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며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을 함께 만들자!"라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며 교육의 환경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크롬북과 전자칠판, AI 교실의 시대이며 선생님만 쳐다보며 지식을 갈구하던 아이들은 이제 넘쳐나는 온라인 강의로 제 학교 선생님의 지식을 검증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믿음을 붙잡고 있다.
AI는 '흔들리는 꽃'같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은 도구이고, 인공지능은 수단일 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을 다독여 잠재력을 일깨우는 일은 오직 사람인 교사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AI가 못하는 일을 하자. 데이터보다 더 깊게 학생을 이해하자!"라고 말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정보는 넘치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는 다시 사람을 위하고 키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양보다 배움의 태도, 성적보다 성장의 과정, 경쟁보다 협력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교감을 마치고 교장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나는 이제 그런 학교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교사들이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학교, 학생이 자신의 속도대로 꿈을 키울 수 있는 배움터,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신뢰의 공간. 그것이 내가 교단에서 꿈꾸는 마지막 비전이다.
돌이켜보면 교직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수없이 변하는 교육정책,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 사이에서 때로는 흔들리고 지쳐 쓰러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아이들의 한마디였다.
"학교 오는 거 싫지 않아요. "
그 말 한마디가 지난 세월의 모든 고단함을 녹였다. 교사는 결국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꾼다.
이제 교단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첫 부임지의 낡은 교실, 분필가루가 날리던 그날의 설렘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교육은 완성의 길이 아니라 영원히 배우는 길이다.
교사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매년 바뀌듯, 교사도 매년 새로워져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배우는 교사, 듣는 관리자, 함께 자라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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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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