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는 하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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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는 하수도

김영관 대전시 수질개선과 하수관리팀장

  • 승인 2025-12-08 16:48
  • 신문게재 2025-12-09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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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남아있던 은행나무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도시의 골목마다 겨울 냄새가 진하게 스며든다. 단풍의 화려함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지만, 도로 위를 가득 채운 자동차와 사람들의 움직임은 연말을 맞아 여전히 분주하다. 도시의 표면은 이렇게 생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발밑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묵묵히 움직이고 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무도 모르게 도시를 지키듯, 우리가 사는 대전의 저 깊은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수호자가 24시간 쉼 없이 흐르며 도시를 지탱하고 있다. 그 이름 없는 길, 바로 하수도다. 도시는 건물, 사람, 자연, 역사로 이루어진다고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흘러간다. 수십 년 동안 대전의 하수도(3,676km)는 매일 쏟아지는 빗물과 생활하수를 받아내며 도시의 건강을 지켜왔다. 우리가 안심하고 물을 틀고, 비 오는 날에도 불안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은 이 보이지 않는 길들이 말없이 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충직한 동맥이라도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다. 대전 하수도의 63%는 이미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며, 그 아래로는 지반 침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생활하수와 빗물이 분리되지 않은 합류식 하수관은 오염원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도시 환경은 서서히 상처를 입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쉽게 잊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균열이야말로 도시의 안전을 가장 먼저 흔든다. 그래서 우리시는 오래전부터 이 '보이지 않는 길'를 위해 해답을 찾아왔다. 그 결과, 하수관로 분류화·도시침수 예방·노후관로 정비 등 핵심 3개 분야의 국비를 확보했다. 그리고 총 5,475억 원 규모의 12개 사업을 2029년 준공 목표로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긴 여정이다. 우선, 생활하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하수관로 분류화 사업'은 맑은 하천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대덕구 오정동과 대전산단 등 8개 지역에 총 4,040억 원을 투입해 도시의 '물길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혈류를 바로잡는 일과도 같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관로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CCTV 정밀조사를 기반으로 한 '노후관로 긴급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총 234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시민들의 발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침하와 누수를 막는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안전망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도시의 배수 시스템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우리시는 중구 유천2지역 등 침수 취약지구를 중심으로 총 1,201억 원 규모의 '도시침수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기후 속에서도 시민들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필수 대비책이다.

우리는 자주 도시의 발전을 눈에 보이는 건물과 공원에서 찾지만, 정작 지속 가능한 도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빙하가 든든히 서 있는 것도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밑받침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과 사람도 보이지 않는 정이 흐르기 때문에 서로 소통된다.



하수도는 도시 깊은 곳에서 조용히 흐르는, 보이지 않는 동맥이다. 우리가 하루를 늘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이 물길이 묵묵히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우리의 발밑을 돌아본다. 도시 아래 흐르는 하수도에 대한 개선들이 모여, 우리 대전의 내일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시도 도시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드ㄹ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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