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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정 충남대 이학박사 |
전통적 김장은 대부분 바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쪼그려 앉아 배추를 절이고, 헹구고, 양념을 배추에 채워 넣고 버무리는 동작이 몇 시간씩 이어지면서 허리를 60도 이상 구부린 자세가 지속 되면 추간판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데 과거 김장 방식은 그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배추 한 포기의 무게가 2~3kg이고 김치 통은 10kg을 넘기기 일쑤인데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무거운 물체를 비틀고 들어 올리는 동작은 디스크 질환의 대표적 유발 요인이며 이는 단순한 가사노동을 넘어 반복적 굴곡과 회전, 중량을 들어 올리는 작업이 결합 된 '고강도 근골격계 작업'인 셈입니다.
생활방식의 변화로 최근의 김장은 훨씬 현대화됐습니다. 절임 배추, 고급 김장 매트, 스테인리스 작업대, 자동 절임기까지 등장하며 김장 문화가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본질적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고 손을 앞으로 뻗는 자세는 테이블이 있어도 적절한 높이가 아니라면 허리 굴곡이 유발되고, 배추를 한 겹씩 들춰가며 속을 메꾸듯 채워놓고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에서 특정 근육의 과다 사용과 회전 동작은 불가피합니다. 더구나 인원의 감축과 바쁜 스케줄로 인한 '짧고 강한 노동'이 더욱 문제가 됩니다. 친지 모임이나 김장 행사에서 몇 시간 안에 모든 작업을 끝내려다 보니 허리와 어깨의 급성 피로가 더 쉽게 쌓인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김장이 길고 지루한 노동이라면, 현대의 김장은 짧긴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평소 규칙적이고 바른 운동으로 근육과 인대가 단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장시간 앉아서 버무리고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반복되는 작업은 필시 무리가 되어 급성 요통이나 근육 경직을 발생시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고유의 김장 문화의 계승과 더불어 소중한 신체 건강을 모두 잘 지켜나갈 방법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작업 환경과 자세를 바꾸는 것인데 최대한 요추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작업대를 적정 높이로 맞추는 것이 요구되며 바닥에서 작업해야 한다면 쪼그려 앉는 자세보다는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뒤꿈치에 얹는 변형 정좌 자세가 허리 압력을 줄여줍니다. 무거운 김치 통은 가능한 한 5kg 이하로 나누고, 들어 올릴 때는 허리가 아닌 하체 근력을 이용하는 스쿼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효율적 김장 동선 설계와 역할 분담을 하는 것입니다. 절임과 헹굼, 버무림, 포장 작업을 직선화해 불필요한 반복적 이동과 비틀림을 줄이는 것이 좋고, 가족 단위 김장이라면 허리나 무릎 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양념 준비나 세척처럼 비교적 가벼운 작업을 맡고 젊은 구성원은 운반이나 배추 다루기 등 힘이 필요한 작업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김장 전후 5~10분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작업 중간에도 30분 간격으로 가볍게 허리를 펴주고 이완해준다면 부상과 통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김장은 단순 가사노동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점점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몸은 여전히 과거의 부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김장 문화를 지키되 건강하게 지키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 간단하고 유용한 운동법을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동작은 QR코드를 참조하세요./오선정 충남대 이학박사, CMB 'Dr.oh의 에브리핏'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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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