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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내가 버린 도시, 서울' 표지./사진=문이당 제공 |
방서현 작가는 지난 11월 10일 새 장편 '내가 버린 도시, 서울'을 펴내고 이 익숙한 말들을 한 초등학생의 시선 위에 놓았다.
앞서 2022년 첫 작품 '좀비시대'에서 계층 격차의 어둠을 배경처럼 깔아두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그 격차를 한가운데로 끌어올린다. 서울의 여러 동네를 수저 색깔로 부르며 서열화하는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도시의 불평등 구조를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부모 없이 달동네에서 할머니와 살아가는 초등학생이다. 학교에 입학한 뒤 그는 처음으로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교실 안에서도 아이들은 서로의 집과 부모의 능력에 따라 흙수저·은수저·금수저로 분류된다. 달동네는 '똥수저', 오래된 주택가는 '흙수저', 아파트는 '은수저', 고급 빌라촌은 '금수저'로 불린다. 무엇을 타고 다니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인지가 자연스레 서열의 기준이 되고, 아이들은 그 규칙을 놀랍도록 빠르게 체득한다.
작가는 이 풍경을 과장 없이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 밤마다 들리는 폭언 섞인 부부싸움, 고물더미에서 생계를 잇는 할머니의 손, 산동네 공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의 환한 불빛 등 단순한 관찰이지만 그 안에는 도시가 품고 있는 불평등의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교에서는 '우리 집 아빠 차 소개하기', '우리 집 자랑거리 써오기' 같은 숙제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비교해 놓는다. 그 속에서 주인공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결핍과 열등감으로 채워지고, 오래도록 그림을 그려왔음에도 그것을 미래로 상상할 여백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소년은 도시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도시를 벗어난다고 해서 이 구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냉담한 현실을 제시한다. '서울을 버려도 또 다른 서울이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피라미드가 기다리고 있다'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응축한다.
문학평론가 최의진은 이 소설을 "양극화가 재난처럼 삶을 삼키더라도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 고요하지만 끔찍한 풍경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라고 평가한다.
전작 '좀비시대'에서 주인공이 실패하더라도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의지마저 체념과 무력감 속에 희미하게 가라앉아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지는 숲속 세계(수저도, 화폐도, 피라미드도 존재하지 않는 곳)는 소년의 상상만큼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조용히 드러낸다.
'내가 버린 도시, 서울'은 수저 계급론이 생활 언어가 된 시대, 그 언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도시의 민낯을 투명하게 비춘다. 잔잔하지만 서늘한 이 소설은 오늘의 서울을,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질서의 모양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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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