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겨울에 피는 하얀 꽃, 그 이면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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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겨울에 피는 하얀 꽃, 그 이면의 위험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5-12-04 13:54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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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상청장
매혹적인 분홍빛 자태의 벚꽃이 봄의 전령사라면, 겨울을 상징하는 것은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고, 마음 한편에 소중히 간직해 둔 아련한 추억을 꺼내 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눈이 녹아 지하수로 스며들면, 토양의 수분과 습도를 높이고 소중한 수자원으로 활용되어 겨울철 가뭄 해소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축 늘어진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듯, 지나침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고 해야 할까요? 겨울철에 너무 많은 눈이 내리면 각종 피해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다 같은 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눈의 종류에는 건설과 습설이 있고, 내리는 눈이 건설일지 습설일지는 기상학적 요소 중 기온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눈 입자를 확인했을 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별 모양의 눈송이가 보이는 것은, 가볍고 건조한 눈인 '건설'입니다. 보통 영하 10도에서 영하 20도 사이의 낮은 기온에서 만들어집니다. '습설'은 물기를 많이 머금은 눈으로, 눈 결정이 수증기가 엉겨 붙어 뚱뚱해진 형태이며 영하 10도 이상에서 형성됩니다.



건설과 습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게와 밀도입니다. 보통은 건설보다 습설이 수증기를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2∼3배 무겁고, 건설은 빗자루로 쓸면 다 쓸려나가고 쉽게 흩어지는 반면 습설은 잘 뭉쳐지고 표면에 달라붙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면이나 표면에 달라붙어서 그대로 다 남아 있거나, 녹아서 얼음 형태로 변형됩니다. 지붕이나 비닐하우스 위에 쌓인 습설은 제거하기도 쉽지 않으며, 눈이 쌓이는 면적이 큰 구조물이나 시설물 위에 많이 쌓이게 되면 구조물이 붕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폭설이 내린 산간 지역은 교통두절과 정전 등으로 마을이 고립될 수 있으며, 인삼 재배시설과 같은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겨울 특유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겨울철에 산행이나 캠핑을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 산에 쌓인 눈은 탐방로를 미끄럽게 만들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눈 무게로 인해 텐트가 붕괴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위험을 안고 있는 눈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지난해부터 '눈 무게 예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거운 눈의 하중에 따른 시설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보로, 눈 무게를 구름 내부 온도, 습도 등을 고려하여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의 3계로 구분하여 제공합니다. '가벼운 눈'은 수분 함량이 적고 평균보다 가벼운 눈, '보통 눈'은 평균적인 무게의 눈, '무거운 눈'은 수분을 많이 머금어 무겁고 시설물 붕괴의 위험이 높은 눈으로, '무거운 눈'이 예보된 날에는 특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리를 하얗게 수놓는 눈은 가볍게 흩어지거나 빠르게 녹기도 하며, 무겁게 쌓여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눈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신의 기상예보와 정보를 확인하여 눈이 예상되는 시점과 강설량을 미리 파악하고, 눈 무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의 깊게 대비하지 않으면 대규모 피해가 초래될 수 있기에, 눈 무게 예보를 살피며 자주 눈을 치우고 시설물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각별히 유의하여야 합니다.

어느새 겨울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상점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하고, 울려 퍼지는 캐럴과 반짝이는 조명들은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저마다 새하얀 겨울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기상청은 겨울철 위험기상 대비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겨울, 기상청의 정확하고 신속한 기상정보와 국민들 개개인의 일상 속 대비가 함께하여, 모두가 피해 없이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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