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을 시험·출제의 메카로…빈 상가 활용법

  • 정치/행정
  • 대전

세종을 시험·출제의 메카로…빈 상가 활용법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

  • 승인 2025-12-15 16:50
  • 신문게재 2025-12-16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clip20251210103055
세종시는 지금 '공실의 시대' 한가운데 서 있다. 도시 성장 속도를 상권이 따라가지 못하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상가 한 블록이 비면 주변 상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도시는 활력을 잃는다. 그러나 이 위기는 세종의 도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세종은 수많은 중앙행정기관을 유치하며 성장해왔다. 아직도 대법원,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 국가적 중요도가 높은 기관들이 세종으로 와야 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다만 이들 기관은 법 개정이라는 큰 장벽이 있어 정치적 합의와 사회적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전형적인 '중장기 과제'다. 성급한 기대를 시민에게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에 맡기고, 세종시는 추진 가능성과 속도가 담보되는 기관부터 과감히 잡아야 한다.



특히 국가시험 출제와 평가를 담당하는 출제센터는 도시 회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미 별도 출제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2023년 연구용역에서는 건립비만 3,32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지방 곳곳이 공실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세종 도심의 비어 있는 중대형상가를 고도 보안시설 기준에 맞춰 리모델링해 출제센터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연간 출제·평가위원 4,476명, 관리인력 2,015명 등 무려 6,491명이 397일 동안 반복적으로 합숙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류형 수요다. 이들이 머무르면 숙박·식음·편의·교통 등 생활 소비가 반드시 뒤따른다.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보다 지역경제 파급력이 훨씬 크다. 특정 상권 전체를 단숨에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도시 회복형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이미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행복청과 인사혁신처가 국가채용센터(가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가시험·채용 기능의 통합 흐름이 본격화됐다. 행정도시 세종은 이 구조의 중심지가 되기에 가장 적합하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기회는 다른 도시로 넘어갈 수 있다.

중대형 공실이 많은 세종의 도심 구조에서 "대형 빌딩 한 곳만 채워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출제센터가 한 블록에 들어오면 주변 상권은 바로 살아나고, 이는 다시 도시에 흐름을 만든다. 세종 도심의 회복은 작은 불씨 하나면 충분하며, 그 불씨가 바로 출제센터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다. 출제센터 유치는 단순한 공실 해소가 아니다. 세종이 기존의 '행정도시'에서 한 단계 확장해 '국가시험·출제·채용의 메카'로 도약하는 국가 전략이자 도시 전략이다. 행정기관 밀집이라는 안정성, 국가고사 출제의 전문성, 국가채용의 통합이 결합하면 세종은 대한민국 교육·채용 인프라의 최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도시브랜드 가치와 경제 체질을 동시에 바꾸는 고부가가치 모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교육부·인사혁신처 등 관계기관과 즉시 협의를 시작하고, 도심의 적합한 공실을 선정하며, 보안·안전 기준을 갖춘 리모델링 설계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입법을 기다리는 기관'과 '행정으로 가능한 기관'을 철저히 구분하고, 후자부터 속도전으로 유치하는 것이 세종 전략의 선후·경중·완급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전국 최고 수준의 중대형 공실률 25.2%를 20% 이하로 낮추고, 300~5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한다. 출제센터 유치 하나만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한 현실적 목표다.

세종은 공실의 시대를 끝낼 수 있다. 도시의 생명력을 되돌리고 경제 흐름을 회복할 기회는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빈 상가를 혁신의 공간으로 바꿀 도시의 결단, 그 첫걸음이 바로 출제센터 유치다. 세종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 길을 함께 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도초대석] 양은주 충남유아교육원장 "유아-교사-보호자 행복으로 이어지는 교육 실현할 것"
  2. 충남교육청 문해교육 프로그램 통해 189명 학력 취득… 96세 최고령 이수자 '눈길'
  3. [영상]이 나라에 호남만 있습니까? 민주당 통합 특별시 법안에 단단히 뿔난 이장우 대전시장
  4. 대전YWCA상담소, 2025년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285회 운영
  5. 국힘 시도지사, 이재명 대통령·민주당 추진 행정통합 집중 성토
  1. 관저종합사회복지관, 고립·위기 1인가구 지원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수행기관 공동 협약 체결
  2. [기고] 충남·대전의 통합, 대한민국의 역사적 전환점이다
  3. 자천타천 기초단체장 물망 오른 충남도의원 다수… 의정 공백 불가피할 듯
  4. 눈길에 고속도로 10중 추돌… 충청권 곳곳 사고 잇따라
  5. 계룡건설 신입사원 입문 교육… 미래 주역 힘찬 첫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찬성 절반넘어…지역별로는 온도차

대전·충남 행정통합 찬성 절반넘어…지역별로는 온도차

대전시민과 충남도민 절반 이상이 두 시·도 행정통합에 대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통합특별시 초대 단체장 적합도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충남과 대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627명(충남 808명, 대전 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행정 통합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50.2%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은 40%, '잘 모르겠다'는 9.7%였다. 지역별로는 충남은 찬성이 55.8%, 반대 32.3%로 나타났..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앞두고 각 단지 `긴장감 고조`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앞두고 각 단지 '긴장감 고조'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 기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둔산지구 내 통합 아파트 단지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각 단지는 평가 항목의 핵심인 주민 동의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와 송촌(중리·법동 포함)지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가 다음 달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진행된다. 시는 접수된 신청서를 바탕으로 4~5월 중 평가와 심사를 한 뒤,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6월에 선도지구를 발표할..

대전충남 통합정국 충청홀대론 급부상
대전충남 통합정국 충청홀대론 급부상

대전 충남 통합 정국에서 한국 정치 고질병이자 극복 과제인 '충청홀대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통합법안이 자치분권을 위한 권한과 재정 이양은 고사하고,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강력한 트리거로 작용했다. 충청홀대론은 대전 충남 통합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이나 4개월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금강벨트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지역 정치권과 대전시.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충남대전 통합특별시법'에는 당초 시·도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시작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시작

  • 행정통합과 관련한 입장 밝히는 이장우 대전시장 행정통합과 관련한 입장 밝히는 이장우 대전시장

  •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준비 ‘척척’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준비 ‘척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