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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지네굴구이 전경<사진=김정식 기자> |
뒤로 글램핑장 둥근 지붕, 앞으로 잔잔한 겨울 바다.
차양 밑 파란색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체크무늬 앞치마 여사장이 굴을 석쇠에 올렸다.
입 다문 굴들이 지글거리며 입을 벌렸다.
연기에 바다 내음이 번졌다.
김치 한 접시.
젓가락이 한 점을 집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아삭함.
배추 단맛 먼저, 양념 시원함 뒤따라.
시지도 달지도 않은 딱 그 지점.
내가 어린 시절 먹었던 바로 그 김치였다.
소주병이 테이블에 놓였다.
일요일 점심, 소주 한 잔의 여유.
굴이 하얀 살을 드러냈다.
초장 찍어 입에 넣고 소주잔 들었다.
뜨거운 굴 혀 위에서 녹고 차가운 소주 목으로 넘어갔다.
김치 한 입.
뜨거운 굴, 차가운 김치, 시원한 소주.
이게 삼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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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지네굴구이 여사장님<사진=김정식 기자> |
"여기서 다 심어요. 해풍 맞은 거예요."
400포기, 2~3년 간수 뺀 천일염, 큰딸과 함께 버무린 30년 손맛.
굴 한 점, 김치 한 입, 소주 한 모금.
리듬이 반복됐다.
바람에 짠 바다 내음, 따사로운 햇살, 웃음소리.
벽에 MBN 포스터, 유명해졌지만 맛은 그대로.
굴떡국이 왔다.
하얀 국물에 떡과 굴 둥둥.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 속이 데워졌다.
떡 쫄깃, 굴 부드러움.
굴라면이 왔다.
빨간 국물에 굴 가득.
면발 후루룩, 매콤함이 입을 깨웠다.
김치 곁들이니 더 시원했다.
이파리까지 비운 김치 접시.
"이파리에 양념 다 있는데 왜 빼요."
여사장 말이 맞았다.
질긴 섬유질 씹는 맛, 양념 밴 이파리가 더 깊었다.
배 부르고 마음 흐뭇했다.
50년 전 엄마가 담가주던 그 김치.
할머니가 버무려주던 바로 그 맛.
요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던 맛.
사천 서포 비토섬 황색 간판 아래 살아 있었다.
굴구이는 어디나 비슷하지만 이 김치는 여기만 있다.
바다 바람 맞으며 굴 한 점, 김치 한 입, 소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사천=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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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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