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중 몹시 힘들어 쉬게 되었다. 신발 벗고 양말도 벗었다. 시원한 바람에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런데 포갠 발에 나비가 나라와 앉는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움직이면 날아갈 까봐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사진 찍어 SNS에 올리니, 나비가 빨대로 염분 섭취하는 중이라고 지나던 사람이 귀띔 해 준다.
나비로, 갖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먼저 떠오른 것은 노랫가락 한 소절이다.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가다가 날 저물면 꽃에서라도 자고 가지/ 꽃에서 푸대접 하면 잎에서라도 쉬어가지" 나비는 남자, 꽃은 여자에 비유됨을 알 수 있다. 꽃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아무데서나 자고 가잔다. "벌 나비는 이리저리 훠훨훨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 태평가 후렴구다. 창부타령에는 "향기를 쫓아서 날아든다." '꽃을 찾는 벌 나비(探花蜂蝶)'는 바람둥이로 대체되는 등 많은 민요에 남녀관계로 등장한다.
호랑나비를 보면 기쁜 일이 생긴다거나, 신수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백설 같은 흰나비는 부모 거상을 입은 듯 장다리 밭으로 날아든다." 하얀 나비는 초상, 소복, 원혼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이미지 때문일까?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원혼으로 등장하는 것은 설화에 많다. 밀양에 전하는 아랑전설이 대표적이다. 여러 본이 전하나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아랑(阿娘)은 밀양부사의 딸로 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마음씨 곱고 행실이 올곧다. 흑심품은 관아의 통인(通引) 주기(朱己)가 사악한 계획으로 아랑의 유모를 매수한다. 어느 달 밝은 밤, 유모에게 속은 아랑이 유모와 함께 영남루로 달구경 간다. 영남루 아래 숲속에 숨어 있던 주기가 습격하여 겁탈하려 하자, 아랑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다투다가 흥분한 주기가 칼로 아랑을 살해하여 대숲에 버린다. 유모와 짜고, 다른 남자에게 미혹되어 도망쳤다고 헛소문을 퍼트린다. 끝내 아랑을 찾지 못한 부사가 상심하여 타지로 떠난다. 원혼이 된 아랑이 새로 부임한 부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타나면, 담이 작은 사또들이 놀라죽거나 도망가기 바쁘다.
이상사(李上舍)라는 사람이 자청하여 부사로 부임한다. 부임 첫날 밤 피투성이 처녀귀신과 마주한다. 담대한 이상사가 나타난 이유를 묻자, 원혼이 억울한 사연을 눈물로 털어놓는다. 그리고 청하기를, 내일 아침 관속을 모두 모아주면 하얀 나비가 되어 범인의 머리위에 앉겠다한다. 다음날 아침 관속이 모두 모이자, 주기의 머리에 흰나비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주기를 심문하니 결국 모두 자백한다. 주기는 엄하게 처벌하고, 아랑의 시신은 찾아서 정성껏 장사지내 준다.
나비의 신화도 있다. 함평나비축제가 유명하다. 올해로 27회가 되었다. 필자는 2008년 나비곤충엑스포 때와 그 전, 두 번 가보았다. 나비곤충엑스포 때는 그쪽에서 일박하며 관람했다. 무려 전 세계에서 천만이 찾았다고 한다. 한 사람이 입장료와 식대, 기념품 구입 등 10만 원씩 사용한다면, 무려 1조 원이다. 모두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초단체 1년 예산에 견주어 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처음엔 군민과 공무원 모두 회의적이고 반발이 있었다한다. 외부 기획이나 지원 없이 직접 준비하였다. 성공을 위해 군민 모두가 가세하면서 대표적인 흑자 축제로 흥행이 계속된다. 축제 때마다 전체 군민의 30배 이상이 찾는다한다. 뿐만 아니다. 생태·문화·친환경 농업 도시로 거듭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문화 관광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가치, 규모,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나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곤충이다. 다 옮기기 어려워 생략하지만, 모든 예술에 영감이 되고 상상력의 촉매가 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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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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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