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나비의 꿈 2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나비의 꿈 2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12-14 11: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비가 사랑스러워서일까?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쫓아다닌다.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도 따라다닌다. 연약해 보여도 날아다닐 때는 쉽게 잡을 수 없다. 나비의 날개는 4장이다. 머리 쪽 두 장만으로도 충분히 날 수 있지만, 굳이 두 개가 더 있는 것은 현란하고 불규칙한 비행패턴 위해서란다. 나는 새가 잡으려 해도 변화무쌍한 움직임 탓에 만만치 않다 한다.

산행 중 몹시 힘들어 쉬게 되었다. 신발 벗고 양말도 벗었다. 시원한 바람에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런데 포갠 발에 나비가 나라와 앉는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움직이면 날아갈 까봐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사진 찍어 SNS에 올리니, 나비가 빨대로 염분 섭취하는 중이라고 지나던 사람이 귀띔 해 준다.



나비로, 갖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먼저 떠오른 것은 노랫가락 한 소절이다.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가다가 날 저물면 꽃에서라도 자고 가지/ 꽃에서 푸대접 하면 잎에서라도 쉬어가지" 나비는 남자, 꽃은 여자에 비유됨을 알 수 있다. 꽃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아무데서나 자고 가잔다. "벌 나비는 이리저리 훠훨훨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 태평가 후렴구다. 창부타령에는 "향기를 쫓아서 날아든다." '꽃을 찾는 벌 나비(探花蜂蝶)'는 바람둥이로 대체되는 등 많은 민요에 남녀관계로 등장한다.

호랑나비를 보면 기쁜 일이 생긴다거나, 신수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백설 같은 흰나비는 부모 거상을 입은 듯 장다리 밭으로 날아든다." 하얀 나비는 초상, 소복, 원혼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이미지 때문일까?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원혼으로 등장하는 것은 설화에 많다. 밀양에 전하는 아랑전설이 대표적이다. 여러 본이 전하나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아랑(阿娘)은 밀양부사의 딸로 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마음씨 곱고 행실이 올곧다. 흑심품은 관아의 통인(通引) 주기(朱己)가 사악한 계획으로 아랑의 유모를 매수한다. 어느 달 밝은 밤, 유모에게 속은 아랑이 유모와 함께 영남루로 달구경 간다. 영남루 아래 숲속에 숨어 있던 주기가 습격하여 겁탈하려 하자, 아랑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다투다가 흥분한 주기가 칼로 아랑을 살해하여 대숲에 버린다. 유모와 짜고, 다른 남자에게 미혹되어 도망쳤다고 헛소문을 퍼트린다. 끝내 아랑을 찾지 못한 부사가 상심하여 타지로 떠난다. 원혼이 된 아랑이 새로 부임한 부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타나면, 담이 작은 사또들이 놀라죽거나 도망가기 바쁘다.

이상사(李上舍)라는 사람이 자청하여 부사로 부임한다. 부임 첫날 밤 피투성이 처녀귀신과 마주한다. 담대한 이상사가 나타난 이유를 묻자, 원혼이 억울한 사연을 눈물로 털어놓는다. 그리고 청하기를, 내일 아침 관속을 모두 모아주면 하얀 나비가 되어 범인의 머리위에 앉겠다한다. 다음날 아침 관속이 모두 모이자, 주기의 머리에 흰나비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주기를 심문하니 결국 모두 자백한다. 주기는 엄하게 처벌하고, 아랑의 시신은 찾아서 정성껏 장사지내 준다.

나비의 신화도 있다. 함평나비축제가 유명하다. 올해로 27회가 되었다. 필자는 2008년 나비곤충엑스포 때와 그 전, 두 번 가보았다. 나비곤충엑스포 때는 그쪽에서 일박하며 관람했다. 무려 전 세계에서 천만이 찾았다고 한다. 한 사람이 입장료와 식대, 기념품 구입 등 10만 원씩 사용한다면, 무려 1조 원이다. 모두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초단체 1년 예산에 견주어 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처음엔 군민과 공무원 모두 회의적이고 반발이 있었다한다. 외부 기획이나 지원 없이 직접 준비하였다. 성공을 위해 군민 모두가 가세하면서 대표적인 흑자 축제로 흥행이 계속된다. 축제 때마다 전체 군민의 30배 이상이 찾는다한다. 뿐만 아니다. 생태·문화·친환경 농업 도시로 거듭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문화 관광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가치, 규모,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나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곤충이다. 다 옮기기 어려워 생략하지만, 모든 예술에 영감이 되고 상상력의 촉매가 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특허법원, 남양유업 '아침에 우유' 서울우유 고유표장 침해 아냐
  2.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3.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4. "학원 다녀도 풀기 어렵다"…학생 10명 중 8명 수학 스트레스 "극심"
  5. 345kv 송전망 특별법 보상확대 치중…"주민의견·지자체 심의권 차단"
  1. 지역주택 한 조합장 땅 알박기로 웃돈 챙겼다가 배임 불구속 송치
  2. 충남신보 "올해 1조 3300억 신규보증 공급 계획"… 사상 최대 규모
  3. 대전 둔산지구 재건축 단지 주요 건설사 관심 고조
  4. 대전유성경찰서, 금은방 관계자 초청 보이스피싱 예방 간담회
  5. [중도시평] 디지털 모닥불 시대의 학습근육

헤드라인 뉴스


통합 기본 틀만 갖춘 대전·충남…운영 설계는 ‘빈껍데기’

통합 기본 틀만 갖춘 대전·충남…운영 설계는 ‘빈껍데기’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당장 올 하반기 출범 예정인 통합특별시 운영과 관련한 빅피처 설계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몸집이 커진 대전 충남의 양대 축 역할을 하게 될 통합특별시 행정당국과 의회운영 시스템 마련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통합특별시 출범과 동시에 불안정한 과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여야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현재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는 통합 시점과 재정 인센티브에 집중돼 있다. 통합에 합의하면 최대 수..

충청권 금고금리 천양지차.... 충남과 충북 기초 1.10% 차이
충청권 금고금리 천양지차.... 충남과 충북 기초 1.10% 차이

정부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금고 이자율을 통합 공개한 가운데 대전·세종·충남·충북 금고 간 금리 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 365'를 통해 공개한 지방정부 금고 금리 현황에 따르면 대전시의 12개월 이상 장기예금 금리는 연 2.64%, 세종시의 금리는 2.68%, 충남도의 금리는 2.47%, 충북도의 금리는 2.48%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평균 2.61%와 비교하면 대전·세종은 높고, 충남·충북은 낮았다. 대전·충남·충북 31개 기초단체의 경우 지자체별 금리 편차도 더 뚜렷했다. 대전시는..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25년 숙원 해결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25년 숙원 해결

대전 서북부권 핵심 교통 관문이 될 유성복합터미널이 28일 개통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유성복합터미널은 대전 도시철도 1호선 구암역 인근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부지에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건립된 공영 여객자동차터미널로, 대지면적 1만 5000㎡, 연면적 3858㎡ 규모다.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도시철도·시내버스·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이번 개통으로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직행·고속버스가 하루 300회 이상 운행되며, 그동안 분산돼 있던 유성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