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 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1)스마트한 손수익 前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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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 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1)스마트한 손수익 前 충남지사

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전 충남도정책기획관)

  • 승인 2026-01-06 14:50
  • 신문게재 2026-01-07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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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
(전 충남도정책기획관)
충남 부여 출신 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전 충남도정책기획관)이 충남도정 역사상 최초로 충남도정 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저술했다. 이에 본보는 오늘부터 1년간 매주 수요일자에 김용교 전 아산부시장이 집필한 방대한 분량의 충남도정 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해 연재하기로 했다. 필자의 40년에 가까운 공직 생활 중 행정 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한편 역대 충남도지사들과의 숨겨진 일화도 밝힐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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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경기도 파주군수와 제13대 경기도 부천군수, 제30대 교통부장관과 제14대 경기도지사, 제3대 산림청장, 제32대 내무부차관, 제6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역임한 제19대 손수익 충남도지사가 분향하고 있다.
<스마트한 손수익 前 충남지사(1) >

시군 예산 심의에 도지사의 수준 높은 안목이 반영되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나 지방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집행하게 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지출권)이 있고, 국회와 지방의회는 예산심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후 국회를 구성하고, 시·도와 읍·면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시·군은 시·도의 보조기관 역할을 하였었다.

그 후 1961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발효되어 시·도와 읍·면 의회를 폐지하고 그 의회가 가지고 있던 예산심의 의결권, 조례개정, 제정권 등 의회 권한을 상급기관이 대행하게 하였다.

서울특별시는 국무총리가 대행하고 시·도의 경우는 내무부장관이, 읍·면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를 시·군으로 격상시킨 후 그 권한을 시·도지사가 대행하는 체제로 운용되었다.

이 대행체제는 1961년 지방자치제 중단과 임시조치법 발효 후 1991년 7월 1일 지방의회가 부활되기까지 30년간 지속되었다.

당시 각 시·도 기획관리실에는 예산계가 설치되어 시도의 예산을 편성하여 내무부 실무자들의 심사를 받아 불요불급, 과다계상 등을 삭감 조정하면서 내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집행하였다.

마찬가지로 시·군의 경우, 시·군 기획예산계에서 시·군의 예산을 편성해오면 도청 내무국 지방과 기획예산계에서 실무자들이 몇 개 시군씩 맡아 실무 심의를 한 후 국장→ 부지사→ 도지사께 보고하고 승인하여 시군에서 집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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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익 전 충남도지사
필자는 서무과 인사팀에서 ‘지방과 기획 예산계’에 배치되면서 시군 기획 예산업무를 다루게 되었다. 당시 도지사는 손수익 지사였다.

손 지사는 종래 시·군 예산 심의를 시군 실무자가 도청실무자 심사를 받은 후 → 과장 → 국장 → 부지사 → 도지사 결재 승인 방식을 폐지하고, 시장 군수가 도청에 직접 올라와서 예산안을 차트로 직접 보고하면 도지사가 예산 승인신청내용에 대해 즉석에서 가부를 결정해주는 방식으로 시군 예산심의 방법을 크게 바꾸었다.

시군 예산계 직원들이 도청에 와서 며칠씩 머물러야 하는 번거로움과 낭비 요소도 줄이면서 과다계상, 불요불급, 사업의 적정성 여부의 판단이 실무자나 계선 조직의 생각과 도지사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같은 판단의 차이나 오류도 도지사가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시군 예산심의 때 지방과 기확예산계 실무자의 직권 남용 사례가 있다면 이러한 행태도 없애겠다는 함의도 담겨 있었다.

심의 장소는 도지사실 옆 상황실로 정했고, 하루에 오전 2개 시·군, 오후 3개 시·군씩 3~4일 안에 마치자고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6~8급 공무원이 도지사와 마주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비서진을 빼고는 거의 없다. 모든 시·도가 다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참 운(運)이 좋았던 사람이었다. 하위직으로서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하늘같이 높아 보였던 도지사와 한 사무실에서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 간부, 시군 간부가 합석한 자리에 일원이 되어 도지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면서 기록도 하고 최종 심의 자료도 작성하는 기회도 가졌다.

손 지사의 안목·혜안·철학·의지 등을 읽을 수 있었고, 17개 시군의 예산안을 섭렵하면서 도지사의 의중을 파악하는 등 훌륭한 인물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으니 도청 7급 공무원에게는 매우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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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창안에 관여한 실세였던 손수익 충남도지사가 전국새마을대회에 모인 내빈들과 함께 하고 있다.
(2) 건전재정 운용 원칙을 예산심의 기준으로 삼았다

세입, 세출, 결산을 통틀어 재정이라고 할 때 건전재정 운용 원칙을 지방의 경우 지방재정법에 정해 놓고 있다.

예산 편성에 있어 인건비, 관서 운영비, 채무상환, 공과금 등 법정 의무적 경비의 최우선 편성을 비롯하여 국가정책 우선 편성과 시장 군수의 경우, 광역시와 도의 정책을 우선 편성하는 원칙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국가에서 직접 집행하기에는 그 대상이 전국에 이르고 그 금액도 방대하여 전국적으로 통일을 기해야 할 시책이나 사업의 경우 시, 도지사에게 위탁하여 시행케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국비 보조 사업이라 하는데 사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총 사업비를 100이라 할 때 국비 50%, 나머지 50%는 다시 도비 25%, 시·군비 25%를 부담시켜 사업을 집행하는 방법이다.

도비 보조사업도 마찬가지이다. 도비 50%, 시·군비 50% 또는 도비 30%, 시·군비 50%, 농가부담 20% 등 사업의 성격에 따라 부담비율을 각기 달리하여 운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시장 군수들은 시 ·군비로 부담해야 할 국고 보조에 따른 시·군비 부담과 도비 보조에 따른 시·군비 부담을 뒤로 미루고 시장, 군수가 하고 싶은 시군 자체사업을 예산에 우선 편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에서 의도했던 국책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게 되고 도비보조사업의 경우도 충남도 자체에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 지사는 이같이 국도비 보조사업에 따른 시·군비 부담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장 군수의 예산(안)승인을 거부하면서, 그 혜택이 전국에 미치는 국가사업과 도내 전 지역에 미치는 도의 시책사업을 우선 부담하여 확실하게 추진토록 하였다. 그런 후에도 여력이 있다면 시장, 군수 자체사업을 편성하여도 무방하다는 건전재정 운영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실천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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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익 충남도지사가 산림청장으로 재임할 당시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 강력한 리더십으로 관이 주도하는 국토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전국 3만4000개 마을, 100만 ha에 21억4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계획 6년만에 조기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3) 도지사와 군수의 첨예한 의견 대립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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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대덕군수
(전 천안시장)
이근영 대덕군수(前 천안시장)가 신년도 예산안을 도지사께 제안 설명하는 날이다. 이근영 군수는 손수익 지사가 산림청장으로 계실 때 산림청 기획예산 담당관으로 재직하다가 충남도 기획관, 금산군수 역임 후 대덕군수로 재직하던 때였다.

그때는 (1978~1980년도) 마침 대청댐을 건설하던 시기로 예산(안) 보고 내용 중에 "대청댐으로 수몰되어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에게 법정 보상금 외 별도 특별 보상금을 가구당 500만 원 씩 추가 지원해주자"는 예산안을 보고하였다. 1979년 12월 7급 공무원이었던 나의 월급이 24만3510원이었으니 500만 원이면 실로 큰 금액이었다.

손 지사는 즉석에서 불가(不可)하다고 답변하였다. 다른 시장 군수 같으면 "알겠습니다"로 끝날 일이었는데 이근영 군수는 달랐다. 반드시 지원을 해줘야겠다는 것이다. 법규에 의한 보상만으로는 새로운 살 집 마련, 이주 후 생계유지 대책, 자녀교육 등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조상의 묘지가 있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보상금 얼마 받고 고향을 떠난다는 그 입장을 헤아려 실향민이 되는 주민들의 감정을 달랠 수 있는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지사는 단호했다. 재차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행정이 선진화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더 커지고 있는 형평성(衡平性) 문제 때문이었다.

대청댐은 유역면적이 넓어 수몰 지역이 충남 대덕군의 몇 개 면(面) 지역뿐만 아니라 충북 청원군의 면(面) 지역도 수몰 지역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대덕군 수몰 주민들에게 보상금 외 특별 보상금을 추가 지원해 주는 것을 승인해 줄 경우 당장 충북도 수몰 주민들의 요구와 반발이 거세지면서 충북도의 입장도 난처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산업화에 불을 지핀 개발연대로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보상이 갈수록 확대되어 가는 추세였다. 대덕군수 요구대로 승인해줄 경우 그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고 보상법규가 무색해지면서 보상업무가 걷잡을 수 없게 혼란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충남도만을 생각할 일이 아니었고 국가적 통일성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가자 손 지사는 이근영 군수에게 "당신은 나하고 함께 근무하면서 누구보다도 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느냐"고 질책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수긍하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예산안 보고회장인 상황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1~2분의 침묵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결론이 나지 않자 일단 그 문제는 유보한 채 다음 사업으로 넘어갔는데 나머지 사업 예산보고는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대청댐 특별보상금 지원문제는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대덕군의 특별보상금 지원문제는 (1안)지원안, (2안)삭감안으로, 손 지사께 보고 드리니 훑어보신 후 아무런 언급이 없이 결재를 해주셔서 보상금은 이근영 대덕 군수의 뜻대로 지원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시장 군수 임명제 시대였고 청백리로 소문난 이근영 군수가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려는 것도 아니요, 주민들 저항을 두려워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수몰지역 주민 입장에서 고뇌에 찬 결단이었던 것이다. 또 도지사 입장에서는 국가적 통일성과 사회적 형평성, 애민 행정,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전 충남도정책기획관)





-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은 누구?

▲1950년 부여군 남면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충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충남도 기획계장, 정책심의관, 정책기획관, 신행정수도 건설지원단장, 충남도청 이전본부장, 아산시 부시장(지방이사관, 명예퇴직), 충남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 관리이사, 송산 산업단지 개발(주) 대표이사·사장 역임. 1969년부터 2015년까지 46년간 공직자와 지방공기업에서 근속. 배재대에서 4년간 겸임 부교수로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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