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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조감도. 우측의 전월산 아래로 숭모각과 은행나무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행복청 제공. |
그렇다면 국가상징구역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건축물의 웅장함이나 기능의 효율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간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 가치를 고스란히 실현해야 한다. 쉽게 말해 시민과 미래세대에게 묻고 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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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만 시민모임 대표. |
문제는 지금 우리의 계획이 '보이는 상징'에 집중하는 사이, '관통하는 서사'가 비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상징축과 스카이라인은 세련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와 윤리의 기둥이 빠진 상징은 오래 가지 못한다. 행정의 중심도시는 더욱 그렇다. 권력과 의사결정이 밀집한 곳일수록, 공직과 시민이 공유할 가치의 좌표가 필요하다.
세종은 이 좌표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세종시의 역사와 유래, 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고려 말 충신 임난수 장군이 대표적이다. 임난수 장군은 왕조 교체라는 격변 속에서도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를 지키며, 자신의 신념과 책임을 끝까지 관철한 인물이다. 이 충절은 과거의 미담으로 박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로 옮겨오면, '충'은 특정 개인을 향한 복종이 아니라 헌법과 국가, 공공가치에 대한 무한 책임과 일관성으로 재해석된다.
권력이 바뀌어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태도, 바로 행정수도에 가장 필요한 윤리다.
때마침 국가상징구역 안으로 들어가보면,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일원에 임난수 장군을 기리는 숭모각이 자리잡고 있다. 장군이 직접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은행나무 2그루도 남아 있다. 이 은행나무는 세종시 출범 이후 첫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국가가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미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매년 가을이 되면, 가족과 연인 단위 방문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곳을 중심으로 독락정과 기호서사, 묘역 등 관련 역사 자산이 세종 곳곳에 점과 선으로 분포해 있다. 세종의 개발권역 안에서 '실체 있는 역사'와 '국가가 공인한 상징성'을 함께 갖춘 사례가 얼마나 더 있겠는가.
그럼에도 최근 발표된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안에는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역사공원'이 요소로만 포함돼 있을 뿐이다.
실제 공간 배치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것은 단지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와 국가상징구역이 가져야 할 역사성·정신성이라는 정책 목표가 동시에 약화될 수 있어서다.
상징도시는 속도보다 원칙이 우선이다. '국가상징'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 우리 '세종의 정신 확립을 위한 시민모임'은 정부와 관계기관에 정중히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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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목신제에서 임채성 시의회 의장과 최원석 의원, 신창호 국립세종수목원장 등 참여 인사들이 나무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장구불멸 의식을 거행했다. /사진=중도일보 DB. |
셋째, 숭모각과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충절과 책임의 가치를 전달할 역사·교육 기능을 저층·분산형으로 단계적으로 조성해 달라.
큰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유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도 국가의 품격은 충분히 드러날 수 있다.
국가상징구역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이자,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묻는 장소다.
세종의 뿌리를 존중하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역사와 개발, 상징과 실용이 조화를 이루는 국가상징구역이 조성되도록 정부와 세종시의 깊이 있는 검토와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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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가을 만개하는 숭모각 일대 은행나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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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