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96-겨울 지나면 후회할 강원도 고성의 3대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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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96-겨울 지나면 후회할 강원도 고성의 3대 별미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6-01-12 16:49
  • 신문게재 2026-01-13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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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마산봉. (사진= 김영복 연구가)
겨울 여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을 권한다.

고성에는 겨울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삼대 못난이 별미와 고성 8경이 있다.



이렇듯 고성군의 겨울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고성군은 자연과 전통이 살아 있는 지역으로 고요한 겨울 바다와 유서 깊은 문화재, 그리고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전통 마을로 유명하다.



고성의 볼거리 중 제1경은 건봉사, 제2경 천학정, 제3경 화진포, 제4경 청간정, 제5경 울산바위, 제6경 통일전망대, 제7경 송지호, 제8경 마산봉 설경 등 8곳으로 이를 '고성8경'이라 한다.

이 중에서 제1경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린 건봉사 사찰의 경내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풍경을 흔들며 고즈넉한 사찰의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사찰의 보물 중 하나다.

또한, 무지개 모양의 능파교와 양쪽에 세워진 바라밀 문양의 돌기둥, 그리고 불이문등이 옛 건봉사터에 자리 잡고 있어, 천년이 넘는 역사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설경 아래 조용히 서 있는 고대 건축물들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겨울의 정취를 더해주며, 방문객들에게는 마음의 안식과 감동을 선물한다.

제3경인 화진포는 단순히 겨울 바다만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고성군 거진읍에 위치한 화진포 호수는 겨울철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자연 속에서의 고요한 휴식과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이 마을은 한국전쟁이나 고성산불도 비켜 간 오래된 전통 마을로 수려한 자연환경과 시간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왕곡한과'가 유명한데, 전시장과 체험장 식당 등 전통 체험장인 저잣거리가 있어 맛을 체험하며 시간 보내기가 좋은 곳이다.

고성을 비롯한 강원도 동해안에는 겨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삼대 못난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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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왕곡마을 겨울 풍경.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게 바로 도치, 장치, 곰치다.

이 못난이 삼형제 중 곰치는 겨울철 해장국 재료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최고로 치는 물고기로 이미 육지에서도 많이 알려진 생선이다.

그러나 도치와 장치는 내륙에서는 맛은커녕 이름조차 생소한 생선이다.

장치는'벌레문치'의 몸이 긴 생선을 부르는 강원도 방언이다. 몸은 연한 갈색인데 등지느러미에서 몸통으로 이어진 벌레 모양 줄무늬가 13∼15개 있어서 '벌레문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벌레 무늬는 어릴수록 더 뚜렷하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가 꼬리지느러미와 다 이어져 있다.

동해·삼척 쪽에서는 장치, 속초·고성 쪽에서는 노장치, 노생이, 노대구라고도 한다. 수놈이 암놈보다 머리 너비가 넓고 입이 크며 눈이 작다.

장치는 수심 300~500m 수심이 깊고 계절별로 한류와 난류가 흘러 어종이 다양한 동해권역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생선이다.

장치를 처음 본 사람들은 길이에 한번 놀라고 생김새에 한 번 더 놀란다.

장치는 큰 머리에 비해 몸통이 얇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굴곡 없이 이어져 마치 뱀 같다. 1m까지 자라며 갈색빛 몸통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다.

장치는 깊은 곳에 살아 어획량이 많지 않은 장치는 노리고 잡기보단 다른 생선을 잡아 올릴 때 딸려 오는 어종이기도 하다. 과거엔 잡어로 취급해 그물에 잡혀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식당으로 유통하지 않고 배에서 회로 먹곤 했다고 한다.

장치는 치어 시기에는 낮은 수심에서 서식하다가 성장할수록 바다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장치는 사계절 잡힌다지만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맛이 좋을 때다. 육질은 장어처럼 탱탱하고 기름이 많아 요리할 때 기름기를 제거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동해안 어획량이 줄면서 장치를 동해 숨은 별미로 많이 찾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장치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많이 잡히지 않을뿐더러 바다에서 잡아 올리자마자 급랭해서 식당으로 유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건 내장을 제거하고 넓게 펴서 말린 것이다.

살집 깊은 놈을 꾸들꾸들 말려 얼큰 매콤하게 지져 내거나 생물을 탕으로 끓인 게 별미다. 부드럽게 기름기 밴 육질이 고소 할뿐더러 말린 고기 특유의 미각이 중독성을 더한다.

탕으로 해 먹을 수 있지만 토박이들은 주로 찜으로 해 먹는다. 장치를 요리할 때는 껍질에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기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냉동 보관하더라도 누렇게 변해 노린내가 나고 돼지비계처럼 찐득해진다. 기름을 제거한 겨울바람에 이틀 정도 말려 시래기와 무, 감자 등 채소와 함께 넣고 칼칼한 양념으로 졸이는데, 장치와 감자 맛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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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겨울고기 도치.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곰치와 장치 다음에 도치가 있는데, 이 도치는 겨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생선이기도 하지만 주문진 아래 지역에서는 어획되지 않는 북부지역의 물고기로 강원도 북부지역인 고성군, 속초시, 양양군 등지에서는 추운 겨울철에 도치를 잡는다. 주문진 아래 지역에서는 어획되지 않는 북부지역의 물고기인 도치는 겨울철에 산란하러 들어오는'알도치'를 주로 잡는다. 특히 가진항에서는 11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알도치'를 잡기 시작한다.

도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상하는 어종이다. 이에 10월에는 남쪽에서 도치가 많이 나지만 이때는 수심 300~400미터에서 어획되므로 과거에는 도치잡이를 하지 않았다.

도치는 11월이 되면 북쪽에서 많이 나는데, 이때는 수심 30~80미터 이내로 들어오므로 연안 어선들이 조업하기 시작한다. 12월 중 순경이 되면 도치가 부두 가까이 까지 들어오므로 수심 10미터 이내에서도 어획이 가능하다. 도치가 이렇게 가까운 곳까지 들어온 것을 두고 어부들은 "개안으로 들어온다."라고 표현한다.

이때 작업하는 작은 어선을'갓바리' 어선이라 한다. 추운 겨울철이 되면 도치는 암반이 깔린 연안으로 산란하러 들어온다. 12월에 고성과 속초 인근에서 어획이 가능하며, 산란한 후인 1월에는 다시 먼 바다로 나간다.

3월에도 일부 어획되기는 하지만 뼈가 억세져서 맛이 없으므로 조업을 중단한다. 도치잡이 어선은 2.5~3톤 규모의 소형어선으로, 자망을 이용해서 주로 어획하는데, 평소에는 가지미 잡이를 하다가 겨울철에만 도치를 잡는다.

2015년대 초반에 삼중망이 불법어구로 지정되면서 사용이 중단되어 지금은 줄 자망을 이용한다.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에 위치한 가진항에는 도치잡이만 하는 어선이 대략 25척으로, 인근에서 도치잡이 배가 가장 많은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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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도치를 생김새가 심퉁맞다하여 '심퉁이' 혹은 '심퉁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멍텅구리·뚝지·도치·심퉁이·심퉁어·씬퉁이·싱튀·씽티고도 한다.

강원도 동해안 도치 중 고성 도치가 제일 맛이 있다.

도치는 2월에 산란을 하는데, 산란 전의 겨울 심퉁이는 살도 찌고 알이 차기 때문에 푸짐하게 맛보기가 좋다.

몸높이가 높고 폭이 넓어 등 쪽에서 보면 몸이 마치 부풀린 풍선형태로 원뿔모양의 많은 돌기로 쌓여있고 돌기 표면에 잔가시가 매우 많다. 몸의 등 쪽은 녹갈색 바탕에 동공 크기의 불규칙한 형태의 검은색 점이 흩어져 있으며, 배 쪽은 검은 회색을 띤다.

눈은 작고, 두 눈 사이는 약간 솟아올라 있다. 주둥이는 짧고, 입 부위는 일직선에 가까우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쪽으로 약간 튀어나왔고, 양턱에는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1줄로나 있다. 아귀를 닮았으며, 아귀보다 좀 작다.

생김새가 심통 맞다고 심퉁이라 불리는 도치는 배의 빨판이 뚝 떨어진다 해서 뚝지라고도 불리는데, 배에는 배지느러미가 모양이 바뀐, 커다란 빨판이 나 있어서 바위나 바닥에 척달라 붙으면 떼어내기 어려울 정도다. 복어처럼 외부와 접촉이 있으면 놀라면 몸을 동그랗게 부풀린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고 끌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곰치나 물망치처럼 물텀벙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잡자마자 바다에 도로 버려졌을 정도였다.

이렇듯 도치는 원래 헐값에 팔리던 생선으로 예전에는 잘 먹지 않았으나, 도치의 참 맛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많이 잡히던 시절에 눈구덩이에 묻어두고 먹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담백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도치 특유의 맛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겨울철 그물에 잡혀 올라온 도치는 뼈가 연해 숙회로 먹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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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두루치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못생긴 생김새와는 달리 살이 질기지 않으면서 쫄깃하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날로 먹는 회는 물론이고 뜨거운 물에 한소끔 끓인 후 한 번 더 데친 도치숙회, 알을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찐 알의 찜이나, 묵은지 위에 도치를 얹어 조려낸 두루치기, 얼큰한 탕 등으로 쓰인다.

고성의 특미로 꼽히는 도치요리는 도치두루치기 외에도 도치알탕, 도치 숙회, 도치 찜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도치두루치기는 도치와 신김치를 마늘, 파, 고춧가루를 비롯한 갖은 양념과 함께 볶아 먹는 요리인데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도치에 잘 익은 김치가 어우러져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개운하다.

도치찜은 조리법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간편한 음식이다. 도치를 데치고, 알과 내장을 손질한 후, 꾸덕하게 말려두었다가 찜솥에 쪄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다. 기름기가 적고, 비늘이 없는 생선이라 겨울바람만 잘 통하면 쩐내와 잡내가 나지 않는다. 너무 바특하게 말린 도치는 물에 불려 두었다가 부들부들해지면 찜을 한다. 도치찜을 먹기 좋게 툭툭 잘라 놓고, 예부터 즐겨 먹어 왔던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에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설탕을 넣은 양념장이다.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 도치찜은 두 가지 맛이 난다. 뜨거울 때 먹으면 육질이 유난히 부드러우면서 담백하고, 약간 식었을 때의 육질은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고성지방에는 도치찜을 제례상에 올리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외에도 김치를 썰어 넣고 자박하게 끓인 '도치알탕찌개'는 겨울의 제철음식으로 제격이라 할 것이다.

도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부드러워 노인이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영양식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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