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문화유산 ‘반환과 환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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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문화유산 ‘반환과 환수’ 사이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6-02-10 17:29
  • 신문게재 2026-02-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영토 분쟁은 그동안 평온하던 북유럽의 군비 증강을 부추기고 있으며 연쇄적으로 대립과 갈등은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아직도 러·우 전쟁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열리면서 유일한 걱정은 '컴퓨터 오작동'이었지만 지금은 전쟁의 공포가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무력에 의한 가장 큰 피해는 '인간'의 상실, '문명'의 파괴이다. 무력이 충돌하는 속에서 '선의'와 '자비'를 기대할 수 없다.

195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 평화 회의에서 협상된 일련의 헤이그협약으로 무력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국제사회가 약속했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면 '문명의 파괴'는 실행된다. 러·우 전쟁에서 박물관과 종교 시설이 파괴되었다는 보고만 400건이 넘고 러시아군에 의해 "스키타이 황금" 유물 등 1만 점 이상이 약탈당했다고 한다. 2003년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에 의해 이라크국립박물관 등이 약탈을 당해 "수메르", "바빌로니아"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들을 도난했다가, 2021년 미국정부가 약 1만 7천 점을 반환했다는 점에서 그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유물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아주 긴밀히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리품이 아니라 문명의 파괴이기에 심각한 반인륜적인 범죄이다.

이러한 흐름과 반대로 과거청산의 일환으로 가해국의 '반환'과 피해국의 '환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일방적인 호혜나 선의보다는 정치적, 외교적 이익을 앞세우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재를 '귀한 물건'에서 '역사적이고 문명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인식하고 '정신적 인격체'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하고 국제사회는 독일 나치 약탈 예술품 환수와 식민지에서의 불법 수집 문화재의 반환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독일 나치에 의한 약탈 예술품은 당시 유럽 예술품의 약 20%가 영향을 받았으니 종전 후 유럽 각국은 이를 환수하는 일에 매진했다. 1998년 워싱턴회의는 바로 나치 약탈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었고 이후 '내력 공포 의무 등 합법적 소유권' 입증책임 등에 대한 박물관 윤리 강령이 확립된다. 또 하나는 제국주의 시대 약탈품의 원상회복으로 유네스코는 1978년 '문화재반환촉진 정부 간 위원회(ICPRCP)'를 구성하여 피해국의 환수 노력을 뒷받침하고 가해국의 반환을 촉구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결국, 제국주의 시대 약탈품의 환수는 당사국과의 정치와 외교,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흐름은 유럽의 여러 나라가 식민지 시대 약탈품 반환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반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벨기에는 르완다, 부른디 등의 약탈품을 반환하는 '문화재 반환법'을 제정했고 독일은 벨기에 사례와 같이 '포괄적 반환법'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맞는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반환과 함께 박물관 건립비용, 전문가 교육 등을 지원하는 '포괄적 보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네덜란드의 '식민지 유물위원회'와 스페인의 '식민지 유산 청산' 사례, 오스트리아의 '식민지 소장품 전문 위원회' 등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환하는 나라의 핵심가치는 "불법으로 얻은 유물은 조건 없이 반환한다"라는 것이다.

우리의 이웃 나라도 '환수' 요구에 기대지 말고 자발적 '반환'을 하는 미담을 쓰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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