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현수막 정치와 SNS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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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현수막 정치와 SNS 정치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 승인 2026-03-05 10:42
  • 신문게재 2026-03-0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박남구(신규사진)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6월 3일은 지방선거 날이다. 우리는 대통령도 잘 선택해야 되지만, 내가 사는 지방의 단체장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요즘 거리에는 계절보다 먼저 바뀌는 것이 정치인의 현수막이다. 명절 인사, 수해 위로, 시험 응원 문구 등 지금의 빅이슈는 대전·충남 통합이 사거리마다 여야가 서로를 탓하는 문구로 걸려있다. 온라인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현장 방문, 시민과의 소통 사진이 쉼 없이 올라온다. 여기에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시장과 구청장 후보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전통시장에서는 카메라를 동반한 먹방 정치가 펼쳐진다. 문제는 이 모든 장면이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과 문구와 정책까지 서로를 복사하듯 반복된다.

정치 영역을 살펴보면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의원, 구의원 등의 각자 분명한 역할 구분돼 있다. 정부의 정책은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적 전략이다. 국회의원의 정책은 법률 제정과 예산 심의를 통해 국가의 틀을 설계하는 일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책은 지역의 행정과 집행을 책임지는 실행 중심의 전략이며, 시·구의원은 조례 제정과 지역 예산 감시를 통해 생활 밀착형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로 다른 자리와 권한, 책임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선거판에 들어서면 이 구분이 흐려진다. 국회의원 후보가 지방 하수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기초의원 후보가 국가 산업 전략을 공약한다. 자치단체장 후보가 중앙정부의 대외 정책을 비판하며 표를 구하고, 구의원 후보가 대규모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건다. 권한과 예산, 법적 범위에 대한 설명은 사라지고 "다 하겠습니다"라는 공약만 남긴다. 정책은 역할에 맞게 설계되지 않고, 인기 있는 구호를 따라 하는 방식으로 홍보하게 된다.

또한 현수막 정치와 SNS 정치가 문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짧은 문구와 강한 이미지 속에서는 복잡한 권한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 대신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말이 뒤섞인다. 출판기념회에서 제시되는 비전 역시 직위별 책임을 구체적으로 나누기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미래 청사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전통시장 먹방 역시 상인의 고충을 해결할 정책 설계보다는 이미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정치는 자리마다 무게가 다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과 기초의원은 같은 정치인이지만 다른 권한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다. 다른 책임을 맡는 사람에게 같은 공약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스스로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약속하는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권한을 넘어선 약속은 실천되지 못하고, 실천되지 못한 약속은 불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정책의 방향성이 서로 연계될 수는 있다. 중앙정부의 산업 정책과 지방정부의 지역 전략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회의 입법 활동과 지방의 조례 제정은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연계와 모방은 다르다. 연계는 역할을 존중하는 협력이고, 모방은 차이를 지우는 흉내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연계이지, 유행 공약의 복사본이 아니다.

결국 후보의 공약이 그 위치에서 실제로 가능한가? 법적 권한과 예산 범위 안에서 실행 가능한가? 다른 직위의 정책을 흉내 낸 것은 아닌가? 시민이 이 질문을 던질 때,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현수막 정치, 페이스북 정치, 출판기념 정치, 먹방 정치, 그리고 정책 따라 하기 정치. 이 모든 현상의 공통점은 '보여지는 정치'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국 실행되는 정치로 완성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는 정치, 권한에 맞는 약속을 하는 정치, 그리고 약속을 결과로 증명하는 정치. 그때 비로소 우리는 홍보가 아닌 정책, 모방이 아닌 실천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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