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밀도 있는 청년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로컬호스트:웹3.0’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밀도 있는 청년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로컬호스트:웹3.0’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 승인 2026-03-17 11:30
  • 신문게재 2026-03-1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원은석 교수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로컬호스트:웹3.0(Localhost:WEB3.0)이라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서울 강남의 중심부인 역삼동 그것도 지하철 9호선 언주역 바로 앞 금싸라기 땅에 있는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만 봐도 높은 월세의 위용을 뽐내는 이 공간은 모임 장소로 사용되는데, 놀랍게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2025년 8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 공간은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모임을 하려는 사람에게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유지되고 운영될 수 있을까?

'로컬호스트:웹3.0'은 디지털 자산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고 디지털 자산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서로 교류하며 알고 지내던 네 명이 공동 운영자로 뜻을 모으고 기금을 조성하여 역삼동 건물 1층을 통으로 빌렸다. 그리고 이 공간을 디지털 자산의 확산을 위한 '무료 비영리 대여 공간'으로 정의하고 목적에 맞는 모임을 가지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공간 사용을 신청하는 방법도 색다르다.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날짜에 예약할 수 있는데, 예약을 위해서는 모임 주최자가 보증금을 내야 한다. 이 보증금을 디지털 자산으로 내는데, 모임의 주최자는 500 USDT(한 개의 가격이 1달러의 가치를 지닌 코인으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어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라 한다), 즉 500달러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지정된 계좌에 이체하면 장소 예약이 확정된다. 이후 운영진과의 소통은 텔레그램으로 진행하며 장소를 활용하고 난 뒤 문제가 없으면 500 USDT를 다시 반환해 준다.

유지가 될까? 이 공간은 놀랍게도 4개월 만에 지속성을 확보했다. 배경은 이렇다. 원래 디지털 자산 업계는 사람끼리 잘 만나지 않는다. 일례로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디지털 자산을 운영하는 한 재단의 경우, 전 세계 주요 지역에 담당자가 있지만, 사무실이 딱히 없다. 대부분 텔레그램으로 소통하고,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커피숍에서 만나 필요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SNS 계정은 주고받지만, 전화번호는 잘 교환하지 않는다. 공간도 없고 전화번호도 나누지 않으니 명함도 만들지 않는다. 본명보다는 SNS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더 익숙하고 업무는 대부분 화상회의로 진행하며 슬랙(Slack)이나 노션(Notion) 같은 온라인 협업 도구로 일을 주고받는다. 회사에 출근하고 얼굴을 맞대며 소통하고 교류를 위해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데 익숙한 사람에는 상당히 낯선 이야기다.

이런 디지털 자산 업계가 보여주는 독특한 문화에 대해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접속(access)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설명했다. 가질 수 있기에 현실의 '나'와 밀접하게 연결된 실체(주소, 전화번호, 명함, 이름)를 교환하는 교류가 아니라 '나의 역량', '나의 역할'처럼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상대와 접속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로컬호스트:웹3.0'은 이렇게 '접속'이 보편화된 문화로 자리 잡은 관계에 공간이라는 '실체'를 제공했다. 파편화되어 있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뿜어내는 교류의 밀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디지털자산 기업들은 교류의 장에 기꺼이 자신들을 드러내고 싶어 했고, '로컬호스트:웹3.0'은 공간의 한쪽 벽면을 내어주는 대가로 강남 한복판의 월세를 충당할 수 있는 자생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많은 지역에서 '청년'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머물고 모이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이 '무언가'를 위해 참고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바로 '로컬호스트:웹3.0'의 사례이다. '좋은 위치'에 모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편리한 공간', 그리고 공간을 사용하는 뚜렷한 '목적'. 이 키워드의 조합으로 '접속'은 충분히 밀도 있는 '교류'로 바뀔 수 있다.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충남대·공주대 통합 멈췄지만 끝 아니다… 연말까지 재논의 여지
  5. [기자수첩] 충주댐 40년…단양은 언제까지 '희생의 청구서'를 받아야 하나
  1.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2. 충남교육청, 추석 명절 전 특별 공직 감찰 실시
  3.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규제 충돌 넘어선 24년 동행… 충청 유역공동체로 이어진 물길
  4. KT 서부고객본부, 크레이지카츠와 외식매장 디지털 전환 맞손
  5. 위성 15기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 5차… 대전 기술력 '시험대'

헤드라인 뉴스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16일 대전을 찾아 산적한 지역 현안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대전 의료원 건립 등 허태정 대전시장과 지역 여권이 요청한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며 충청 민심 껴안기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정책 및 예산권을 가진 집권 여당의 힘을 과시하면서 지역 밥상머리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요구와 관련해 "지방의 의견을..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지역에서 최근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로 나타났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 전용면적 101.94㎡는 지난해 9월 9억 1000만 원에서 올해 9월 12억 원으로 2억 9000만 원 상승했다.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이라도 층수 등에 따라 매매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는 1년 새 3억 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상승액 2위는 서구 탄방동 공작한양 84.90㎡로 지난해 9월 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9월 6억 7000만..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지난해 화재 발생 이후 본원 이전 절차가 본격화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두고 충청권 지자체 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30년까지 기존 대전 본원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충남도와 세종시, 대전시가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16일 충청권 각 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2030년까지 전면 폐쇄된 뒤 새로운 장소로 이전·재설립될 예정이다. 적절한 이전 부지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화전략계획 용역은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며, 이에 맞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