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레이디 두아>와 있어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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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레이디 두아>와 있어빌리티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6-03-22 15:10
  • 신문게재 2026-03-2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변호사
2026년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세상을 속인 한 여성의 욕망과 파멸을 그린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로 배우 신혜선이 주인공 사라 킴 역할을 열연하였다. 극 중 사라 킴은 해외 본사도 실체도 없는 유령 브랜드 '부두아'를 최고급 명품으로 포장하여 아시아 총괄 지사장 행세를 하면서, 상류층의 배타적인 허영심을 공략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 과정에서 가짜 상품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부유층 사이에서 진짜 신분을 상징하는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얻게 된다.

극 중에서 사람들은 브랜드의 가치보다 그 브랜드가 부여하는 계급에 집착한다. "진짜와 완벽하게 구별할 수가 없는데, 그걸 과연 가짜라고 부를 수 있나요?","신용이 쌓여 신뢰가 되고, 신뢰가 커지면 신앙이 된다"는 대사는 실체 없는 가짜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대중을 희화화하며 일침한다. 주인공 사라 킴은 가짜이지만 명품이 되고 싶었던 인물로 현대인의 결핍과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모순적인 삶을 조명한다. 이러한 사기극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순히 악녀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 했던 상류층의 욕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모두의 욕망으로 굴러가는 모순된 사회 그 자체를 고발하고, '보여지는 것'이 '본질'을 압도하는 시대에 우리가 잘못 쫓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꼬집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06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빈센트 앤 코 시계'사건을 연상시킨다. 유통업자 이 모 씨는 2001년 스위스와 한국에 동시에 '빈센트 앤 코'라는 상표를 등록하고서 '10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으로 전 세계 1%와 유럽 왕실만 차는 시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에서 수입한 개당 수천 원에서 수만 원짜리 저가 무브먼트를 국내 공장에서 조립하고 다시 스위스로 보내져 재수입한 것으로 원가가 10만 원대인 시계를 악어가죽과 다이아몬드 세공 등을 더해 최고 9,750만 원에 판매했다. 그러면서 압구정동에 화려한 매장을 열고 명품 잡지 광고, 드라마 협찬, 연예인 마케팅을 했고, 유명 연예인들이 이 시계를 차고 나오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다가 청담동 런칭 파티에서 드러난 허술함을 의심한 고객의 제보와 경찰 수사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조사 결과 스위스에는 본사도 공장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브랜드임이 밝혀져 희대의 사기극이 끝이 났고, 시계를 구매하거나 협찬받은 유명인들이 한때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 이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값싼 시계를 최고급 명품으로 속여 다수의 피해자에게 거액을 가로채고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점을 엄중히 판단했다.

한때 '있어 보인다'는 말과 능력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ability'를 합쳐 만든 '있어빌리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실상은 별 볼 일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게 잘 포장하는 능력을 나타낼 때 쓰이는 신조어다. 물론 같은 일상이나 결과물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보여주느냐는 결국 기획력의 차이이므로, 자신의 장점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도 현대 사회에선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평범한 식사 한 끼도 예쁜 그릇에 담아 즐기는 행위는 스스로를 대접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태도'나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감을 끌어내는 '가성비의 극대화'를 나쁘게만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선을 넘으면, 보여지는 것에만 매몰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실속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무리한 지출을 하면 소위 '카푸어'처럼 겉은 화려하지만 실제 삶의 질은 떨어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위험이 크다. SNS 등에서 남들의 화려한 '있어빌리티'를 보며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초라하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있어빌리티'가 긍정이 될지 부정이 될지는 결국 내용물과 포장지의 균형과 자아에 대한 자존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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