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AI, 괴물로부터 온 미래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AI, 괴물로부터 온 미래

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6-04-08 17:04
  • 신문게재 2026-04-09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5111901001608400069751
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미래는 절대적 위험의 형식으로만 예기될 수 있다. 미래는 구성된 정상 상태로부터 절대적으로 단절되는 무엇으로부터, 일종의 괴물성으로부터 선포되고 제시될 수 있다."(『그레마톨로지』) 데리다의 이 선언적 명제는 우리가 정상이란 이름으로 배제해온 괴물성이나 변태적이라 생각하는 것들에 미래의 진리가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는 언제나 현실보다 한발 앞서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인류 역사와 문명은 그 낯섦이 결국 필연이었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 지동설이 그랬고, 인조인간을 상상한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에 등장한 로봇이 그랬다. 로봇이란 명사는 여기서 왔다. 한 시대의 이성이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던 발상들은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설명하는 정상적인 언어가 된다. AI의 등장은 바로 그 연장선 위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트랜스포머', 감독이 "로봇들에게서 영혼이 있음을 느낄 것"이라 말하듯 인간과 오토봇 연합은 자기희생을 통해 메가트론의 디셉티콘을 물리친다. 게다가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오토봇의 판단은 인공생명이 윤리성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인성을 탓하는 동료에게 "우리도 잔인하잖아."라고 말하는 이 녀석은 자기반성과 성찰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인공생명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욕망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이들과 유사한 설정은 수많은 SF에서 반복한다. 『인류멸망보고서』, 이 영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불성을 깨달은 로봇을 그린다. 법당 청소 같은 단순노동이나 시키려고 사 온 이놈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신도들 앞에서 설법까지 펼친다.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I Robot)』, 대량 생산된 로봇 중 돌연변이처럼 진화한 이 녀석은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거의 인간에 가깝다. 아시모프는 로봇의 행동 원칙 가운데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했지만, 기술의 반란도 있다. '터미네이터', 인류의 절멸은 핵 버튼을 인공지능에 맡긴 데서 비롯한다.

어떤 경우든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언캐니 밸리'가 시사하듯 기술의 진화는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구간을 지나 인간보다 더 우월한 지적 정신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 AI는 기술 문명이 스스로 진화를 거쳐 확장해온 필연적 귀결이 아닐까.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 그렇다면 AI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사고의 외부화, 두뇌의 확장이다. 이 확장은 더 이상 보조물이 아니라 인간을 능가하는 독립된 존재로의 진화이다.

얼마 전 세기의 망나니 트럼프가 이란을 침공할 때 AI는 방대한 정보를 신속 분석해 목표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팔란티어 기반 시스템은 무기를 추천했으며, 공격의 법적 근거를 평가하는 역할까지 했다고 한다. 최적의 공격 시점까지 AI의 힘을 빌었다니,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AI가 판단과 결정의 영역까지 침투한 것이다.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의 세계에서 결정은 기계에 위임되고, 모든 영역에서 인간은 선택과 결정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전통적으로 기계는 영혼이 없는 무기체였으나 오늘날 AI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최적의 경로를 선택 결정한다. 이제 AI가 인간을 넘어설 가능성은 공상과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AI를 단순한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피상적이다. 그 등장은 인간 종말의 예고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거대한 네트워크 속 하나의 노드로 재위치된다. AI라는 괴물은 불안과 공포를 낳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인간을 더 넓은 차원의 존재로 재정의하게 할 것이다.

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2.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3. 집 떠난 늑구 열흘째 먹이활동 없어…수색도 체력소진 최소화에 촛점
  4. '공기·물·태양광으로 비료 만든다' 대전기업 그린팜, 아프라카 농업에 희망 선사
  5.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1. 대전교육감 출마 예비후보자들 세 불리기 분주… 공약은 잘 안 보여
  2.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3.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4. 세종예술의전당, 국비 6.9억 확보… 공연예술 경쟁력 입증
  5. 김선광 "중구를 대전교육의 중심지로"… '중구 8학군 프로젝트'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지역연고 구단 `대전 오토암즈`, 이스포츠 역사상 첫 그랜드 슬램 위업
지역연고 구단 '대전 오토암즈', 이스포츠 역사상 첫 그랜드 슬램 위업

'대전 오토암즈'가 이스포츠 대회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이스포츠 중심도시 대전'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한 구단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은 프로 이스포츠대회 역사상 최초다. 대전 연고의 프로 이스포츠 구단인 '대전 오토암즈'는 창단 1년 만에 국내 이스포츠 대회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 시즌 10'에서 올해 2월에 열린 '페이즈 1'과 '페이즈 2'(3월 대회) 우승에 이어 파이널(4월 대회)까지 제패하면서 한 시즌의 모든 주요 타이틀을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2개 지자체 연고 구단들이..

`함정 범죄`로 갈취·협박 빈번… 두번 우는 세종시 자영업자
'함정 범죄'로 갈취·협박 빈번… 두번 우는 세종시 자영업자

최근 세종시에서 함정 범죄 유도와 공갈로 돈을 강탈하거나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16일 세종경찰청에 따르면 성인 남성 A·B 씨는 지난해 11월 말 세종시의 한 유흥주점에서 후배인 청소년 C 씨와 공모해 업주 D 씨로부터 술값 105만 원을 갈취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류를 제공받은 후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 술값은 못 준다. 신고 안할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협박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 3명 중 1명은 공갈 혐의 구속, 나머지 2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대전지검과 협의 중이다. 동일 수법의 범죄가 올해 1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