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길 위에서 만난 세외도원

  •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길 위에서 만난 세외도원

  • 승인 2026-05-03 11:22
  • 신문게재 2026-01-24 8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필자는 식당 간판에서 마주친 '도원'이라는 단어를 통해 도연명의 「도화원기」 속 이상향인 무릉도원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람들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행복한 세계를 고찰합니다. 무릉도원은 누군가에게는 구체적인 장소나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한 추억일 수 있으며, 필자에게는 일상 속 작은 단어가 시공간을 넘어 마음을 울리는 찰나의 순간으로 정의됩니다. 결국 세외도원이란 멀리 있는 낙원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기억 속에서 발견하는 평온하고 소중한 감정의 공간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세외도원(당리)1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원춘'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먼 느낌의 이 단어가 순간 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도원'은 동진(东晋) 시대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유래된 말이다. 동진 시기 무릉군에 살던 한 어부가 어느 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울창한 복숭아꽃 숲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복숭아꽃 숲 끝에서 그는 하나의 동굴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그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넓고 평온한 들판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밭을 일구고, 누군가는 담소를 나누며, 사람들은 조화롭고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부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이곳은 진(秦)나라의 전란을 피해 조상들이 들어와 정착한,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다.

어부가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은 거듭 당부한다.

"이곳 이야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 주세요."

어부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찾아 나섰어도, 그 아름다운 곳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무릉도원', 혹은 '세외도원'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그려 온, 이상적이고 행복한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추상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세외도원(당리)2
강의할 때, 이 단어를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여러분에게 '세외도원'은 어떤 곳인가요?"

어떤 학생은 제주도의 바다라고 했고, 어떤 학생은 아르헨티나의 폭포라고 했다. 또 어떤 학생은 외할머니 댁이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한 유학생의 말이었다.

"제 무릉도원은, 어렸을 때 엄마의 품이에요."

그 대답을 들으며, 나 역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나에게 '세외도원'은 무엇일까?

교실일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다. 혹은 어느 이국의 저녁, 길을 걷다가 '도원춘'이라 적힌 작은 간판을 발견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하나의 단어가, 긴 시간과 먼 공간을 건너, 문득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나의 '세외도원'이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