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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주 경제부장 |
전문가의 시각도 팽팽히 갈린다. 한쪽에서는 둔산지구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했다. 부산 등 다른 노후계획도시와 달리 대전은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개발이 예정돼 있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노후 주거지 개선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 침체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둔산지구가 지역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핵심지역에 개발이 집중되면 외곽 지역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고,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소외지역을 우선 개발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부촌인 둔산 중심의 개발이 오히려 이들에게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의 강남 선호 현상처럼 "어차피 집을 사야 한다면 '똘똘한 한 채'가 집중된 둔산"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둔산지구를 중심으로 용문·탄방·숭어리샘 등 인접 지역의 수요는 늘고 있고, 집값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인다. 실제 '크로바아파트' 전용 101.79㎡는 올해 2·3월 각각 13억 2500만 원, 13억 3500만 원에 거래되며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7개월 만에 13억 원대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외곽 지역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가격 방어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일부 지역은 미분양이 누적되며 최대 7000만 원 수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기존 주택 처분 지연으로 계약금까지 포기해야 하는 수분양자도 늘고 있다. 이는 최근 발표된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3월 대전·충청권 아파트 입주율은 57.5%로 전월(63.4%)보다 떨어졌다. 즉 10가구 중 4가구가 입주조차 못 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원인은 기존주택 매각지연과 잔금대출 미확보다. 현재 대전 부동산 시장의 암울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은 '형평성' 문제를 넘어 사업 존폐를 걱정할 처지다. 용적률 360%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둔산지구와 달리 먼저 사업을 추진하고도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이 겹치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비례율이 100%에서 60~70%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로 인해 조합원 부담이 커지면서 일반분양보다 더 높은 비용을 떠안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반적 분위기가 둔산지구 하나로만 보기 어렵다. 시장 전체의 수급 구조 변화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도시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둔산지구를 두고 "도로망과 주거지의 조화가 부족하고, 공원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설계의 한계를 드러낸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 개발이 아닌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공원과 주거 재배치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공원 부지에 주거 기능을 일부 도입하고, 현재 아파트 부지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동시에 지하에 주차장을 결합하는 입체적 도시 구조를 통해 생활 인프라의 균형과 순환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결국 둔산지구라는 거대한 개발사업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동산 시장을 넘어 도시 경쟁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수요가 한곳으로 쏠릴 경우 아무리 대형 호재라도 지역의 갈등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미 닻이 올라 출항하는 상황에서 둔산지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와 대전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주거정비를 넘어 한 도시의 미래 구조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병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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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