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AI 반도체, 현장에서 답을 찾을 때다

  • 오피니언
  • 독자위원회 & 독자위원 칼럼

[독자권익위원 칼럼] AI 반도체, 현장에서 답을 찾을 때다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 승인 2026-04-23 11:20
  • 신문게재 2026-04-24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종진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최근 인공지능(AI) 경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싸움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인프라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대전·세종 일대에서도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AI 도입을 서두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GPU가 부족하다",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든다", "서버 운영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기술보다 현실이 먼저 부딪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자체 민원 상담 AI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챗봇을 도입했지만, 이용자가 몰리면 응답이 느려지고 운영비가 급증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초기에는 성능 좋은 장비를 쓰는 것이 중요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계속 돌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바뀌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엔비디아(NVIDIA) GPU와 함께, 퓨리오사AI(FuriosaAI)와 리벨리온(Rebellions) 같은 NPU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성능 GPU는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강하지만,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는 전력 효율이 높은 NPU가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현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충청권의 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불량 검출 AI를 도입했지만, 기존 GPU 기반 시스템은 전력소비와 발열 문제로 운영 부담이 컸다. 결국, 일부 공정에서는 경량화된 모델과 저전력 장비로 전환하면서 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사례가 있다. AI는 '도입'보다 '지속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외국산 GPU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기술력은 당분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영역을 외국산 GPU에 맡길 필요는 없다. 공공 AI, 교통 분석, 의료 영상, 스마트시티 관제처럼 장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분야에서는 국산 NPU의 활용 여지가 충분하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바로 그 틈을 노리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정부의 선택이다. 기술은 이미 시작됐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가 스마트 교통 체계나 공공 CCTV 분석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일정 비율을 국산 AI 반도체로 실증하도록 설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공공이 첫 고객이 되어주면 기업은 데이터를 쌓고, 기술을 개선하고, 민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사용 기회'다.

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챗GPT 사용법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산업은 훨씬 복잡하다. 한 지역 특성화고에서 서버와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고 간단한 AI 모델을 돌려보는 실습을 도입했는데, 학생들의 진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사례가 있다. 단순히 AI를 쓰는 것과, AI가 돌아가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를 잘 쓰는 사람'보다 'AI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전력을 관리하고, 반도체 특성을 이해하고, 비용을 최적화하는 인력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초·중·고 교육이 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술을 소비만 하는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승부는 연구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된다. GPU는 필요하고, NPU는 더 필요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지역에서부터 실증하고, 학교에서부터 준비할 때 비로소 한국의 길이 열린다.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도, 파주 미래도시 청사진 확정
  2. 허태정표 ‘대전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현실화되나…관건은 이전 대책
  3. 허태정號 온통대전 부활 예고... 관건은 예산 확보
  4. 포스트 지방선거 공공기관 2차 이전 부상…李대통령 8일 언급하나
  5. 올 첫 총경급 정기인사… 충청 4개 시·도에서 59명 자리 옮겨
  1. [오늘과내일] 재건축은 자산가치와 공동이익을 균형있게 추구해야
  2.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3.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6장-숭어리샘, 나르키소스를 넘어서
  4. 포스트 6ㆍ3 충청 與野 "이번엔 집안 싸움…" 다시 후끈
  5. '포스트 지선' 여야 상반된 처지… 민주 '원팀가속' vs 국힘 '갈등지속'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풍전등화… 충청`5극 3특` 플랜B에 촉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풍전등화… 충청'5극 3특' 플랜B에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민선 9기 행정통합 불가방침을 공언한 가운데 충청권 미래 발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균형발전 기조인 '5극 3특' 달성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거론돼 온 행정통합 추진 동력이 사그라 들면서 플랜B 마련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대전 충남 행정통합 대신 기존의 충청권 광역연합을 내실화해 시도간 실질적 협력을 극대화 하자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 행정통합과 관련해 "이미 국민들이 뽑..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사 화재사고에 대해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이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 20여 명이 화재현장 발화 추정지에 대한 추가 합동 감식을 벌였다. 6월 4일 경찰은 관계 기관·유족과 합동 감식을 벌여 발화부로 추정되는 공장 1층과 기계 설비 등을 확인하고, 기계적·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봤다. 발화 목격 지점에 잔해물이 있어 제거한 뒤 이날 추가 감식을 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대한민국 첫 정지궤도 인공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무게 2.5t)'가 16년간 16억㎞ 우주비행을 마치고 위성의 무덤으로 불리는 폐기궤도에 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이상철)은 6월 8일 새벽 1시 32분에 천리안위성 1호기의 전원을 차단해 운영을 종료하는 비활성화 조치했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는 16년간 기상·해양 관측 및 통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한민국은 이때 세계 7번째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 반열에 올랐으며, 해외 의존도를 벗어나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했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 ‘늑구 보러 왔어요’ ‘늑구 보러 왔어요’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