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선거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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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정한 선거의 시작점

윤인선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26-05-06 16:45
  • 신문게재 2026-05-07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증명사진_윤인선(5.7. 게재 예정)
윤인선 교수
선거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연한 기회에 전교 학생회장 선거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나름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쉬는 시간마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어린 학생들의 선거운동 방식은 실로 다양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친목'에 기반하고 있었다. "나랑 친하니까 뽑아줘", "우리 같은 반이니까 뽑아줘"라는 식의 호소가 주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어떤 공약을 내걸고 학교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약속보다는, 누구와 더 친하고 누가 더 인기가 있는지가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되면 초등학교 시절의 '친목 선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선거 풍경은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선거철이 다가오면 우리의 일상은 그야말로 미디어의 홍수에 잠긴다. 스마트폰을 켜면 1분 남짓한 자극적인 숏폼 영상이 쏟아지고, SNS에는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의 타당성보다는 그들이 시장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더 큰 화제가 된다. 심지어 언론조차 정책 검증보다는 어떤 유명 가수의 히트곡이 선거 로고송으로 쓰이는지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선거를 마치 연예인들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오락거리로 소비한다. 어릴 적 바라보았던 초등학교의 '친목 선거'가, 오늘날에는 미디어와 숏폼이라는 세련된 옷을 입은 '이미지 선거'로 그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한 화려한 선거판의 이면에 경종을 울린 것은 대학 강단에서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던 때였다. 한 학생이 수업 중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바로 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입니다. 쉽지 않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입법을 해야 제도가 바뀌고, 그 과정을 실천하는 정치인을 볼 때 우리의 인식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너무나도 명쾌하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우리가 쏟아지는 숏폼 영상과 흥겨운 로고송에 휩쓸려 정책 공보물을 외면하는 행위는, 곧 제도를 개선하고 내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단을 스스로 내동댕이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선거를 일컬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우리가 채택한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필연적으로 '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를 수반한다. 과연 내가 뽑은 정치인이 나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있을까? 선거가 재현해야 할 대상은 특정한 인물이나 매력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이웃의 목소리이자, 지역의 절실한 필요가 담긴 정책이어야 한다. 사실 우리 지역의 진정한 전문가는 행정가도 정치인도 아니다. 매일 그 지역에서 숨 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 지역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우리라면, 우리는 마땅히 '생활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재현해주는, 다시 말해 인물이 아닌 '정책'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우리는 미디어 보도, 길거리 현수막, 홍보물 등 선거 정보의 홍수 속에 놓일 것이다. 우리는 이 홍수 속에서 무엇을 잣대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할까? 그 출발점은 '누구를 볼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가'로 시선을 옮기는 데 있다.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이 주체적인 선택부터가 우리 선거의 진정한 시작이다.

/윤인선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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