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넘어 다시 시작하기 좋은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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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넘어 다시 시작하기 좋은 도시로

박종복 대전시 기업지원국장

  • 승인 2026-05-19 17:20
  • 신문게재 2026-05-20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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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대전시 기업지원국장
"실패는 시장이 나에게 준 가장 비싼 과외 수업이었다." 8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기업가치 9조 원의 유니콘 기업 '토스(Toss)'를 일궈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의 말이다. 그는 한때 억대 빚더미에 앉기도 했지만, 실패 원인을 처절하게 분석하고 다시 도전한 끝에 대한민국 금융 지형을 바꿨다. 그의 여정을 담은 책 '유난한 도전'이 보여주듯, 혁신은 실패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창업의 길은 이토록 험난하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많은 창업자가 단 한 번의 실패로 사회적·경제적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이 우리 창업 생태계의 뼈아픈 현주소다. 반면, 재창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첫 창업 기업보다 2배가량 높다. 이는 실패를 통해 시장의 생리를 몸소 터득한 창업자의 경험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전략적 자산'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높은 성공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재도전 환경은 OECD 주요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척박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창업자의 평균 재도전 횟수는 OECD 주요국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역량 있는 기업인들조차 단 한 번의 실패로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도전이 이토록 위축된 원인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다른 연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폐업 기업인들은 신용불량이라는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실패를 패배로 규정하는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설문 결과, 폐업으로 인한 심리적 피해 중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미안함(87.6점)이 가장 컸으며, 빚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85.6점)과 신용불량 꼬리표(71.6점) 등이 재기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재도전의 위축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폐업 후 재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기업가정신의 쇠퇴는 곧 경제 활력의 저하로 직결되며,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는 혁신적인 도전을 멈추게 만든다. 따라서 이제 실패는 단순한 과오가 아니라, 국가 경제를 견인할 '학습된 경험 자산'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전시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2025년 9월, 전국 최초의 재창업 전용 공간인 '재도전·혁신캠퍼스'를 개소하며 재도전이 선순환되는 창업 생태계 조성을 선언했다.

재도전·혁신캠퍼스는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실패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전환하는 지역 재창업의 핵심 거점이다. 국내 유일의 재창업 전용 플랫폼으로서 1인 연구석, 다목적실, 상담 부스 및 영상 제작실 등 기업 성장을 밀착 지원하는 최첨단 시설을 완비했다. 특히 '재도전 전시공간'은 주목할 만하다. "실패는 끝이 아닌 성공의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데이터와 실제 사례로 공유하며, 창업자에게는 용기를 주고 사회 전반에는 재도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6월부터는 이곳에서 재창업자들을 위한 '재창업 아카데미'가 본격 가동된다. 과거의 폐업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전문적인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 및 시장 전환을 지원해 '내실 있는 재창업'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화 자금 지원부터 선후배 창업자 간 네트워킹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재기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재도전·혁신캠퍼스는 제2·제3의 이승건 대표가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성공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며, 대전시도 재창업 지원 체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 실패를 자산 삼아 다시 일어서는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 도시를 완성하는 데 매진할 것이다. 실패라는 귀중한 수업료를 낸 창업자들이 대전에서 다시 꿈을 꾸고, 그 꿈이 거대한 혁신으로 이어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종복 대전시 기업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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