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AI가 받는 전화, 사람의 온도는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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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AI가 받는 전화, 사람의 온도는 남아 있는가?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 승인 2026-05-21 14:11
  • 신문게재 2026-05-2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박남구(신규사진)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얼마 전 필자는 잘못 기재된 항공권 이름 변경을 위해 고객센터에 몇 번이나 전화했지만, 반복되는 자동응답 안내에 결국 상담사와 연결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상담원 목소리 듣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는 푸념 속에 불편함 이상의 답답함을 느꼈다.

요즘 고객센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화상담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고, 챗봇과 음성인식 시스템이 표준이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상담 효율은 높아지고 운영비는 줄어든다. 24시간 응대도 가능하다. AI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함께 고민해야 할 것도 있다. 과연 모든 사람이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지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 AI 상담은 편리한 서비스일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과 노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현실이다. 자동응답 안내조차 복잡하게 느껴지고, 앱 설치나 본인인증 과정은 높은 장벽이 된다.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잘못 누를까 두려워하다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단순한 사용 미숙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사회적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창구는 줄어들고, 병원 예약은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공공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변화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환경이 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혁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는 셈이다.

컨택센터 현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단순 문의는 AI가 빠르게 처리하지만, 정작 고령 고객들의 만족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는 분명하다. 노인 고객들은 단순한 정보보다 상담원의 설명을 원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안심을 느낀다. AI는 빠르게 답할 수 있지만, 상대의 불안과 맥락까지 충분히 이해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가 될수록 인간적 공감과 설명의 가치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얼마나 자동화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았는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도 일부 디지털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 체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노인복지관과 평생교육기관 등을 중심으로 생활 밀착형 디지털 교육 체계를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법뿐만 아니라 AI 상담 이용법, 공공서비스 활용 방법 등 현실적인 내용도 제공돼야 한다.

기업 역시 효율만 앞세워선 안 된다. 모든 서비스를 AI로 대체하기보다 고령층에게 상담사 연결이 쉽게 제공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반복 설명이나 느린 응대 서비스 같은 세심한 접근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일자리 변화다. 단순 전화응대 업무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고령층 디지털 안내, 감정케어 상담, AI 보조 상담관리와 같은 사람 중심 역할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AI 기술 자체보다 사람과 기술을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미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목적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선진사회는 가장 빠른 사람만 앞서가는 사회가 아니다. 가장 늦게 따라오는 사람까지 함께 가는 사회다. AI 시대일수록 사람을 이해하는 따뜻한 응답이 필요하다.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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