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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경제부 차장 |
곰곰이 돌아보면 축구 응원 방식은 늘 이랬다. 대표적인 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다. 당시 한국은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설기현의 동점골과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로 2-1의 기적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내 생애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까지의 응원 분위기는 어땠나. 한 단어로 '절망'이었다.
축구가 주는 매력은 바로 이처럼 극단적으로 오르내리는 감정에 있다. 최근 코카콜라의 월드컵 TV 광고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기 전개에 따라 '기대, 실망, 열정, 분노, 기쁨'으로 변하는 문구와 이미지는 팬들이 얼마나 스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의 대전 홈경기를 직접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는 우천 중단 끝에 무승부로 마무리됐지만, 경기장에서 느낀 감정은 월드컵과 달랐다. 승부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관람석에서는 응원가가 이어졌고, 팬들은 치킨, 피자, 떡볶이에 맥주를 곁들이며 경기를 즐겼다. 전광판에서는 유명인 닮은꼴 찾기 같은 이벤트가 진행됐고, 치어리더들은 경기 중간마다 무대 위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이처럼 축구와 야구는 다른 방식의 응원문화를 보인다. 축구가 '승부 집착형'에 가깝다면, 야구는 '소비 축제형'에 가깝다.
축구는 한 경기의 무게가 크다. K리그 정규라운드는 38경기로 시즌 중에도 보통 일주일에 한 경기씩 치러진다. 반면 야구는 주 6일 경기가 이어지며, 팀당 총 144경기를 치른다. 축구에서는 한 번의 패배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야구에는 '오늘은 비록 졌지만 내일 이기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축구계가 고민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은 결국 K리그라는 뿌리에서 나온다. K리그가 성장하려면 좋은 선수 육성, 전술 발전, 구단 운영도 중요하지만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티켓 파워'는 곧 구단의 경쟁력이고, 지역 스포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현대가 지난달 김천상무와의 홈경기에서 선보인 '더 서드 하프'는 눈여겨볼 만하다. 인기가수 잔나비를 초청해 경기 종료 후 콘서트를 열어, 축구장을 축제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승패는 축구팬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역시 축구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에 팬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K리그가 더 넓은 팬층을 품기 위해서는 승패의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경기장을 찾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패배하더라도 다시 경기장을 찾고 싶게 만드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대전에는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이 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팬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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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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