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월드컵을 응원하며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월드컵을 응원하며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6-22 16:39
  • 신문게재 2026-06-2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4년 만에 돌아온 지구촌 축제, '2026 북중미월드컵'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예선 멕시코전이 열린 지난 19일 오전 10시. 회사에서 단체관람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들뜬 마음으로 셔츠 안에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0-1 패배였다. 후반 초반 김승규와 이기혁의 충돌 상황에서 자책성 골을 내주며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경기 종료 후에는 자연스럽게 패배 원인 분석이 이어졌다. 전술의 문제였는지, 선수 기용의 문제였는지, 누구의 실수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곰곰이 돌아보면 축구 응원 방식은 늘 이랬다. 대표적인 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다. 당시 한국은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설기현의 동점골과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로 2-1의 기적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내 생애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까지의 응원 분위기는 어땠나. 한 단어로 '절망'이었다.

축구가 주는 매력은 바로 이처럼 극단적으로 오르내리는 감정에 있다. 최근 코카콜라의 월드컵 TV 광고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기 전개에 따라 '기대, 실망, 열정, 분노, 기쁨'으로 변하는 문구와 이미지는 팬들이 얼마나 스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의 대전 홈경기를 직접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는 우천 중단 끝에 무승부로 마무리됐지만, 경기장에서 느낀 감정은 월드컵과 달랐다. 승부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관람석에서는 응원가가 이어졌고, 팬들은 치킨, 피자, 떡볶이에 맥주를 곁들이며 경기를 즐겼다. 전광판에서는 유명인 닮은꼴 찾기 같은 이벤트가 진행됐고, 치어리더들은 경기 중간마다 무대 위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이처럼 축구와 야구는 다른 방식의 응원문화를 보인다. 축구가 '승부 집착형'에 가깝다면, 야구는 '소비 축제형'에 가깝다.

축구는 한 경기의 무게가 크다. K리그 정규라운드는 38경기로 시즌 중에도 보통 일주일에 한 경기씩 치러진다. 반면 야구는 주 6일 경기가 이어지며, 팀당 총 144경기를 치른다. 축구에서는 한 번의 패배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야구에는 '오늘은 비록 졌지만 내일 이기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축구계가 고민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은 결국 K리그라는 뿌리에서 나온다. K리그가 성장하려면 좋은 선수 육성, 전술 발전, 구단 운영도 중요하지만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티켓 파워'는 곧 구단의 경쟁력이고, 지역 스포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현대가 지난달 김천상무와의 홈경기에서 선보인 '더 서드 하프'는 눈여겨볼 만하다. 인기가수 잔나비를 초청해 경기 종료 후 콘서트를 열어, 축구장을 축제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승패는 축구팬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역시 축구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에 팬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K리그가 더 넓은 팬층을 품기 위해서는 승패의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경기장을 찾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패배하더라도 다시 경기장을 찾고 싶게 만드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대전에는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이 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팬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2.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3.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4.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5.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1. aT-한국수출입은행, K-푸드 수출 확대 공조
  2.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3.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4. 생활고 이유 대전서 초등생 딸 살해하려 한 부부… 검찰 징역 12년 구형
  5. 허태정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헤드라인 뉴스


[다시 온통대전 성공조건은] 골목경제 구세주 vs 포퓰리즘

[다시 온통대전 성공조건은] 골목경제 구세주 vs 포퓰리즘

벼랑 끝에 몰린 골목경제를 구하기 위한 특효약인가. 아니면 현금성 지원에 의존한 포퓰리즘(populism)인가.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1호 공약 온통대전 2.0을 두고서 나오는 말이다. 민선 7기를 이끌었던 그는 당시 트레이드마크인 온통대전을 4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코로나19 시기 지역 소비를 견인했던 지역화폐로 대전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온통대전이 지역 내 소비 확대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지역 경제 선순환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수백억 원 혈세..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파산 위기 대전시, 강력한 긴축재정 불가피"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파산 위기 대전시, 강력한 긴축재정 불가피"

박정현 민선 9기 대전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22일 "대전시 재정이 사실상 '파산'위기에 직면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옛 충남도청사에 마련된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 8기 시정에 대한 업무보고 검토 결과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수위는 대전시 재정을 사실상 '부도' 및 '파산'으로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세입이 감소하는 악조건에서도 무리한 사업들을 강행해 지방채를 급증시켰고, 2022년 말 약 1조원이었던 채무는 2025년 말 1조 5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계획..

7월 충청권 2700여 세대 집들이…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1754세대
7월 충청권 2700여 세대 집들이…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1754세대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충청권에서는 2700여 세대가 집들이에 나설 전망이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106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만3505세대) 대비 4.5% 증가한 규모로, 올해 월평균 입주 물량(1만 4913세대)과 유사한 수준이다. 충청권에선 2705세대가 입주한다. 이는 전국 입주 물량 중 19.1%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1754세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성구 용계동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가 입주를 시작하는데, 이는 지방 입주 물량 중 가장 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