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양, 삼국이 탐낸 땅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단양, 삼국이 탐낸 땅

황대욱 신경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26-07-01 15:13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image01
황대욱 신경주대학교 교수
오늘날 단양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은 먼저 단양팔경을 생각한다. 남한강 절벽 위 도담삼봉과 구담봉, 옥순봉이 빚어내는 절경은 오래전부터 단양을 대표해 왔다. 그러나 단양이 삼국의 치열한 각축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은 고구려의 남진정책(南進政策)과 신라의 북진정책이 맞부딪힌 전략의 요충지였으며, 남한강을 둘러싼 역사의 무대였다.

역사를 돌아보면 강을 지배한 세력이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고구려가 남쪽으로 세력을 넓히려 했던 이유도 한강과 남한강 수로를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남한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군사와 물자가 이동하는 전략 통로이자 중부 내륙을 연결하는 생명선이었다. 그 중심에 단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죽령은 영남과 중부 내륙을 잇는 삼국시대의 핵심 교통축이었다. 고구려는 이 길을 통해 신라를 견제했고, 신라는 다시 이 길을 확보하며 북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단양은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라 삼국의 전략과 군사가 맞부딪힌 접경지였다.

필자 역시 2000년대 초반 단양군 관광행정 자문 과정에서 영춘과 온달권역을 여러 차례 찾은 적이 있다. 남한강 절벽과 산성, 죽령 일대를 직접 둘러보며 왜 삼국이 이 지역을 치열하게 다투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단양은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지형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온달산성에 남아 있다. 남한강을 굽어보는 산성은 누가 이 길목을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의 상징이다. 특히 단양의 고구려 이야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온달이다. '삼국사기'에는 온달이 신라에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출정했다가 아단성(阿旦城) 아래에서 전사한 기록이 전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단성의 위치를 두고 지금도 견해가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오늘날 서울 광장동의 아차산성을 아단성으로 보고, 다른 일부는 단양군 영춘면의 온달산성 일대로 해석한다. 특히 영춘의 옛 지명이 을아단(乙阿旦)이었다는 점은 아단성과의 연관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자주 거론된다. 물론 학계의 견해는 아직 일치하지 않지만, 이러한 논쟁 자체가 단양이 고구려 역사와 깊게 연결된 공간임을 말해준다.

오늘날 단양군과 관광공사는 이러한 역사성을 관광산업과 접목하고 있다. 온달산성과 온달동굴, 드라마 세트장을 연계한 온달관광지는 단양의 대표 역사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온달문화축제역시 고구려 역사성과 지역관광을 함께 연결하는 핵심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역사와 관광이 만나 지역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대표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는 흔히 충청도를 백제 문화권으로 기억하지만, 북부 충청권은 고구려·백제·신라가 충돌한 복합 역사 공간이었다. 단양은 그 경계의 중심에 있었고, 남한강을 둘러싼 삼국의 긴장과 경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외우는 작업이 아니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단양팔경의 아름다운 풍경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절반의 단양만 보는 셈이다. 그 절경 뒤에는 남한강을 차지하기 위해 삼국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간과 고구려의 숨결이 함께 남아 있다.

결국 단양은 풍경의 도시이기 전에 역사 전략도시다. 단양팔경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온달산성과 남한강 물길은 이 땅이 품고 있는 천년의 역사를 오늘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황대욱 신경주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중수청 모집 전부터 술렁이는 수사 현장… "베테랑 빠지면 민생수사 어쩌나"
  4.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5.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1.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2.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3. 조상호 세종시장 7월 1일 취임… 비서·참모 라인 윤곽
  4.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5. 충청권 거점대 글로컬 통합모델 나란히 D등급… 구성원 설득 과제로

헤드라인 뉴스


중수청 모집 전부터 술렁이는 수사현장… "베테랑 빠지면 민생수사 어쩌나"

중수청 모집 전부터 술렁이는 수사현장… "베테랑 빠지면 민생수사 어쩌나"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 현장이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중수청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 등 전문 수사가 필요한 중대범죄를 담당하게 되는 만큼, 검찰과 경찰 안팎의 베테랑 수사 인력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 등 지역 수사 현장에서는 일부 우수 수사관의 이탈이 민생 사건 처리 공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중수청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

민선 9기 충청권 지방정부 공식 출범…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 9기 충청권 지방정부 공식 출범…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T1 vs 한화` MSI 결승전 대전에서 성사될까! 페이커 우승컵 가능성은?
'T1 vs 한화' MSI 결승전 대전에서 성사될까! 페이커 우승컵 가능성은?

'안방' 대전에서 열리는 2026 MSI(Mid-Season Invitational)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회 2일차를 맞이한 가운데,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습니다.T1은 지난 28일 팀 리퀴드와의 경기에서 3대 0 완승을 거둔 데 이어, 29일 카민 코프와의 맞대결에서도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압승하며 이틀 연속 전승이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T1은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