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나는 피난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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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나는 피난처가 있다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6-07-06 16:54
  • 신문게재 2026-07-0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한 구도심 주택가에서 발견된 100평 규모의 거대한 지하 동굴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벽 두께가 1m를 넘는 이 깊은 공간은 본래 일제강점기 시절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지어진 방공호였다. 6.25 전쟁 당시에는 갈 곳 없는 피난민 23가구의 눈물겨운 삶의 터전이 되었고, 놀랍게도 불과 수년 전까지도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햇빛 한 줄기 전혀 들지 않는 음침한 동굴일지라도, 세상의 모진 풍파와 위험을 피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피난처였던 셈이다. 이처럼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환난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도망할 곳을 찾는다. 그러나 때로는 세상 어디를 둘러보아도 숨을 곳 하나 없는 절망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성경 속 인물 다윗이 마주한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자신의 장인이자 이스라엘의 절대 권력자인 사울 왕이 시기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죽이려 하자, 다윗은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 채 도망자가 되었다. 한때 골리앗을 무너뜨린 민족의 영웅이자 최고의 장군이었던 그가, 이제는 자기 목숨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처절한 환난을 만난 것이다.

어디로 가야 안전할지 고민했을 다윗이 향한 곳은 영적 지도자 사무엘이 있던 '라마'였다. 현재 거처에서 겨우 3km 남짓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그곳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이스라엘의 정신적 지주이자 왕의 스승격인 사무엘의 권위 뒤에 숨으면 사울도 함부로 못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윗은 인간적인 계산속에서 사무엘이라는 거대한 '사람'을 자신의 피난처로 삼았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중 'B.A.C.A(아동학대를 반대하는 바이커들)'라는 모임이 있다. 가죽 재킷을 입은 험상궂은 폭주족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학대받는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 집 앞을 24시간 지켜주고 법정 증언까지 동행하며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이들이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조끼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세상의 위협 속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줄 버팀목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다윗에게 사무엘은 바로 이런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앞으로의 길을 묻고 싶었을 마음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의 고통이 존재한다. 부모도, 친구도, 그 어떤 대단한 사람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인생의 밤이 찾아온다. 다윗이 의지하려 했던 사무엘 역시 광기 어린 사울 왕을 막아서지 못했다. 사울은 군대를 세 번이나 보내 라마나욧에 있는 다윗을 추격하게 했고, 마침내 사울왕 자신이 직접 칼을 빼 들고 쳐들어왔다. 다윗이 신뢰했던 인간적인 피난처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인간의 계산이 끝나는 지점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다윗을 죽이려 다가온 군사들과 사울왕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 그들의 무기를 묶으시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신 것이다. 세상의 권력과 인간의 계획은 하나님 앞에서는 한낱 흩어지는 먼지에 불과하다. 다윗은 스스로 아무런 방책도 세우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주권적인 은혜로 그를 완벽하게 보호하셨다. 다윗을 왕으로 세우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기 위함이었다.

인생의 고난은 때로 우리를 가장 안전한 진짜 피난처로 인도하는 통로가 된다. 삶이 평탄할 때는 하나님을 깊이 의지하지 않다가도, 기댈 곳이 없는 절망적인 한계에 이르면 비로소 창조주를 바라보게 된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때로는 눈물 흘리며 부르짖는 모든 신앙의 행위가 바로 영원한 피난처이신 하나님 품으로 숨는 과정이다.

다윗의 도망 생활은 그날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10여 년간 거친 광야를 떠돌아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시때때로 그를 도우셨고, 마침내 약속대로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으로 세우셨다. 세상 끝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피난처가 되신다. 그러므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낙심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영원한 피난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에, 다시 소망을 품고 소중한 꿈을 향해 힘차게 일어설 수 있다.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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