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생활물류 시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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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생활물류 시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윤경준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승인 2026-08-23 11:24
  • 신문게재 2026-08-2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윤경준 교수(배재대-무역물류학과)
윤경준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우리의 일상에서 '물류'의 의미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물류가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을 기업과 기업 사이에 운송하는 산업활동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쇼핑, 새벽배송, 당일배송, 음식배달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된 생활서비스가 됐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법적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생활물류의 성장이 민간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도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택배차량과 배달 오토바이의 증가, 도심 주정차와 교통혼잡, 물류시설 부족, 배송 종사자의 안전과 휴식공간 부족, 탄소배출 증가 등은 모두 지방정부가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방향도 '물류기업 지원'에서 '생활물류를 고려한 도시체계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생활물류를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시를 설계할 때 주거·상업·교통시설은 중요하게 고려했지만, 시민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물류공간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앞으로는 도시개발과 재개발, 신도시 조성 단계에서 물류거점과 배송공간을 필수 기반시설로 검토해야 한다. 도심의 공공 유휴부지, 공영주차장,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소규모 물류거점과 공동배송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생활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물동량과 배송수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배송경로와 차량 운행을 최적화한다면 불필요한 차량 이동과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배송차량, 배송로봇, 스마트 물류센터 등 새로운 기술을 도시환경에 접목해야 한다.

셋째, 생활물류 종사자를 도시의 중요한 서비스 인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배송기사와 배달 종사자의 안전과 노동환경 개선은 단순한 산업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생활물류 쉼터, 주차·하역공간, 휴게시설, 이륜차 안전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 현행 법률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종사자의 권익증진과 안전강화, 생활물류 취약지역 지원 등의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넷째, 지역별 특성에 맞는 생활물류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물류문제는 다르다. 대도시는 교통혼잡과 도심 물류시설 부족이 핵심이라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감소와 배송비용 증가, 농어촌과 도서지역은 물류서비스 접근성 자체가 문제다. 따라서 모든 지역에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생활물류 수요를 조사하고 맞춤형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생활물류가 단순한 편의서비스를 넘어 생활복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생활물류는 국토·교통·도시계획·환경·복지·산업정책이 모두 연결돼 있다.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을 지원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인프라를 구축하며, 민간기업이 데이터와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생활물류는 더 이상 '택배와 배달회사만의 산업'이 아니다. 시민의 소비와 이동, 도시교통, 환경, 일자리, 복지와 연결된 새로운 도시 인프라다. 앞으로의 경쟁력 있는 도시는 얼마나 많은 물류를 처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비용과 이동으로 시민에게 안전하고 신속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물류를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핵심 인프라로 선제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 생활물류 데이터를 축적하고, 물류공간을 확보하며, 스마트 기술을 실증하고, 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생활물류 시대의 도시 경쟁력은 곧 '시민의 일상에 얼마나 가까운 물류체계를 갖추고 있는가'에서 결정될 것이다. /윤경준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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