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30] 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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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30] 폐선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9-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둣가 폐선 한 척

갈매기 모임 장소



하얗게 뱉어놓은

뱃노래 쌓여가고



이 밤도

독작에 취해

꿈속으로 출항한다.



<시작노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알려진 새만금 방조제(33.9km)와 고군산 열도 주변을 돌아보면서 어부의 집 마당에 삿대와 닻이 나뒹굴고 앞산 중턱에 어선이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개벽을 절감하였다. 부둣가에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도 애절하게 보였다. 오래도록 출항하지 못한 낡은 배와, 배를 타고 평생을 살다가 늙어서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이 똑같이 동병상린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뱃전을 찾아주는 갈매기들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갈매기는 폐선에 모여서 추억의 노래를 부르며 배설물로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노인은 뱃노래를 부르며 갈매기를 맞이한다.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오르는 추억에 취하고, 혼자 마시는 술에 취해서 노인도 폐선도 꿈속으로 출항한다. 노을이 곱게 춤추며 뱃노래를 듣다가 사라진다. 누구나 인생은 그렇게 폐선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갈매기의 환송을 받으며 종교 같은 바다의 꿈속으로 떠난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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