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천 마사회 유치전, 이제는 '효과'를 따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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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천 마사회 유치전, 이제는 '효과'를 따질 때

온라인 경주 판매 성장세 빨라 경주장 찾는 횟수 줄어 변수

  • 승인 2026-09-17 16:05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성수석 이천시장1
성수석 이천시장 (사진=이천시 제공)
한국마사회 경마공원 유치를 향한 이천시의 움직임이 읍·면 단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장호원읍에서 시작된 유치 활동에는 부발읍과 신둔면, 호법면, 율면 등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주민 서명과 유치 건의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마사회 이전 문제가 특정 지역의 현안을 넘어 이천시 전체의 주요 유치사업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형 공공시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기대감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천시가 내놓은 핵심 숫자는 연간 약 490억원이다.과천시와 비슷한 규모의 경마공원이 이천에 들어선다는 가정 아래 레저세 징수교부금 약 63억원을 비롯한 세입 확대 효과를 합산한 전망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확정된 세입'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 지방재정에 들어오는 금액은 향후 경마공원의 규모와 매출, 운영 방식, 세원 배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 비용이나 교통대책 비용 등이 발생한다면 순수한 재정효과는 또 달라진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490억원이라는 총액 자체보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투입하는지에 대한 세부 계산이다.

■ 200만명이 찾아오면 지역상권도 달라질까

이천시는 경마공원이 들어설 경우 연간 2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방문객이 경마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지역 음식점과 숙박시설, 관광지, 교통시설 등을 이용한다면 지역경제에 새로운 소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마와 함께 말 체험, 공연, 행사 등을 결합한 복합 레저공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방문객 숫자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사이에는 확인해야 할 단계가 있다. 200만 명이 실제로 이천을 방문하는지, 방문객 가운데 몇 명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는지, 1인당 지역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에 따라 경제적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단순 방문객 수를 지역경제 효과로 바로 환산하기보다는 체류시간과 소비액, 재방문율, 지역 내 소비 비중 등을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 3천명 고용도 '지역 일자리'인지 따져봐야

고용 효과 역시 이천시가 내세우는 주요 근거다.

경마 관련 종사자와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약 3천명의 근무 기반이 이동할 수 있고, 시설관리·경비·미화·식음료 등에서 지역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서도 숫자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체 종사자 수와 이천시민에게 돌아가는 신규 일자리 수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기존 근로자의 이전인지, 신규 채용인지, 지역주민이 실제 취업하는 비율은 얼마인지에 따라 고용효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결국 '3천명'이라는 총량보다 이천지역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몇 개인가가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 이천에는 이미 '말산업' 있다는 논리

이천시가 다른 지역과의 유치 경쟁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기존 산업 기반이다.

시는 말산업특구로 지정돼 있고 26개 농가에서 470여 마리의 말을 사육하고 있다. 말 전문 동물병원은 연간 5천600여 마리를 진료하고 있으며 승마장 등 관련 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마사회 시설이 들어설 경우 기존 말산업과 대규모 경마·레저시설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천시의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경마공원을 하나 유치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승마와 말 체험, 관광, 교육, 관련 서비스업 등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을 수 있다면 기존 말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시설과 경마공원 사이에 실질적인 연계가 없다면 대규모 시설 유치 효과가 지역에 제한적으로 남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 후보지 '주민 열기' 결정 어려워

현재 이천에서는 장호원읍을 비롯해 부발읍, 신둔면, 호법면, 율면 등이 유치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장호원읍에서는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4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1차 유치 서명부도 시에 전달됐다. 신둔면과 호법면도 유치 건의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히려 객관적인 후보지 평가가 중요해진다. 접근도로와 대중교통을 비롯한 광역교통망, 주변 토지 이용, 개발 가능성, 환경·교통 영향, 기반시설 확보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대규모 방문객을 수용할 주차공간과 교통처리 능력도 빠질 수 없는 검토 대상이다.

특히 후보지 선정 이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함께 공개해야 기대효과와 실제 효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 '유치 성공' 이후까지 계산해야

마사회 경마공원 유치전에서 이천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 단순한 유치 논리를 넘어선다.

연간 490억원의 세입이 실제 얼마로 발생할 것인지, 2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소비를 남길 것인지, 3천명 규모의 고용 가운데 실제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어느 정도인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교통·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지방비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까지 함께 계산해야 사업의 순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시는 기존 말산업과 교통망을 활용해 마사회 이전을 지역산업 전환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성수석 이천시장 역시 시민들의 유치 의지와 말산업 기반 등을 바탕으로 이전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사회 유치를 둘러싼 이천의 경쟁은 이제 '어느 지역이 유치하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490억원이라는 기대 세입이 실제 재정수입으로 얼마나 남는지, 200만명의 방문객이 지역경제에 어떤 소비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대규모 시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지역에 어떤 순효과가 남는지. 이 세 가지를 구체적인 숫자로 검증하는 것이 마사회 유치의 실질적인 사업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는 2024년 6월부터 온라인 마권 발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기존에는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를 찾아야 마권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대면 확인 절차를 거친 이용자가 모바일을 통해 현장 밖에서도 경마에 참여할 수 있다.

■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 빨라

국회에 제출된 한국마사회 자료를 보면 2024년 10월 20일 기준 온라인 경마 매출은 6천270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간 온라인 매출 한도가 7천39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발매가 짧은 기간에 상당한 규모로 확대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변화는 경마공원 유치의 경제효과를 계산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이천시가 제시하는 기대효과는 연간 200만명 이상의 방문객과 약 3천명의 고용, 연간 490억원 안팎의 세입 확대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경마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경마 매출 증가'와 '경마공원 방문객 증가'는 같은 의미가 아니게 된다.

실제 2025년 전국 본장 3곳의 입장객은 서울 225만7천208명, 제주 38만1천987명, 부산경남 60만6천340명 등 약 32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를 놓고 보면 이천시가 예상하는 연간 200만명이라는 방문객 규모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더구나 온라인 발매가 확대된 상황에서 새 경마공원이 연간 200만명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이려면 단순한 경마 관람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경마 이외에 말 체험과 승마, 가족형 놀이시설, 공연과 축제, 관광 콘텐츠 등을 결합해 '경마를 보기 위해 찾는 곳'에서 '경마가 없어도 방문할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온라인 마권 구매액은 이용자가 자신의 거주지나 다른 장소에서 소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마산업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이천의 음식점·숙박업·교통업 등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경마공원에 직접 방문한 사람이 지역에서 식사하고 숙박하고 관광시설을 이용한다면 소비가 이천에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향후 사업성 분석에서는 '총 방문객 수'와 함께 실제 이천지역 체류인원, 평균 체류시간, 지역 내 소비액, 재방문율 등을 따로 산출해야 한다.

200만명의 방문객이 온다는 가정만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천=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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