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안한 원자력硏 주변 시민
“방사능 다량 누출” 시민제보 해프닝
‘사고 미미’ 쉬쉬말고 안전성 강화를
지난 2월 16일 대덕특구 내 원자력안전관리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과학기술부에는 편지 한 통씩이 각각 배달됐다.
이들이 받아 본 편지 내용은 ‘대전 유성에 있는 원자력연구소에서 방사능 물질인 Cs(세슘)이 대량 누출됐다’는 내용이었다.
KINS 설립 이후 방사능 누출 관련 제보는 처음인 관계로 진위여부를 떠나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관계자들은 당시를 회고했다.
방사능물질 누출과 관련한 제보를 받게 된 KINS 측에서는 다급히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원자력연구소를 찾아가 확인점검에 나섰다.
방사능물질이 누출됐다는 제보를 받은 곳은 원자력연구소 내 하나로 및 부대시설로 인가가 돼 있는 조사재시험시설 중 ‘핫셀’내에서 고장 난 기기를 끄집어 내 작업을 하는 서비스구역이었다.
그러나 KINS의 조사결과 이 서비스구역은 방사능물질을 취급한 뒤 오염물질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제보내용 또한 제보자가 잘 못 들은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됐지만 방사능과 관련된 시민의 제보는 대전시민이 얼마나 방사능에 대해 민감해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KINS 한 관계자는 “대전 전민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원자력연구소 직원들의 대화에서 다량의 방사능물질이 누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의 편지였다”며 “결국 제보자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전시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고 말했다.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우려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원자력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원자력연구소 직원의 가족 등이 ‘방사능때문에 불안하다’는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않게 올라오고 있다.
연구소 직원의 한 가족은 “직원과 가족들의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연구소에서 그들을 위한 어떠한 조치를 해 줬는지 걱정된다”며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한 연구소의 정책이 걱정될 따름”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연구소 인근 주민들의 불안도 만만치 않다. 특별한 이유로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북핵보다 더 불안하다”며 연구소의 이전 및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연구소 인근 한 주민은 “사고가 미미하다고 강조하기 이전에 최대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연구개발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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