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48>부시장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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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48>부시장 받기

  • 승인 2010-07-14 14:01
  • 신문게재 2010-07-15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대전 정무부시장은 '숨은 이순신'?
임금 인사청탁 거절한 경상감사
시장, 최소한의 기준 요구했어야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왕증(王曾)은 송나라 때 훌륭한 재상이다. 그는 인재를 보면 왕에게 천거해서 적당한 자리를 맡게 했다. 그러나 천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벼슬을 받은 사람은 자신을 누가 추천했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추천했다는 사실을 본인에조차 알리지 않을 정도의 인사가 천거한 사람이면 필시 보증할 만한 사람일 것이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도 총리를 지냈으니 벼슬이 왕증 못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천거하는 일엔 차이가 있는 듯하다. 정당에서 자당 후보로 당선된 광역단체장에게 정무직 한 자리를 양보받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알맞는'사람을 보내는 건 예의다. 대표 측근에서 뽑은 사람이라 해도 선진당 몫으로 추천한 이상 당 대표의 책임이 크다.

선진당 추천으로 염 시장이 정무부시장에 내정한 박현하씨는 대전과는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정무부지사는, 고향 사람을 일부러 보내지 않는 상피제를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는 자리다. 연고가 있어야 훨씬 더 낫다.

타향 출신 인사가 정무부시장으로 온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선진당에는 대전 사람이 그렇게도 없느냐”하는 점에서 실망스러워 하고 있고, 그런데도 타향 출신자를 억지로 추천하여 보내는 선진당의 행태에 대해 더 언짢아하고 있다. 선진당 내부에서조차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현하씨 개인을 놓고 시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가 거의 무명인이었다고 해서 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가 정무부시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순신도 무인 속에서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었다. 유성룡이 정승이 되어 그를 알아보고 정읍현감에서 차례를 뛰어넘어 전라좌수사로 추천하였다. 이순신은 마침내 중흥의 제일 명장이 되었다.

박현하씨가 정무로 온 이상 '숨어있는 이순신'이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 자신도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면 당에서 권한다 해도 가지 말아야 하는 게 공직 벼슬이다. 그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되었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바람에 청와대 '인사 불발사고'를 일으킨 주인공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차관 같은 사람들도 있다. 주변에서는 유 전 차관에 대해 “행정을 쭉 해오던 사람이라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한 홍보수석 자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박씨가 정무부시장으로 공(功)을 세울 수 있는 '숨어있는 이순신'이 아닌 데도 선진당이 대전시장에게 강권하여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면 시장을 우습게 보고, 대전시민들까지 얕잡아 보는 일이다. 염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선진당 간판을 '빌려 쓴 것'은 사실이나, 선진당이 염 시장에게 베푼 공보다 선진당이 광역단체장을 한 석이라도 배출하는 데 세운 염 시장의 공(득표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염 시장이 정무 자리를 선진당에 내줄 의무는 없었다는 의미다.

꼭 공의 크기를 따져 자리를 주고 말고 할 것은 아니지만, 염 시장은 이번에 더 확고한 태도를 취했어야 한다. 그도 처음엔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바로 포기했다. 시장은 대전시 정무부지사로서 최소한의 자격은 요구했어야 한다. 대전 출신이 아니라면 그가 '이순신' 같은 인재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시민들이 납득하지 않겠는가?

임지에 부임하려고 하직 인사를 하는 경상감사에게 성종은 “내 친구 유호인이 산읍현감으로 있으니, 그대는 그를 두둔해 주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러나 그 감사는 임금의 뜻을 받들지 않았다. 감사는 “백성의 숨은 정상을 살피지 않고 시나 읊는다”면서 유호인을 파직시켜버렸다. 정말 그럴까 싶은 얘기지만 이수광은 이 예화를 들면서 “이전 조정의 좋은 기상을 여기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하였다.

누구에 의한 것이든 부적절한 부탁이라면 거절해야 하는 것이 지금 도백(道伯)들에게도 기본의무다. 대전정무부시장은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자리다. 당에서 추천한 사람이라고 해서 막 내주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는 일단 그런 모양새가 되었고, 대전시민들도 한심한 시민들로 만들었다.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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