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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순택 논설위원 |
백제문화단지는 백제 왕궁과 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사, 주민들의 주거지를 재현해놓은 역사테마파크다. 세계 대백제전 개막과 동시에 문을 여는데, 벌써 다녀온 이는 바닥 타일에 자지러지게 핀 연꽃에 정신이 아득하더라고 전해왔다. 어서 가보고 싶다.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도대체 백제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백제문화단지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무엇이 백제 건물이냐”는 거다. 논란은 완공 이후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 남아 전해지는 백제 건물은 없다. 생전 보지도 못했는데 백제 건물이라고 돈 들여 거창하게 지어 놓았으니, 백제문화단지를 찾은 관람객들도 어리둥절 물을 게 분명하다. “무얼 보고 백제 건물이라고 하는 거지?”
백제 건물임을 증명하는 '주민증'이 바로 치미와 하앙이다. 치미는 부소산성 절터와 익산 미륵사에서 조각이 출토됐다. 이 조각을 맞춰 완전한 모양으로 복원했다.
어른 키만한 거대한 크기에 새 날개 모양이지만 날개는 아니다. 중국 고전은 이렇게 들려준다. “백량전(栢梁展)에 화재가 났을 때 월나라 무당이 말하기를 바다 속에 어규(뿔이 없는 용)가 있는데, 꼬리로 솔개처럼 물결을 치면 곧 비가 내린다고 해 그 형상을 지붕에 만들어 세웠더니 다시는 불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를 치문이라 하는데 잘못된 말이다.” 화재가 없기를 염원하면서,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함께 담았던 치미인 것이다.
하앙은 우리나라 건축물에서 아주 보기 드문 구조물이다. 전북 완주군 화암사 극락전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앙을 백제 건물의 DNA라고 하는 걸까. 그건 1947년 부여 금성산 천왕사지 부근에서 발견된 청동소탑 덕분이다. 이 작은 유물엔 탑을 받치는 옥개(屋蓋)와 탑신부가 일부 남아있는데 기와를 얹은 게 분명한 지붕 아래에 삐죽 고개를 내민 구조물이 있다. 백제 건물에 하앙이 사용됐음을 추정케 하는 단서가 거기서 나왔다.
겨우 치미와 하앙만으로 백제 건물이라고 우격다짐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다 잡종이 되어버린 닭과 돼지에게서 토종닭이며 토종돼지를 어떻게 복원하는가. 먼저 토종의 생김새가 어떤지 원형을 찾고, 원형에 가까운 DNA를 가진 닭과 돼지를 거듭 교배시켜 토종에 가깝게 복원한다. 백제 건물도 같다. 정림사지 탑과 신라 탑, 고구려 탑을 비교해보면 백제 건축 장인의 DNA가 드러난다. 부드러운 곡선과 비례미 같은. 수덕사 대웅전과 완주 화엄사, 백제 장인이 일본에 건너가 세운 건축물, 문헌 연구, 옛 건축물의 발굴 조사 등에서도 DNA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찾아낸 백제 건물의 DNA를 건물에 적용한 첫 작품. 그게 문화단지에 세워진 백제 건물이다.
완성품이란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백제의 DNA는 더 연구돼야하고 더 찾아져야 한다. 문화단지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실물로 지어봄으로써 앞으로 지어질 백제 건물의 기본을 제시하고, 후학들에게 백제 건물의 DNA를 더 찾아내 비교해보라는 부추김, 그 시작일 뿐이다. 백제 건물 하나 없는 백제 땅에 이게 백제 건물이요, 하고 내세울 수 있는 건물을 갖게 됐다는 의미도 작지 않다.
백제 건물이냐 아니냐, 왈가왈부할 순 있겠지만 백제 건물의 DNA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 분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만큼이라도 백제를 되살려낸 분들에게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격려와 함께 백제 건물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아서다. 대목장 단청장 각자장 번와장 칠장 등 백제 부활에 솜씨를 내어준 중요무형문화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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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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